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요즘 매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라는 이름의 모드를 있게 한 명작 '하프라이프'를 잠깐 기억해 보고자 한다. '퀘이크'나 '언리얼'과는 달리 근미래를 배경으로 전개됐던 하프라이프는 뛰어난 싱글 플레이 구조와 멀티 플레이로 이후 출시된 게임들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게임이다. 느닷없이 이 게임을 언급했던 이유는 지금부터 소개할 게임 '레드 팩션(Red Faction)'이 하프라이프의 냄새가 곳곳에서 묻어나 있는 또 하나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제목, 인상적인 인트로
미래의 어느 날, 화성의 거대 기업 얼터(Ultor)에서 일하던 광부들은 혹독한 처우에 불만을 품고 대규모 무장봉기를 일으킨다. 게이머는 중무장한 가드들과 광부들간의 치열한 싸움에 끼어 들게 된 주인공 파커가 되어, 살기 위해 총을 들고 수많은 적들과 마주하게 된다. 게임의 인트로에서 볼리션 로고가 광부의 얼굴로 변하는 장면이나, 로딩 장면에서 구 소련의 깃발을 연상시키는 화면이 등장하는 등 레드 팩션의 분위기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게임의 제목 역시 상당히 인상적인데, '적색당'이라는 뜻을 가진 레드 팩션(Red Faction)이 만약 80년대에 출시됐었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에선 수입불가 판정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하프라이프의 기나긴 인트로를 연상시키는 시작 화면 이후에 펼쳐지는 레드팩션의 세계는 일반적인 FPS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마우스와 [W, A, S, D] 키를 이용한 인터페이스를 채용하고 있으며, 크게 4가지로 구분되는 무기체계는 마우스 휠이나 숫자 키를 이용해 선택이 가능하다. 게임 시작 전 튜토리얼을 통해 인터페이스나 무기사용법 등을 익힐 수 있게 해놨는데, FPS 게임에 익숙해 있는 게이머라면 바로 게임에 들어가도 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이다.
▶지형과 지물을 이용한 다양한 플레이 가능
레드팩션이 다른 FPS 게임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2001년 E3 게임쇼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로 평가받았던 지오 모드(Geo-Mod)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과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탈 것들을 이용할 수 있게 해놨다는 점이다.
쏘고 달리고 또 쏘는, 자칫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게임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온 지오 모드는 쉽게 말해 '지형 변경 시스템'을 뜻한다. 이제까지 FPS 게임에서 고정된 것으로 여겨졌던 지형을 로켓이나 굴착기를 이용해 폭파시켜 변형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임 도중 잠긴 문을 만났을 때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열 방법을 찾거나 아니면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던 이전 게임들과는 달리, 레드 팩션에서는 수틀리면 벽을 뚫어서 문을 만드는 다소 과격한 플레이 방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레드 팩션에서 지오 모드는 일부 한정된 공간에서만 사용 가능하게 돼 있다. 즉 모든 벽과 바닥을 내 마음대로 뚫거나 폭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 허용된 곳에서만 그것이 가능해 아쉬움을 남겨준다. 뿐만 아니라 벽을 뚫기 위해서는 폭파형 무기인 로켓을 이용해야 하는데, 상당히 많은 노력과 탄환의 소비가 필요해 아주 유용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드릴 탱크, 잠수함 등 다양한 탈 것과 곳곳에 설치된 중기관총 등은 꽤나 유용하다. 게임 진행에 이용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은 실제 게임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15종류의 무기와 2가지의 사격 모드
