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플레잉과 전략시뮬레이션이 게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생소하지만 꽤 의미있는 게임 하나가 외롭게 등장했다. EA코리아가 발매한 핵잠수함 시뮬레이션 게임 '서브 커맨드(Sub Command)'가 그것. 잠수함 시뮬레이션 게임은 크게 인기를 끌진 못하지만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 장르 중 하나다(워터크래프트는 잠수함 시뮬레이션과는 거리가 좀 멀다).
왜 이런 게임이 인기가 없는지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자면 사실성이 강조될수록 비주얼은 약해진다는 약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잠수함은 철저히 고립된 존재이며 눈(잠망경)은 거의 쓸모가 없이 귀(소나)에만 의존하여 작전을 수행한다. 따라서 잠수함 운항을 좀 더 실감나게 묘사하기 위해서는 계기판에 그려지는 비직관적인 소나 그래프와 해도(海圖), 각종 레버들이 있는 기관실과 어뢰 발사실 등의 갑갑한 화면정보로만 비주얼의 폭을 제한시켜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잠수함엔 유리창이 없다). 따라서 말초적인 자극에 익숙한 일반 게이머라면 흥미를 잃는 것이 당연한 일.
하지만 '688(I) 헌터/킬러'라는 게임으로 잠수함 시뮬레이션의 진수를 보여준 소널리스트(Sonalyst : 군사훈련용 잠수함 시뮬레이터를 만들던 회사)가 개발한 서브 커맨드는 사실적인 잠수함 묘사에 적절한 3D 그래픽을 가미시켜 이런 갈증을 해소시켰다. 더욱이 환상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어 보는 것 이상의 몰입감을 제공한다.
게이머가 잠항시킬 수 있는 잠수함은 미국의 688(I)와 씨울프, 그리고 소련의 아쿨라 등 3종. 모두 현존하는 최강의 전략 핵잠수함들이다. 게이머는 이들 잠수함의 함장이 되어 24개의 긴박감 넘치는 작전을 지휘하게 된다. 영화에서처럼 적잠수함을 격침시키는 미션은 기본이고 남극의 얼음을 뚫고 부상하여 통신을 성공시키고, 해상에서 고립된 해군특수부대원을 구조하며, 원거리의 지상 목표에 미사일을 명중시키는 등 영화를 능가하는 시나리오로 무장하고 있다.
물론 잠수함의 조종이 쉬운 것은 아니다. 목표에 소나를 발신하고 탐지된 음문을 해독하고 표적운동 분석기(TMA)로 이동상태를 확인하고, 어뢰의 발사각도와 폭발시간을 설정, 어뢰관에 수압을 맞춘 뒤 발사! …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명중시키긴 매우 어렵다. 모든 조작을 수동으로 할 수 있게 옵션을 지정하면 실제 해군 시뮬레이터와 다를 바 없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게임에는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조작을 하게 해주는 모드도 있다. 차근차근 잠수함 조종에 익숙해지는 것도 이 게임의 묘미다.
서브 커맨드는 '크림슨 타이드'와 '유령', '침묵의 함대' 등 핵잠수함물을 재밌게 본 사람들, 혹은 밀리터리 전문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게임이다. 맹목적인 아이템 콜렉션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실존하는 핵잠수함의 함장이 되어보면 어떨까? 비현실의 일상탈출도 게임의 재미겠지만 서브 커맨드의 극사실도 무척 매력적일 것이다.
장르 | 시뮬레이션 |
평점 | 4.5 |
장점 | 핵잠수함 전술을 체험할 수 있다 |
단점 | 동물적인 재미는 적다 |
권장사양 | P2-350, 96MB |
제작/유통 | 소널리스트/EA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