이런 분께 추천!: 마음대로 합체! 마음대로 변형! 로봇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어! 이것이 건담이다!
이런 분께 비추!: 호쾌한 액션 어디? 이런 건 로봇 게임이 아니야! 내가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건담' 시리즈는 일본은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IP 중 하나입니다. 1979년 '기동전사 건담'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 건담 시리즈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삼은 우주세기와 그렇지 않은 비우주세기, 2등신 정도로 데포르메 시킨 SD건담, 로봇 장난감인 건프라를 주제로 삼은 건담 빌드 시리즈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분화되었습니다.
건담 브레이커 4는 건담 빌드 시리즈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주인공들은 건담 플라스틱 모델, 줄여서 '건프라'로 부르는 로봇을 만들고 다른 인물들과 배틀을 즐기며, 게이머 역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 원하는 파츠를 얻고 나만의 로봇을 만들게 되죠. 나름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전쟁의 잔혹함이나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여타 건담 애니메이션들과 다르게 다소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건프라니까요.
게임의 흐름을 살펴볼까요? 게이머는 '건프라 배틀 블레이즈 비욘드 보더즈', 줄여서 'GBBBB'라는 게임을 즐기는 주인공이 되어 동료들과 미션을 수행하고, 건프라 수집과 배틀을 즐기게 됩니다. 아직 베타 서비스 단계인 GBBBB는 여러 변수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파괴당할 위험에 처하고, 성장한 주인공 일행이 위험을 막아내는 것이 건담 브레이커 4의 줄거리입니다.
주인공이 된 게이머는 함께 게임을 시작한 초보 동료, 개인적인 사정으로 발붙일 곳 없던 게이머, 그리고 그들의 성장과 활약을 지켜보는 조력자들과 미션에 나섭니다. 미션은 스토리, 퀘스트, 바운티 헌터, 서바이벌로 구성되며, 어떤 미션을 하든 새로운 건프라를 만들기 위한 파츠와 자금을 입수할 수 있습니다.
일부 건프라의 경우 마치 오프라인 건프라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처럼 박스 형태로 모든 부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입한 파츠에 원하는 스킬을 붙이고, 원하는 도색을 입히면 나만의 로봇이 탄생합니다. 미션이든 상점이든 파츠를 손에 넣고 원하는 로봇을 만들어 또 새로운 파츠를 얻기 위해 콘텐츠에 도전하는 것. 이것이 이 게임의 흐름입니다.
나만의 로봇을 만들었으니 이제 로봇이 활약하는 모습을 봐야겠죠? 내가 로봇을 만든 건 그저 장식해 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니까요.
하지만 액션 게임으로서 건담 브레이커 4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만한 게임은 아닙니다. 근거리 무기는 마치 목석을 때리는 것 같고, 원거리 무기는 물총을 쏘는 듯한 타격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츠 스킬인 OP 스킬은 둘째치고 각 작품의 주인공 간판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EX 스킬은 심심한 연출로 쓰는 맛도 보는 맛도 부족합니다. 전작보다 나아지길 바랐지만, 전작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미션 길이와 맵 크기는 '건담 브레이커 3'나 'New 건담 브레이커'와 비교하면 다른 게임처럼 줄어들었는데 전투 규모가 줄어든 점은 아쉽지만, 파츠 수집면에선 굉장히 쾌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면 체력이 많은 PG급 보스전인데 열심히 파츠를 모으고 강화하면 약점을 부수지 않고도 클리어할 수 있어 귀찮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건담 브레이커 시리즈의 핵심인 파츠를 수집하고 로봇을 만드는 과정은 감히 시리즈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츠의 크기와 위치, 도색, 데칼, 웨더링 등 현실에선 엄두도 내지 못할 로봇 조립을 조작 몇 번으로 쉽게 해낼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슈퍼 로봇부터 가전 제품까지, 게이머의 상상력과 손재주가 허락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파츠 수집 자체가 쉬우니 로봇을 조립하는 재미는 초반부터 후반까지 쭉 이어집니다. 파츠뿐만 아니라 개조에 필요한 자금과 재료도 넉넉하게 퍼주기 때문에 언제든 상점에서 마음에 드는 로봇을 사서 개조할 수 있고요. 현실 건프라 조립에 투자할 시간과 자금이 모자라 아쉬움을 삼켜야 했던 게이머, 멋진 로봇을 보는게 좋은데 내 취향 디자인을 가진 로봇 게임을 찾지 못한 게이머, 그냥 로봇이 많으면 만족하는 게이머까지 로봇을 원하는 게이머라면 배가 터질 듯한 만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인게임 성능으로 갈 경우 불친절한 설명과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밸런스로 소위 '로봇뽕'이 약간 빠지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로봇으로 활약하고 싶은데 어떤 기체는 거대 메이스로 슉슉 찔러서 미션을 쉽게 깨는 반면 내 기체는 손가락에 쥐가 나야 보스를 처치해야 하면 흥이 식게 되죠. 물론 이 게임이 취향에 맞는 게이머라면 이런 불합리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하고 연구해 더 멋지고 강한 후속 기체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스토리와 액션은 다소 아쉽지만, 건담 브레이커 팬, 더 나아가 건담 팬들에겐 꽤 그럴듯한 팬서비스를 선사합니다. 예를 들어 한 미션에 같은 작품 기체가 연달아 등장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거나 건담과 유니콘 건담을 동시에 등장시켜 도쿄 건담 베이스 광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식이죠. 건담 브레이커를 계속 즐겨온 분이라면 전작에서 이어지는 설정이나 건담 브레이커 M 주인공 일행에게서 반가운 기분을 느낄 것입니다.
건담 브레이커 4는 멋진 스토리와 화려한 액션을 겸비한 로봇 게임을 기대한 분들껜 다소 실망스러운 작품이 되겠지만, 원하는 로봇을 자유롭게 만들고 건담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꽤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최신 작품 기체는 다소 미비하지만, 어쨌든 기존 작품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파츠를 제공하고, 입수 난이도를 크게 낮춰 누구나 쉽게 건프라 조립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수집과 조립에서 보람을 느끼는 분들껜 수백 시간이 부족한 게임이 될 것입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