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평가할 때, 가장 큰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팬저 제너럴과 같이 두터운 매니아층을 이루고 있는 게임을 평가할 때이다. 밀리터리 게임 매니아들의 경우 전쟁 사와, 무기 종류에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허튼 소리를 했다가는 가차없이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아무튼 필자 또한 이런 밀리터리 게임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일반 게이머로 돌아가 공부하는 입장에 서서 게임을 바라보게 된다.
◆끊이지 않는 전쟁
실제로 2차 세계 대전은 끝난 지 오래다. 하지만 각종 매체에서 2차 세계 대전은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다. 게임도 물론 마찬가지. 일반적으로 밀리터리 게임하면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실제 전쟁 사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많다. 팬저 제너럴 시리즈 역시 세계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밀리터리 게임이다. 밀리터리 게임의 경우, 상당히 오랜 기간 시리즈로 나온다. 이유야 많겠지만, 실제로 밀리터리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히 방대하고 치밀한 고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구축된 자료를 단 한번으로 끝내기란 너무 아까울 것이다. 또한 철처하게 사실성에 입각해 만들어진 게임의 경우, 상당히 많은 매니아 그룹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왠만큼의 시리즈 후원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팬저 제너럴 시리즈 또한 6여년 정도의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진 게임이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방대한 자료를 통해 2차 세계대전을 독일군의 입장에서 묘사한 `팬저 제너럴`시리즈는 사실성과 소재의 독특함으로 유럽에서 오랜기간 호평을 받아오고 있다. 이번 작품은 1년 전 발매된 '팬저 제너럴 3 - 어설트 3D'의 확장팩이다.
◆확장팩이라는 이름으로
'Scorched Earth'는 하나의 전술 용어로 '침입하는 적군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시설 등을 태워리는 전술'을 의미한다. 부제가 상당히 의미 심장한데, 아마 매니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태우는게 아니라 태워지는 경우를 많이 겪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밀리터리 게임이 그렇듯이 팬저 제너럴 시리즈 또한 상당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일부 게이머들은 조금 난이도를 낮춰 더 많은 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반면 밀리터리 게임 매니아들은 좀더 사실적으로 게임을 구성해 한단계라도 더 난이도를 높여놓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의견차이 때문에 발매되는 대부분의 밀리터리 게임들은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가끔 자신들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이런 옵션마저 제공하지 않는 개발사도 있다.
아무튼 난이도 면에서는 전편과 달라진 점이 없다. 인공지능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나머지 난이도 조절 옵션이나, 등장하는 유닛들의 밸런스는 이미 긴 시간의 테스트를 걸쳐 완성되어진 만큼 상당히 사실적이며 그와 동등한 난이도를 지닌다. 아마 난이도 조절의 옵션이 제공되지 않았다면, 중간에 게임을 포기하는 게이머들이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사실적인 난이도가 밀리터리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기는 하지만….
전편에 비해 조금은 향상된 그래픽을 보여준다는 빛나는 광고문구와는 다르게 그래픽 면에서는 그렇게 나아진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세부적으로 하나하나 뜯어가며 향상된 점을 들추면 나오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래픽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원작이 상당히 괜찮은 그랙픽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확장팩이 많은 그래픽의 발전을 꾀하지 않았어도 꽤 괜찮은 화면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편과 마찬가지로 줌인/아웃의 범위를 좀더 넓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상당히 넓은 맵의 경우 스크롤로 전세를 판단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때도 있으며, 또한 유닛들의 전투를 좀더 가까이에서 역동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줌인/아웃에 의해 그래픽이 많이 뭉개지거나, 깨지거나 하는 식의 문제가 발생하여 범위를 고정해놓은 것인지는 몰라도, 약간만 더 신경을 써주었다면, 확실히 괜찮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은 역시 캠페인의 추가이다. 4개의 새로운 캠페인이 추가되었으며, 시나리오 역시 전편에 비해 상당히 많아졌다. 또한 수십 가지 이상의 새로운 유닛이 추가되어 또 다른 게임을 즐기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앞서 말한 그래픽적 부분에서 좀더 눈에 띠는 성과를 보였다면, 팬저 제너럴 4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뭐 그런 것 가지고 시리즈를 나눌 수 있느냐는 말을 하는 게이머들도 많겠지만, 밀리터리 게임의 경우 단 하나의 새로운 유닛이 등장하더라도 전략적인 면에서 상당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도 똑같은 엔진에 많은 변화 없는 그래픽을 맘에 두어 확장팩의 이름을 내건 것이 아닐까.
