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 파크에서 2024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이하 월즈)의 LCK 3시드를 결정하는 선발전 1라운드가 진행됐다.
이번 2024 월즈는 서머 시즌 최종 우승을 차지한 한화생명 이스포츠와 챔피언십 포인트 최다득점을 기록한 젠지 이스포츠가 각각 1번과 2번 시드 직행을 확정지었으며, 150점을 득점한 티원(이하 T1)과 80점을 득점한 디플러스 기아(이하 DK)의 3시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케이티 롤스터와 피어엑스가 그 뒤를 따라 4시드 결정전을 이어나가게 된다.
3시드 선발전에 임하는 양 팀은 정규시즌부터 플레이오프에 이르기까지 쌍포 메타에 대해 높은 숙련도를 보여주지 못한 바 있다. 다만 밴픽 심리전을 통해 미드에서 안티 캐리롤을 수행하거나 로밍 위주의 메이지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등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쌍포를 기반으로 힘싸움이 벌어지기 보다는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 1세트
양 팀 모두 밴픽 1페이즈에서 쌍포 중 캐리력이 으뜸으로 꼽히는 스몰더와 트리스타나를 잘라내는 한편 바이, 나서스, 아지르 등의 시그니쳐 픽 견제를 진행했다. 이러한 밴픽 기조 때문에 플레이오프 이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럼블을 위시한 강력한 카드가 여럿 풀렸고 이를 서로 사이좋게 나눠 가지며 양 팀 모두 난전과 잘라먹기에 특화된 조합을 준비했다.
극 초반 탑-바텀 간의 라인 스왑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아 DK가 외곽 타워를 넘어온 티원 측의 병력에 미니언 웨이브 손해를 보는 듯 했다. 그러나 킹겐(황성훈 선수)을 상대로 설계한 티원의 4인 다이브가 실패로 돌아가며 역습을 헝요, 양 팀 모두 비등한 경기양상으로 중반에 이르게 된다.
원소 드래곤과 내셔 남작을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 가운데, 대치 상황에서 에이밍(김하람 선수)의 직스가 높은 휴대용 폭약 적중률을 보여주며 상대의 주요 챔피언을 대열에서 이탈시켜 끊어먹는 활약을 보여주지만 최종적으로 오브젝트의 마무리 일격은 대부분 T1이 가져가며 운영 측면에서 이득을 본다.
결국 마지막 장로 드래곤 교전에서 구마유시(이민형 선수)의 미스 포츈이 스틸에 성공하며 처형 효과를 획득한다. 급한대로 미니언 웨이브가 적진으로 들어가는 상황이었던 DK가 백도어를 시도하지만 장로 버프를 등에 업은 제우스(최우제 선수)의 럼블이 1명을 처형시키고 2명을 빈사 상태로 만들었고 이를 마무리하며 T1이 1세트 승리를 가져간다.
■ 2세트
양팀은 트리스타나와 코르키를 사이 좋게 나눠가진 가운데 직스의 라인 클리어와 철거 템포를 따라가기 위해 수성 능력이 출중한 원거리 딜러 시비르가 등장하여 전반적인 게임 템포가 느려질 것을 예고했다.
라인전 페이즈에서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게임이 중반부에 이르렀으나 양팀 모두 1선에 설 수 있는 탱커들은 있었어도 교전 개시 능력이 다소 부족하여 대치전이 길어졌고, 먼저 시야를 잘 확보해둔 T1이 오브젝트 우위를 기반으로 DK를 불러내며 교전 승리로 약우세 구도를 형성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쇼메이커(허수 선수)의 트리스타나는 집중력을 잃지 않아 허무하게 잘리는 일 없이 성장을 마쳤고, 극후반 드래곤 교전에서 T1의 콜이 갈려 퇴각하는 인원과 교전각을 보려는 인원의 진영이 붕괴되자 로켓 점프로 득달같이 뛰어들어 킬리셋 쇼를 벌이며 단 한번의 교전 대승으로 게임을 끝내는데 성공한다.
■ 3세트
3세트의 전반적인 밴픽구도는 1세트와 거의 동일한 양상을 보여줬다. 다만 1세트는 양팀 모두 교전 개시 능력이 돌진하여 적을 무는 것에 쏠려 있었다면 DK는 3세트에서 블리츠크랭크를 기용하며 적을 끌어온다면 큰 이득을 볼 수도 있는 쪽으로 다각화를 시도한 것이 특징이었다.
