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 기서중 하나인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삼국지 시리즈는 턴방식 전략 시뮬레이션의 모델을 정립시켰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초기부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이후 등장한 후속작들은 꾸준히 그래픽 요소와 사운드, 애니메이션, 전투시스템 등을 보강해 방대한 원작을 더욱 충실하게 그려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삼국지8은 오프닝 동영상에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유명한 손자병법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시작되는데 여기에는 8편의 중요 변화요소중 하나인 섬세한 인간관계에 대한 중요성이 암시되어 있다. 6백여명의 등장인물들이 엮여 있는 우정, 의리, 사랑, 원수 등 인간관계를 파악하면 게임을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게임답게 원작소설과는 또다른 새로운 인물 구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특징. 전쟁에 있어서도 다세력 연합이라던가 방랑군 집단, 한 맵에서 펼쳐지는 야전과 공성전 등이 도입되어 보다 복잡다단한 게임진행이 요구된다.
<편집자주> 하단부 게임조선 평가점수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평가한 개인적인 점수입니다.
◆ 정구정 기자=삼국지의 무대 중 한곳인 연변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삼국지 시리즈가 명작 게임으로 대접받는다. XT컴퓨터로 허큘리스의 흑백화면을 보며 삼국지1을 즐겼던 올드 게이머들에겐 이번에 새로 나온 8편이 주는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삼국지8을 플레이 해본 소감은 비주얼이 상당히 강해졌지만 어쩐지 예전에 2, 3편을 했을 때만큼의 감흥은 잘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게임의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삼국지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려는 코에이의 고집도 일리가 있지만 이제는 뭔가 색다른 재미를 기대해도 될법한데 하는 아쉬움이 뒤따른다.
8편에서는 내정이 세분화되어 있어 국가를 운영하는 기분을 잘 살려주고 있다. 반면 전투 시스템에서는 병력간의 밸런스가 잘 안맞춰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고 좀 지루하게 전개되는 감이 있어 가뜩이나 인내심을 갖고 플레이하게되는 게임에 몰입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스피디하게 펼쳐지는 스타크래프트류의 RTS 게임에 익숙해져서인지 삼국지8의 전투는 시작하기도 전에 전열을 가다듬다 지쳐버리게 된다.
삼국지8이 대작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도원결의 삼형제와 제갈공명, 조자룡, 조조, 공손찬 등 난세의 영웅들이 펼치는 드라마에 감동을 느꼈던 이라면 밤을 세울 재미를 전해줄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라는 소설 자체를 접하지 않은 젊은 게이머들은 크게 매력을 느끼진 못할 듯 싶다.
◆ 정의식 기자=동양의 고전 `삼국지`를 소재로 한 많은 게임들 속에서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는 꾸준히 그 왕좌를 지켜왔다. 이번 `삼국지8` 역시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훌륭한 게임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 게임성은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 팬들을 위한 것으로, 처음 접하는 게이머라면 적응에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번 삼국지8은 `군단장`과 `방랑군` 등 새로운 신분의 추가와 `상성`이라는 인간 관계의 도입, `전법`이라는 무장 육성 시스템 도입 등 많은 새로운 요소를 갖추고 있다. 특히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에서 어느 정도 세력이 성장하면 그 이후부터는 천하통일이 다소 수월하게 진행되던 것에 비해, 이번 작품에서는 게이머의 세력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자동적으로 반연합군이 결성되게 되어있는데, 이는 마지막까지 게임에 긴장할 수 있게 하는 요소였다.
의형제, 호적수, 결혼 등 다양한 인간 관계가 게임내 캐릭터 사이에 작용하도록 한 것도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한글화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은 편으로, 한글 글꼴도 게임과 잘 어울렸다. 이전 버전보다 한층 세밀해진 그래픽과 보강된 게임 음악도 눈에 띈다.
전작 `삼국지7`이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에 새로운 요소를 많이 도입,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로 인해 기존 삼국지 시리즈 팬들에게는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삼국지8`은 전작의 새로운 요소들을 보강, 발전시키는 한편, 기존 팬들을 위해 전통적인 삼국지 시리즈의 게임 시스템을 유지하는데도 성공한 게임이라 생각된다.
◆ 김용석 기자=맛있는 반찬을 보통 `밥 도둑`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게임은 바로 `시간 도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삼국지 시리즈는 우리나라 게이머에게 `시간 도둑`같은 게임이다. 게임좀 한다는 수많은 대학생들에게 학사 경고를 안겨다 줄 정도로 `삼국지`의 재미는 탁월했다.
2탄부터 국내에 소개된 `삼국지`가 전작의 명성을 등에 업고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184년(황건적의 난)부터 234년(공명의 죽음)까지를 51개의 시나리오로 대폭 세분화했으며 역사 배경을 기초로 한 이벤트도 150가지 이상 늘어났다.
전 장수의 플레이 시스템을 지원한 점도 특징. 등장 장수는 총 650명이며 기존의 군주, 군사, 재야에 새롭게 `군단장` 기능을 추가했고 영토를 갖지 않는 `방랑군`도 선택이 가능해 졌다. 주목할만한 또 다른 특징은 국력이 약해질 때 다른나라들과 반세력 연합을 조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BGM 배경 음악도 29곡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삼국지8`은 이번에도 많은 게이머들이 기대했던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 않아 실망감을 주었다. 물론 턴방식의 게임이 멀티플레이와는 성격이 안 맞겠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코이에는 멀티플레이 전용 모드를 따로 만들어야 했었다.
내년에는 획기적인 변신을 보여주는 삼국지를 기대해 본다. 혹시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진삼국무쌍`과 PC용 `삼국지`의 장단점을 합쳐 새로운 게임을 만든다면 어떻까? 코에이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조선팀 평가점수 | ||||||
ㄴ | 스토리 | 그래픽 | 사운드 | 몰입성 | 독창성 | 종합점수 |
정의식 기자 | 8 | 7 | 6 | 8 | 7 | 36 |
정구정 기자 | 10 | 9 | 7 | 8 | 7 | 41 |
김용석 기자 | 9 | 8 | 6 | 9 | 8 | 40 |
장르 | 역사시뮬레이션 |
개발사 | 코에이 |
유통사 | 코에이코리아 |
최소사양 | P-200,64MB |
출시일 | 2001년 10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