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코만도스?!
이 게임을 처음 보게 되면 아마 코만도스를 절로 떠올리게 될 것이다. 게임의 운영 방식이나, 인터페이스, 기타 많은 요소들이 코만도스와 거의 흡사한 모습을 띠고 있다. 때문에 데스페라도에 대한 첫 인상은 상당히 안좋을 수도 있다. '이거 또 아류작 아냐?'라는 생각이 들테고, 그때부터는 게임이 하기 싫어지게 된다. 하지만 당부하건데, 적어도 1시간만 이 게임을 즐겨보게 된다면, 코만도스와는 많이 다른 독특한 면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자
데스페라도의 유닛 컨트롤이나 시야 개념, 전반적인 게임 운영 방식은 코만도스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류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새로 개발되어 나오는 게임들은 거의 대부분 이전에 발매된 게임들의 좋은 점을 끌어다 쓴다. 물론 똑같게 만들지는 않지만, 상당히 닮은 부분들을 안고 있다. 이런 게임들을 전부 아류작으로 부른다면, 아마 온전히 살아남을 게임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떤 게임이든 전신이 있기 마련이다. 데스페라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코만도스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 게임을 개발했지만 더 뛰어난 게임을 만들기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데스페라도는 무언가 다르다
일단 데스페라도가 코만도스와 가장 다른 점을 들라면 전체적인 색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코만도스가 발매되었을 당시, 정말 사실적인 그래픽에 게이머들은 찬사를 보냈었다. 실사를 옮겨 놓은 것 같은 게임 배경화면은 실제 장면을 방불케 할 만큼의 퀄러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데스페라도는 조금 다른다. 서부를 배경으로한 영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꼭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이 그리고 있다. 약간 거칠은 듯한 느낌만 조금 고치고 캐릭들의 움직임을 좀더 부드럽게 표현했다면, 정말 애니메이션 한편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무더기로 싸우는 전략 시뮬레이션이 아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의 경우 전략 시뮬레이션하면 떠오르는 것이 아마 '러쉬' '생산' 이런 것들일 것이다. 하긴, 거의 모든 전략 시뮬레이션들이 그런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데스페라도는 그런식의 무식한 전략은 결코 통하지 않는다. 믿지 못하겠다는 게이머는 한번 실제로 모든 캐릭터를 모아 적진으로 돌격을 해보라, 아마 몇 초 지나지 않아 게임 오버를 보게 될 것이다. 얼마전 '메탈기어 솔리드'의 PC판이 나오고, 코만도스를 3D로 만든 것 같다는 얘기를 하는 게이머들이 많았다. '메탈기어 솔리드'를 상상해보면 일반 전략 시뮬레이션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적을 찾아 죽이고 다니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적에게 들키지 않게 임무를 완수하는 게임'인 것이다.'
◆쉿! 걸리면 죽는다
그렇다. 데스페라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적을 죽이기 위한 게임이 아닌, 적을 피해 임무를 완수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스테이지가 적군이 주둔하고 있는 장소이다. 그런 곳에 러쉬를 한다는 것은 당연히 계란으로 바위치기. 어떻게 하면 단 한번이라도 적의 눈에 덜 띄며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것이 데스페라도나 코만도스와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의 가장 큰 특징이며, 묘미인 것이다.
이러한 게임 진행을 하기 위해선 적들의 시선을 관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마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이런 적들을 지켜보는 것에 할애하게 될 것이다. 정찰을 하거나 보초를 서고 있는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들의 시선이 어디까지 닿는지를 계산하는 것이 이 게임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며, 또한 게임 풀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스페라도와 같은 게임은 분석과 같은 획일 된 공략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마다 서로 다른 수많은 방법으로 게임을 공략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을 조용히 죽이고 가든, 살며시 숨어서 피해가든 모든 것이 게이머 스스로의 판단에 달려 있다.
