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스마트폰 경쟁의 화두는 '화면'이다. 처음에는 화면 크기 위주로 다투었으나 지난해부터는 화질로 겨루고 있다. 지난해에는 HD(1280X960)로 올라왔나 싶더니 어느새 풀HD(1920X1080)로 더 올라갔다. 풀HD는 요즘 한창 많이 팔리고 있는 대형 TV의 해상도와 같다.
국내에서 풀HD 스마트폰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팬택의 베가 넘버6다. 6인치급(실제로는 5.9인치) 화면에 풀HD 해상도라는 특징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뒤이어 LG전자가 18일 옵티머스G 프로를 발표해 풀HD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 시작했음을 알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이 두 기종에 대항하는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4(가칭)'을 2분기 안에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옵티머스G 프로의 발표회가 있던 1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부스에서 옵티머스G 프로를 처음 실물로 접했다. 옵티머스G 프로는 발표 전 디자인이 공개되면서 갤럭시S2 HD나 갤럭시노트2를 닮았다는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실제로 보니 비교대상이었던 두 갤럭시와는 많이 달라 보였지만 디자인 아이덴디티를 확립한 삼성이나 팬택과 달리 LG만의 정체성을 찾기 어려웠다. 빛의 각도에 따라 반짝이는 현란한 후면 배터리 커버를 빼면 말이다.
화면 크기는 5.5인치로 갤럭시노트2와 같지만 화면 베젤은 옵티머스G 프로가 더 얇아 그립감이 조금 더 좋다. 베가 넘버6도 한 손에 쥘 수 있지만 더 날씬한 옵티머스G 프로가 가장 쥐기 편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디자인만 빼면 성능은 옵티머스G와 큰 차이가 없다. 옵티머스G도 지난해 가을 출시 당시 동급 최고 성능을 가졌으며 지금까지도 이보다 더 나은 성능을 가진 스마트폰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 갤럭시S3와 옵티머스G, 베가R3 등 국산 3개 업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쿼드(4)코어로 상향평준화한 상황에서 스펙을 가리는 것이 무의미하다. 그보다는 디자인이나 조작성, 카메라 기능 등 세부 기능을 비교하는 것이 낫다.
옵티머스G 프로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외형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 보이나 기능이 더 많아졌다. 동영상이나 DMB 시청 화면을 투명하게 해 영상을 보면서 다른 앱을 쓸 수 있는 Q슬라이드 기능은 화면 크기 조절과 위치 이동 기능이 더해졌고 한 번에 3개의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옵티머스뷰2에서 호평받았던 멀티 리모컨 기능도 더해져 TV나 오디오, 에어컨 등을 스마트폰 하나로 제어할 수 있다.
음성 인식 기능인 Q보이스의 지원 기능도 단순 검색이나 답변 위주에서 사진 공유하기, 스케줄 잡기 등으로 늘어났다. 인식 성능도 좋아졌다. 기기가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나 인터넷 용어도 잘 알아듣는다.
베가 넘버6의 UI도 이전 제품과 같은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세부 기능을 개선했다. 멀티 태스킹(다중 작업) 성능을 끌어올리고 설정 메뉴를 깔끔하게 다듬었다. 기기 후면에 터치패드를 달아 스마트폰을 쥔 상태에서 자세를 고치지 않고도 화면을 스크롤할 수 있다.
두 제품 모두 1천300만 화소급 카메라를 탑재했다. 베가 넘버6는 설정 메뉴에 들어갈 필요 없이 셔터만 잡아당기면 바로 셀프타이머 기능을 쓸 수 있다. AF(자동초점) 성능도 다소 좋아졌다. 옵티머스G 프로는 전면 카메라를 200만 화소로 늘리고 VR 파노라마와 트래킹 포커스 등의 기능을 더했다. 특히 듀얼 레코딩 기능은 TV 방송의 이원 녹화를 셔터 하나만으로 가능하게 한 것으로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다. 카메라 기능을 놓고 보면 옵티머스G 프로가 좀 더 낫다.
화면 해상도는 두 제품 모두 풀HD로 같지만 베가 넘버6가 5.9인치로 옵티머스G 프로보다 0.4인치 더 크다. 대신 휴대성은 옵티머스G 프로가 더 좋다. 배터리 용량은 두 제품이 같지만 옵티머스G 프로의 화면 크기가 더 작으므로 배터리 소비를 줄여 사용 시간을 확보할 때 좀 더 유리하다.
풀HD 화면의 장점은 인터넷 풀 브라우징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지만 아직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 중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에 적합한 모바일 페이지를 서비스하는 곳은 적은 편이다. 어쩔 수 없이 모바일 화면과 PC 화면을 오가야 하는데 풀HD 화면은 작은 화면에도 글씨의 가독성이 높아 인터넷을 할 때 수월하다. 대형 이미지를 확인할 때도 만족스럽다.
최근 논란이 되기도 했던 옵티머스G의 색 표현 오류가 없을까 해서 옵티머스G 프로로 테스트해 봤다. 옵티머스G가 구분하지 못한다던 두 가지 색상의 하늘색 화면을 옵티머스G 프로는 확실히 구분했다. 옵티머스G 같은 색맹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캘리브레이션 앱인 '디스플레이 테스터(Display Tester)'로 측정해 보니 컬러 그라데이션에서 특정 부분의 색이 뭉친 듯한 현상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이는 옵티머스G도 그랬듯이 LG전자가 화면 색상을 설정하면서 원색보다 색 균일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베가 넘버6와 화면을 비교해 보면 컬러 그라데이션은 베가 넘버6가 훨씬 자연스럽지만 명부 표현은 옵티머스G 프로가 더 낫다.
마지막으로 비교해볼 것은 가격이다. 베가 넘버6는 출고가 기준으로 84만9천원, 옵티머스G 프로는 96만8천원으로 옵티머스G 프로가 더 비싸다. 베가 넘버6보다 화면도 작으면서 값이 더 비싸 상대적으로 가격 차이가 더 커 보인다. 물론 이통사의 무분별한 보조금 정책 때문에 휴대폰 가격이 막장이 된 시점에서 굳이 가격을 따지는 게 의미가 있을 지 모르겠다. 일부 언론은 베가 넘버6가 출시 직후 1주일 만에 반값 이하로 떨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앱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리뷰조선정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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