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드 레오파드는 호러 어드벤처 '클락 타워 리와인드' 출시에 앞서 원작 클락 타워를 개발한 코노 히후미와 인터뷰 시간을 마련했다.
클락 타워 리와인드는 1995년 출시된 클락 타워를 원작으로 새로운 모드와 컷신, 주제가를 추가한 게임이다. 살인마 '시저맨'으로부터 숨고 도망치며 목표를 완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일정 시간을 되돌리는 '리와인드' 기능을 추가해 공략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이번에 만난 코노 히후미는 호러부터 SF까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다. 클락 타워는 그의 첫 작품으로 적과 싸우지 않고 도망치는 구성으로 많은 게이머에게 사랑받았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이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코노 히후미(이하 코노): 게임 디자이너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 클락 타워, 철기, 인피니티 스페이스가 있습니다.
Q. 클락 타워는 페노미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안다. 원작 기획 당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코노: 대학 때부터 호러 영화를 많이 봤습니다. 당시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영화는 서스페리아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호러 게임을 만들고 싶어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당시엔 주인공이 적을 쓰러트리는 것이 당연해서 이런 게임은 희귀했습니다. 헤이안쿄 에리어나 팩맨은 도망치는 게임인데 이것만으로 게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주변 스태프들 중에서도 반대가 많았지만, 적을 쓰러트리면 호러가 아니라 액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시저맨의 외형적인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었는가?
코노: 살인귀나 괴물에게 당할 때 강해 보이는 상대에게 당하면 납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약해 보이고 코믹한 캐릭터에게 당하면 더 굴욕적인 기분이 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 강한 적이 아니라 이런 적을 디자인했습니다.
Q. 살인마가 거대한 가위를 가진 반면 몸은 작다. 그래서 삽에 당하기도 한다. 캐릭터 디자인에 담긴 철학이 궁금하다.
코노: 좀비가 달려오는 것이 좋을지 걸어 오는게 좋을지 어떤 쪽이 호러로서 이상적인지 의논했습니다. 영화에서 달리는 좀비가 등장했을 때 꽤 충격적이었고, 반대로 걸어오는 좀비는 왜 무서운지 생각했다. 걸어오는 좀비는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그 희망이 꺾였을 때 절망이 더 큰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걷는 좀비가 무섭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클록 타워의 살인마가 작아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그만큼 당했을 때 절망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1995년도 작품이라 분량이 적은 편인데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코노: 인기가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호러 장르의 범위는 넓어서 인간 타입이 무서운 호러, 예를 들어 살인의 추억 같은 경우죠. 크리처가 등장해서 무서운 호러, 좀비가 등장해서 무서운 호러도 있습니다. 클록 타워를 낼 때 이상적인 호러를 요소를 여러 가지를 담아서 담았습니다.
Q. 헤이세이를 지나 레이와가 된 지금 그럼 지금 이상적인 호러가 달라졌을까? 여전히 도망가는 호러일까? 아니면 다른 호러가 될까?
코노: 마케팅 스탠스와도 연결된다. 예산이 많은 AAA 게임이라면 슈팅 게임이 쪽이 많은데 슈터 요소를 넣으면 아무리 무서운 크리처라고 하더라도 결국 타겟이 됩니다. 처음엔 무서워해도 나중에는 결국 약점을 분석하게 됩니다. 쓰러뜨리지 못하는 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게임을 만들면 클록 타워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연출과 감상도 달라질 것입니다. 클록 타워 이후 호러 게임 크리에이터를 하면서 어디까지 무서워야 허용 범위일지 고민했습니다. 너무 무서우면 게이머들이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웃라스트도 꽤 무섭고, 바이오하자드도 액션이 늘어났지만 7에 이르러서 공포를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세계에서 제일 무서운 게임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코지마 프로듀서의 게임은 굉장히 무서워 보이더군요.
Q. 리와인드 출시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다. 스스로에게 클락 타워는 어떤 게임인가?
코노: 추억이 많은 게임이고 대표작입니다. 제 이름을 말할 때 클록 타워가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게임의 프로듀서로 알려지고 싶기 때문에 때문에 빨리 클록 타워를 넘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Q. 개발 당시 이렇게 오래 인기가 있었을지 예상했는가? 많은 게이머가 즐기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코노: 이렇게 시간이 흐른 후에도 클락 타워가 나올 줄 몰랐습니다. 출시 후 3만 장 팔렸거든요. 한 타이틀로 끝날 것 같았고, 시리즈가 될 줄 몰랐습니다. 예산도 적었고, 그래서 모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엔 억 단위 예산을 사용해서 모험을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비결에 대해선 게이머분들이 계속해주시는 것은 호러를 게임으로 표현할 때 도망치는 것을 하나의 개성으로 확립한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 이유는 무작위 요소 덕분인 것 같다. 이런 방식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코노: 호러 세계에 빠지면 어떻게 될지 시뮬레이션을 할 수 없습니다. 호러 세계의 경험을 전달드리기 위해 무작위 요소를 넣었습니다. 게임의 룰이나 매너로 생각하면 무작위 요소는 게이머에겐 가혹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웃음)
Q. 무작위 요소가 게이머에게 가혹한 요소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만든 철기는 탈출에 실패하는 세이브가 날아가는데 이런 식으로 게이머를 괴롭힐 새로운 요소가 있을까?
