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게임의 전성기를 알리는 작품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는 '명예훈장'이라는 의미를 갖고있다. 이는 미국의 대통령이 수여하는 최고훈장으로 군인에겐 가장 큰 명예라 할 수 있으며 별도의 기념관이 설립될 만큼 각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 제목만으로도 이렇게 엄숙함까지 느끼게 하는 이 게임은 사실 비디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메달 오브 아너', '메달 오브 아너 : 언더그라운드'라는 시리즈로 이미 출시된 바 있다. '메달 오브 아너 : 얼라이드 어썰트'는 전체 시리즈 중 세 번째에 해당하지만 PC게임으로는 처음 선 보이는 셈이니 새로운 게임이라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메달 오브 아너는 지난 5월 미국 LA에서 열렸던 E3 쇼(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전시회)에서도 큰 호응을 얻으며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화제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게 되었다는 이 게임은 영화의 명장면을 그대로 게임으로 재현한 것 같다는 평가를 들으며 게이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게임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제작한 영화사 드림웍스의 게임사업부를 EA가 인수해 제작했기 때문에 같은 연장선 위에 있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게임업계의 시계가 뒤로 가는 듯 2차 대전 게임의 전성시대가 온 것처럼 보이는 것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대히트와도 무관하지 않다. 5~60년대에 이미 전성기를 누렸던 2차 대전 소재의 영화는 더 이상의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첨단 특수효과 기술로 무장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등장과 함께 SF영화보다 오히려 더 큰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이후 줄지어 2차 대전을 소재로한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태이며 이런 유행이 게임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오락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게임
메달 오브 아너는 1인칭 액션 게임이다. 이드소프트의 걸출한 1인칭 액션 게임 '퀘이크 3'의 엔진(게임의 기본뼈대를 이루는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이 게임의 오락성은 이미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퀘이크 3는 매끄러운 화면 전환과 저해상도에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그래픽 묘사, 상상을 초월하는 세부적인 설정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높은 완성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만 적용한다면 또 하나의 걸작이 탄생할 가능성은 충분한 것이다. 이렇게 기술적인 배경은 확보된 상태이므로 게임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역사적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하고 등장 인물들에 생기를 불어넣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메달 오브 아너는 실제로 있었던 2차 대전의 사건들을 하나의 줄거리로 이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마이크 파월이라는 OSS(전략정보국) 소속의 중위로, 게이머는 그가 각종 위험한 임무를 무사히 완수해 나갈 수 있도록 부지런히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하며 머리도 굴려야 한다. 침투, 포로구출, 저격, 주요시설 파괴, 총공세 등 전쟁을 통해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들이 게임을 통해 재현되며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무대 또한 다양해 대작다운 방대한 스케일을 과시하고 있다. 또 각 임무가 끝날 때마다 공적에 따라 훈장을 수여받게 되는데 가장 큰 공로를 세울 경우 비로소 명예훈장(메달 오브 아너)을 받게 된다.
메달 오브 아너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될 것이다. 1944년에 있었던 이 역사적인 사건은 1백만명이 넘는 사상 최대규모의 연합군 병력이 일시에 프랑스 해안에 상륙해 전세를 뒤바꾼 것으로 유명하다.(당사자들에겐 무척 참혹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동영상으로 공개된 자료화면을 보면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고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흡사하다. 상륙정을 타고 해변으로 가는 병사들의 불안감과 사정없이 작렬하는 독일군 20mm 기관총의 강렬한 총격음,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병사들이 하나하나 교두보를 확보해나가 결국 독일군의 진지를 점령하는 과정이 영화와 쏙 빼닮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보고 듣는 것의 전율이었다면 메달 오브 아너는 보고 듣고, 간접적인 체험까지 전해주므로 더욱 짜릿한 경험이 될 것이며 기존의 액션 게임들과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게 될 것이다.
2차 대전의 현장감을 그대로 느낀다
EA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메달 오브 아너는 당시의 고증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저격수라던가 오토바이를 탄 친위대, 비밀경찰 게쉬타포 등 현존했던 독일군을 게임 속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연합군의 병사들도 당시 그 복장 그대로 게이머를 동지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무기 역시 소총에서 탱크, 비행기, 로켓까지 당시에 사용됐던 것들을 그대로 3D 그래픽으로 재현해 낼 예정이다. 병사들의 동작은 2차 대전 참전용사인 예비역 해병대 대위의 감수에 의해 당시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해낼 것이라 하며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사운드는 아카데미 음향효과상에 빛나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사운드 팀이 직접 담당하여 전율의 사운드를 들려줄 것이라고 한다.
메달 오브 아너는 분명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다른 액션 게임들이 그러했듯 10대 중 후반에서 20대에 걸친 남성이라는 분명한 소비대상의 한계는 있겠지만 게이머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들은 이 게임에 열렬한 환호를 보낼 것이 분명하다.
정구정 기자 (sharky@chosun.com)
장르 | 1인칭 액션 |
발매일 | 2001년 하순 |
기대요소 | 2차 대전배경의 실감전투 |
제작/유통 | EA/EA코리아 |
최소사양 | P3-500Mhz 128MB 3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