◆사실성이 가장 큰 매력
실제 전쟁에서 작전을 세울 때 가장 중요시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기상 상태일 것이다. 군대를 다녀온 게이머들은 금방 이해가 가겠지만. 간단히 얘기하자면, 비가 많이 오는 날에 평상시와 같이 빠른 걸음을 걸을 수 있을까? 아주 간단한 예지만, 실제 전쟁 시에 진군 속도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튼, 이 게임에서의 기상 상태는 상당히 잘 적용되어 있다. 필자도 팬저 제너럴 3 원편을 해보았는데, 기억에 기상 조건은 있었지만, 확실한 효과는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확실히 구름낀 모습이나 비가오는 것이 그래픽적으로 표현이 되며, 실제 유닛들 또한 이런 기상변화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을 보였다.
필자는 단 1턴 만을 남겨놓고 상태였고, 점령 지역에 적군 유닛도 하나. 폭격기로 유닛을 제거하고 진입을 하려는 작전을 세우고 있었으나,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해서 폭격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미션 실패를 겪게 되었다. 이렇듯, 기상의 변화가 전략에 그대로 반영되어 또 하나의 전략 요소로 정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턴방식 게임도 액션이 된다
팬저 제너럴 시리즈는 턴방식 게임임에도 불구 하고, 꽤 괜찮은 액션을 보여준다. 유닛들이 리얼타임 게임과 같이 역동적인 움직임은 없을지라도 포를 쏘고, 폭격을 하는 등의 액션 처리는 상당히 잘 표현되어 있다. 덕분에 턴방식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지루함을 다소 해소 시켜 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액션이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은 유닛의 액션과 더불어 일어나는 효과음들인데, 실제 포격 소리를 녹음한 것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사실적으로 들린다. 군시절 포격 소리를 들어본 게이머라면, 스피커 볼륨을 조금 높이고 지긋이 눈을 감고 들어 보라. 옛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를 것이다.
◆밀리터리 게임의 대중화는 어려운 것일까
게이머들은 어느새 밀리터리 게임은 매니아 게임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이런 현상은 게임을 최대한 사실화 시키려고만 노력하는 개발사들의 문제도 있지만, 매니아 게임이라고 아예 손을 때는 게이머들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모든 밀리터리 게임이 매니아 게임은 아니다. 또한 게임의 난이도가 높다고 해서 매니아 게임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밀리터리 게임이 사실적이어서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난이도만 높은 것이라면 절대 매니아 층이 생길 수 없을 것이다. 매니아들이 생기는 것은 나름대로 확실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렵다고 해서, 또 밀리터리라는 편견으로 완성도 높은 게임을 그냥 지나쳐가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게임은 게이머의 기호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기호가 혹시 편견이나, 의식적인 것이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밀리터리 게임이란 이유로, 어렵다는 이유로 이런 종류의 게임을 아예 처다보지도 않는 식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꿔 본다면, 아마 상당히 많은 게이머들이 팬저 제너럴 시리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편을 기다리며
팬저 제너럴은 확실히 매력적인 게임이다. 물론 가장 큰 단점(?)은 난이도 일 것이고. 하지만 일반 게이머들을 위해 아주 세세한 난이도 조정 옵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에 맞게 잘 조정한다면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선되어야 할 사항도 많다. 팬층을 좀더 넓히기 위해, 시대에 맞는 좀더 화끈한 액션의 추가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좀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세세한 역사적 사실이나, 유닛들의 설명도 추가해야 할 것이다. 약간만 더 일반 게이머들을 위한 신경을 써서 제작한다면, 팬저 제너럴 시리즈가 매니아 게임이라는 식의 편견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장르 | 전략 시뮬레이션 |
개발 | 마인드 스케이프 |
유통 | 쌍용 |
최소사양 | P2-266, 32M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