다만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의 교전각을 봐야하는 키포인트였던 블리츠크랭크를 잡은 모함(정재훈)의 플레이가 다소 아쉬웠다.
극초반 바텀 2:2 교전에서는 점멸-강철주먹 연계를 실수하여 미니언에 스킬을 낭비하며 퍼스트 블러드를 내줬고 미드 로밍 과정에서도 아군 주력 딜러에게 킬을 몰아주기 위함이었다지만 스킬 배분 실수로 페이커(이상혁 선수)의 요네가 영혼 가르기로 실드를 재생하여 살아나간 덕분에 일방적으로 스펠 교환 과정에서 큰 손해를 본다.
이로 인해 DK는 1, 2세트와 달리 비등한 힘싸움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경기 내내 열세를 기록하며 서서히 압박을 당했고 반대로 T1은 쌍포를 정확하게 포착한 초장거리 이퀄라이저 미사일을 시작으로 궁극기 연계가 환상적으로 들어가면서 대승, 월즈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두게 된다.
■ 4세트
블루 진영을 가져간 DK가 선픽 카드로 노골적인 직스 사랑을 보여주는 가운데, T1 측에서 럼블, 잭스, 카밀 등 크산테 이상의 라인전 또는 성장성을 가진 챔피언을 잘라내며 집요하게 크산테 픽을 유도했고 킹겐에게 크산테가 주어지자 고정 피해로 이를 공략할 수 있는 탱커 대항책 '그웬'이 등장한다.
일진일퇴의 구도에서 DK가 촘촘한 시야 운영을 기반으로 24분경 T1의 3명이 푸시라인을 잡고 귀환한 것을 파악하고 내셔 남작을 먼저 가져가는 스마트한 운영으로 큰 이득을 보고 드래곤도 무사히 4스택을 쌓으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내셔 남작의 버프가 지속되는 동안 한번에 글로벌 골드 격차를 크게 당기려다가 발목을 잡혀 직스를 시작으로 주요 딜러진이 차례차례 잘리며 오히려 T1에게 역전의 빌미를 주기도 했으나, DK는 크게 미끄러지긴 했어도 완전히 넘어지진 않았다.
직스를 보유한 덕분에 라인 관리가 비교적 편한 DK가 시도 때도 없이 내셔 남작을 두들기며 T1이 정상적으로 라인에 발을 붙이고 성장하지 못하도록 심리전을 걸었고, 적 후방에 순간이동으로 침투시킨 그웬을 필두로 T1이 교전각을 봤으나 모함과 쇼메이커가 그웬부터 포커싱하여 녹이고 지옥 화염 폭탄이 클린히트한 적 진영으로 2세트처럼 점프쇼를 선보이며 마무리를 띄워 선발전 1라운드부터 5꽉 대진을 완성시킨다.
블루 진영을 선택한 T1이 DK의 핵심픽인 직스를 잘라냈고, 바텀 라인전이 일반적인 원거리 딜러 간의 대결 구도가 되는 한편 쇼메이커가 르블랑을 꺼내들며 승부수를 던졌다.
극초반 라인스왑 과정에서 DK가 웨이브 손해는 물론 다이브까지 당하면서 불리한 출발을 했고, 오너(문현준)의 자이라가 카운터 정글링으로 모든 캠프를 독식하며 편안하게 T1이 리드를 점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탑에서 이득을 취하기 위해 바텀에 과투자한 인력이 DK의 사활을 건 교전으로 인해 터져나가면서 에이밍의 미스 포츈이 어마무시한 속도로 성장했고, 흑점 폭발이나 감미로운 자장가를 통해 하드 CC가 깔리면 쌍권총 난사로 모조리 갈아버릴 화력이 확보되자 T1 측에서는 사이드 운영이나 시야 확보를 위해 나서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게 됐다.
결국 T1이 우회 루트를 개척하여 장기로 삼는 기습적인 내셔 남작 사냥을 통해 활로를 찾아보려고 헀으나, 이미 DK가 시야를 전부 확보한 상태였고 교전을 대패하며 그대로 DK가 넥서스를 파괴하며 월즈 3시드 진출을 확정짓는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