코노: 2010년 무렵에 게이머가 하기 쉽게 난이도를 낮추는 경향이던 시기가 있었는데 프롬 소프트웨어분들의 영향 덕분일까요? 난이도 높은 게임도 즐기는 게이머도 생겼습니다. 유튜브에서도 공략을 콘텐츠로 삼고, 난이도를 즐기는 게이머도 있으니 게이머를 괴롭히는 시스템을 넣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철기의 세이브 데이터는 납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클락 타워는 불합리한 시스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꽤 긴 간격을 두고 출시된 이유는? 그 사이에 클락 타워를 흉내 낸 게임을 많이 출시됐다. 특히 인디 게임쪽에서 많은 게임이 출시됐다. 영향을 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코노: 저는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에 흥미가 있어서 클락 타워 리와인드에 대해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선소프트에서 클락 타워를 만들고 싶다고 말씀 주신 것에 대해선 감사드립니다.
인디에서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호러 게임과 이 시스템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으로 만들기 쉬운 부분도 있어서 처음에 공부로 게임을 만들 때 잘 어울리는 게임인 것 같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호러 게임이 많이 나오면 기쁠 것 같습니다.
Q. 호러는 다른 장르보다 그래픽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견이 많다. 16비트로 공포감을 주기 어려운데 해냈다. 어떻게 이런 방식이 성공했는지 궁금하다.
코노: 지금 시대에 만들면 포토 리얼한 게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픽의 퀄리티가 낮으면 몰입감이 떨어집니다. 하이엔드에 맞추려면 그만큼 예상도 기술도 필요합니다. 도트는 게이머의 상상력에 의지하는 기술입니다. 예산과 기술력에 딱 맞았던 것 같습니다.
단지 세계 제일 호러 게임을 만들고 싶기 때문에 하이엔드에 맞는 예산이 있어야 그런 게임을 만들 것 같습니다. 나이트 크라이 같은 전작은 실패하긴 했지만요. 나이트 크라이는 역시 예산이 부족했습니다.
Q. 나이트 크라이는 펀딩으로 만들었다. 만약 선 소프트에서 만족스러운 예산을 제시하며 후속작을 제안하면 만들 것인가?
코노: 가능성 있죠. 하지만 그만한 예산을 받을 것 같진 않습니다(웃음) 물어보고 안되면 안 되는 거죠. 요즘 게임 개발엔 예산이 많이 들어요. 휴먼은 인원이 적었던 만큼 예산이 적었습니다. 바이오하자드나 사일런트힐은 예산이 5배였어요. 들었을 때 깜짝 놀랐죠.
Q. 클락 타워는 호러였지만 이후 다양한 게임을 만들었다. 본인에게 잘 맞는 장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코노: SF나 로봇, 호러, 미스테리를 만들었는데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를 만들고 있습니다. 직관적인 게임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로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레벨 디자인이 게임이 특기라고 생각합니다.
철기를 만들고 있을 때 데빌 메이 크라이도 개발 중이었는데, 디렉터분도 굉장했지만, 모션도 그래픽도 액션 센스가 굉장했습니다. 이런 센스가 모이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테고, 당연히 제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철기는 액션 게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로지컬하게 짜여있는 게임입니다. 한국에도 네오위즈라는 굉장한 게임사가 있죠?
Q. P의 거짓도 플레이해봤나?
코노: 노코멘트하겠습니다(웃음)
Q. 지금은 사라졌지만 휴먼은 도전적인 개발사였다. 당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을까?
코노: 위험한 얘기네요(웃음) 휴먼은 역시 돈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디어로 승부했습니다. 그래픽을 내세우는 것은 힘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엣지있는 아이디어로 승부할지 모두 기획을 생각해서 다양한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당시 게임사는 환경이 좋지 못해 회사에서 묵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휴먼도 의자를 놓고 자기도 했습니다. 파이어 프로레슬링은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어서 디버깅 작업이 힘들었습니다. 저도 참여했는데 회사에서 오래 있다 보니 가족들이 간식을 사 오기도 했습니다. 벌레가 많이 생기기도 했는데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모기향 같은걸 놓으니 다음날 아침 냄새난다고 혼나기도 했습니다.
Q. 루트 필름은 코노상 치곤 자제한 느낌이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코노: 글세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지금까지 게임을 살펴보면 철기는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았죠. 루트 필름은 디렉션과 시나리오만 손대고 나머지 외주나 스케쥴 관리는 클라이언트쪽에서 담당해 자유롭게 만들진 못했습니다. 시스템도 손대고 싶었지만, 환경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원래 저만의 기획이 아닌 만큼 마음대로 하지 못했지만, 대신 디렉터분과 친해졌습니다. 같이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Q. 개발자는 역시 디버깅이 가장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고생시킨 버그나 시스템은 무엇인가?
코노: 철기는 멀티 게임인데 제가 잘 못했습니다. 매번 개발자 5명과 디버그 팀 5명이 싸울 때 항상 제가 얻어맞았습니다. 철기는 게임 디버깅 말고도 컨트롤러 디버깅도 해야 했는데 페달 내구도 확인을 위해 모두 30분 정도 페달을 밟기도 했습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Q. 한국 게이머들에게 한 마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한다.
코노: 리와인드 개발진들은 처음 클락 타워 재현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불친절한, 정말로 처음 클락 타워에 가깝기 때문에 도전적일 것입니다. 혹시 공략을 보지 않고 혼자 클리어하신 분이 계시다면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호러에 대한 뚝심이 있기 때문에 최근 크툴루 같은 TRPG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클락 타워에만 메여있을 수 없으니 제대로 된 하이엔드 게임을 위한 스태프와 기획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해 80살까지 계속 게임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구시대 크리에이터가 구시대 감성으로 새로운 게임을 만들 때 성과가 좋지 않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최근 이름이 알리진 않았지만, 최신 게임 개발에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크리에이터로 남고 싶습니다.
[(도쿄)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