레드팩션에는 총 15종류의 무기가 등장하며 이 무기들은 크게 4개의 카테고리로 구분된다. 근접전용(Close-Combat), 단발(Semi-Auto), 중형(Heavy), 폭발형(Explosive)으로 구분할 수 있는 이들 무기는 현재 쓰이는 무기가 그대로 등장하거나 좀더 발전된 형태로 등장하는데, 현실감을 주기 위해 자동화기의 경우 연발로 발사할 때 심한 진동과 함께 탄착점이 흐트러지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무기의 사용은 일반적인 사격과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이용한 2차 사격 모드로 나뉘어지는데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사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샷건의 경우 2차 사격 모드로 발사하면 연발로 발사가 가능해 접근전에서는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다. 스코프를 이용한 장거리 사격이 가능한 프리시젼 라이플과 스나이퍼 라이플, 그리고 레일 드라이버는 이 2차 사격 모드를 이용해 줌 인이 가능하다. 스나이핑은 장거리에서 적들을 하나하나 제거할 때 상당히 유용하지만 발각되었을 때에는 재빨리 튀면서 무차별 사격을 가하는 전법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 최고의 파괴력을 가진 퓨전 로켓 런처는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하지만 느린 발사속도와 장전속도로 인해 그리 실용적인 무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멀리 몰려 있는 적들을 한방에 쓸어버리거나 벽을 뚫는 일에는 유용하지만 근거리에서는 스플래쉬 데미지로 인해 같이 자폭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상당히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꽤 뛰어난 AI와 방어력을 가진 적들
총 20개로 구성된 미션은 그리 복잡하지 않은 미로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미로 곳곳에는 함정이 숨어 있고, 이들 함정은 갑자기 나타나 게이머를 곤란하게 만들므로 한시도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이 점만 주의하면 게임은 그다지 굴곡 없이 진행된다. 그저 끊임없이 등장하는 가드들만 상대하면 된다. 때문에 후반부로 가게 되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탱크나 로봇이 가끔 등장하긴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한다.
가드들의 AI는 제법 똑똑한 편이어서 부상을 당하면 기어서 도망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만 그 이상의 어떤 팀 플레이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얼마나 눈이 좋은지 주인공이 나타나기만 하면 가드들은 곧 총탄을 퍼부어 댄다. 또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가드들도 아머를 입고 있어 방어력이 꽤 높은 편이다. 때문에 몸통을 맞추어서는 한방에 무력화시키는 것이 어렵다. 헤비 머신건으로 긁어대던지 아니면 프리시젼 라이플로 헤드 샷을 노리는 것이 효과적이며, 가급적이면 무조건 쏘아대기 보다는 총알을 아끼면서 정확한 사격을 가하는 것이 좋다. 아쉽게도 가드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빨라 원거리에서의 저격은 그리 쉽지 않다.
▶멀티 플레이에서 화끈한 액션을
레드팩션의 멀티 플레이는 퀘이크처럼 스스로 게임서버를 만들어 플레이를 하는 방식이며, 핑 값으로 정렬되는 서치를 제공한다. 이미 많은 수의 서버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곳곳에서 상당한 수준의 게이머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멀티 플레이는 상당히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데, 이 때문에 싱글 플레이에서와는 달리 난무하는 총알 속에 어느새 뻗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 일쑤다. 든든한 아머와 무기를 갖추기 전까지는 재빨리 피해 다니는 것이 상책이다.
한편 퀘이크에서와는 달리 레드 팩션에선 폭발형 무기가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일단 발사속도가 느리고 재장전 속도도 상당히 느린 편이라 오히려 헤비 머신건이나 근거리용 샷건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멀티 플레이에서도 지오 모드는 적용되므로 실력있는 게이머라면 벽 뒤에 숨어있는 적을 로켓 런처를 이용해 벽과 함께 날려버리는 플레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레드 팩션은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에 비해 그래픽이 월등히 뛰어나거나 특별한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하프라이프로부터 이어진 액션 게임의 기본은 잘 갖추고 있는 게임이다. 멀티플레이를 통해, 그리고 다양한 모드를 통해 더 나은 게임으로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장르 | 액션 |
평점 | 3.5 |
장점 | 지오 모드를 이용한 지형 변경 시스템 |
단점 | 다소 지루한 게임 플레이 |
권장사양 | P2-450, 128MB |
제작/유통 | 볼리션/조이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