◆총싸움은 사절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데스페라도는 최대한 조용히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총을 들고 싸우는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며, 또한 없어야 한다. 총 없이 어떻게 전장을 누빌 수 있을까? 코만도스의 경우는 단도 하나만 들고도 한 소대정도의 부대는 해결할 수 있다는 그린베레가 있어 그나마 가능했지만, 데스페라도는 어쩌란 말인가. 영화를 본 게이머들은 알겠지만, 데스페라도의 주인공은 거의 총질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다녔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총을 쓸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전투를 하는데 있어서 꼭 총만이 무기는 아니다. 나무 판때기, 포크, 접시, 심지어 여자의 구둣발까지 모두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포크, 접시와 같은 황당한 무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예를 든 것이지. 아무튼 총을 잘 사용하지 않는 대신 데스페라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칼은 기본이고, 풍선을 타고 날려 보낼 수 있는 액체 폭탄, 강한 독을 품은 뱀, 적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허수아비, 소리나는 시계, 심지어 여성의 발길질(?)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단지 총을 휘갈기고 다니는 게임보다는 훨씬 독특하고, 기발 하지 않은가. 이런 다양한 아이템들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재미는 실제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여성 캐릭터의 경우 화장 거울을 이용해 적의 시선을 흐리기도 하며, 페르몬(?) 향수로 적을 유혹하고, 옷을 갈아입어 적의 추격을 피할 수도 있다. 이런 독특한 아이템을 지닌 캐릭터들을 잘 활용해가며 게임을 풀어 나가는데, 가끔은 퍼즐 게임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게이머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시선만을 신경쓰며 게임을 즐기는 결과이고, 확실히 캐릭터들의 기술을 활용해 나간다면 상당히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한 시스템의 채용
코만도스와 데스페라도가 다른 점을 들라면 아마 이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데스페라도에는 행동 예약 시스템이 채용되어 있다. 옛날 도스 시스템 시절의 'Batch 커맨드'를 생각하면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더 쉽게 말한다면,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적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옮겨 졌을 때 재빠르게 나와서 칼을 던져 적을 쓰러뜨리는 행동을 한다고 치자. 원래대로 한다면 게이머는 적의 시선을 계속 살피다가 때를 맞춰 캐릭터를 옮기고 던지는 칼을 클릭하고 적을 향해 던져 적을 쓰려뜨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상당히 빠른 행동을 요구한다.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데스페라도의 경우는 이런 행동을 미리 예약해놓는다. 그런 후 적의 시선만을 살펴 실행 키를 누르면 컴퓨터가 알아서 캐릭터를 이동하고 칼을 던져 적을 쓰러뜨리게 되는 것이다.
상당히 간단하지 않은가. 굼벵이 기듯하는 자신의 손놀림을 탓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상당히 독특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코만도스를 즐겨보았거나, 실제 높은 난이도의 게임을 원하는 매니아들의 경우는 다소 반갑지 않은 시스템일 수도 있다. 이런 시스템은 게임의 난이도를 조금 낮춰놓을 수도 있으며, 긴장감을 다소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이런 시스템 채용에 쌍수를 들고 대환영을 할 것이다.
◆꼭 리플레이 해봐야 할 게임
앞서 말한 것 같이 데스페라도와 같은 류의 게임은 단 한번의 플레이로는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실제로 획일화 된 플레이 방식이 없기 때문이다. 10명의 게이머를 모아놓고 플레이를 시킨다면 적어도 5명은 다른 식의 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클리어 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스페라도는 적어도 두번 이상은 플레이 해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확신하건데 두번째 플레이에서는 좀더 효과적이고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게 될 것이다
◆OK 목장을 휩쓸어보자
데스페라도는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져 다른 게임에 비해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줄 것이다. 또한 그동안 많이 보아오던 현대식 무기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재미있는 아이템을 채용하고 있어 게이머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게 될 것이다. 코만도스와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데스페라도를 아류작 취급하지 말길 바란다. 데스페라도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진 재미있고 신선한 게임이다.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장르 | 전략시뮬레이션 |
개발 | 스펠바운드 |
유통 | 인포그램 |
최소사양 | P2-266, 64M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