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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이블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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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기억하는가.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을 띄워 올릴 만큼 상당한 과학 기술을 소유하고 있던 국가이다. 지금에야 이리저리 조각난 나고 볼품없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그들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이젠 세계적인 게임이 되어버린 '테트리스' 또한 러시아의 작품이며, 4년전 국내에 '얼로즈(원제:레이지 오브 메이지)'라는 타이틀로 소개된 러시아 게임은 세계에 그들의 게임 산업에 대한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 장본인 이다.

◆독특한 장르의 혼합

그 동안 롤플레잉 장르의 게임은 상당히 많이 제작 되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장르들과 마찬가지로 롤플레잉도 정통 롤플레잉과 다른 장르와의 적절한 혼합을 한 액션 롤플레잉 같은 게임들이 만들어졌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경우 롤플레잉의 레벨 업 개념을 도입한지 꽤 오래고, 기타 다른 장르들도 상당수 롤플레잉 장르의 요소를 혼합해 사용하였다. 이는 '롤플레잉' 이란 장르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감정 이입이 롤플레잉 장르에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른 장르의 게임들은 이런 감정 이입의 효과를 채택, 게임의 흡입력을 증가 시키기 위해 장르 혼합의 형태로 많이 제작된다.

롤플레잉 장르의 경우도 시대에 부흥하기 위해 액션을 강조하거나, 어드벤쳐의 특성을 살려 도입하는 식의 많은 시도를 해왔다. 그 중 '얼로즈'는 롤플레잉 장르에 전략 시뮬레이션의 유닛 개념을 도입, 게임을 좀더 흥미롭게 이끄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전까지 전략 시뮬레이션이 롤플레잉의 요소를 가미하는 경우는 많이 있었으나, 원래 롤플레잉인 게임이 전략 시뮬레이션의 요소를 추가하는 형태는 그리 많지 않았다. '얼로즈'는 과감하게 롤플레잉의 파티 개념을 증대 시켜 전략 시뮬레이션의 유닛 개념으로 대체하는데 성공한 흔치 않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떼거지 러쉬가 가능한 롤플레잉?

'얼로즈'라는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물론 롤플레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어느 게이머나 마찬가지로 얼로즈의 용병 개념에 상당히 독특함을 느꼈을 것이다. 게임을 시작하고 10여분이 지나면 이것이 롤플레잉인지, 전략 시뮬레이션인지 구별일 안될 정도로 헷갈리는 현상도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의 진행이나, 스토리의 전개로 볼 때 확실히 얼로즈는 롤플레잉이다. 정통 롤플레잉과 비교할 때 상당히 동적인 게임 플레이가 가능해 일반 롤플레잉 보다는 상당한 액션과 긴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조용조용 퀘스트를 해결해나가는 것과 더불어 전투시에는 상당히 빠른 손놀림과 전략을 요구하기 때문에 게이머들에게 이중적인 만족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지금 소개하려는 '이블 아일랜드'의 전작, '얼로즈'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앞서 '얼로즈'의 좋은 점을 짚어 보았던 것은, 우리에게 생소한 러시아 게임으로서의 가치와 아이디어의 참신함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행여 '얼로즈'가 상당히 뛰어난 작품임을 얘기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게임의 구성과 아이디어를 보았을 때, 주목 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아무튼 '이블 아일랜드'는 앞서 설명한 '얼로즈'의 3번째 시리즈이다. 얼로즈 2는 전편에 비해 향상된 그래픽을 보여 주었으나, 특이하게 관심을 끌만한 요소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곧 발매될 '이블 아일랜드'는 전작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상당히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변화 다운 변화, 3D

앞서 '이블 아일랜드'를 설명하기 위해 '얼로즈' 시리즈를 언급했는데, 실제로 이블 아일랜드는 얼로즈와는 롤플레잉이라는 장르를 제외한다면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레이지 오브 메이지 3'가 아니라 '이블 아일랜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확실히 다른 대우를 받고 싶어서 말이다. 아무튼, '이블 아일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일단 3D로의 변화를 들 수 있겠다. 물론 요즘 게임들은 거의 3D로 제작이 되어 별로 특이한 점도 아니겠지만, 전작과 비교한다면 가장 먼저 눈에 띠는 사항이다.

다른 게임과 비교 한다면, 다크 스톤이나, 서몬어 등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다른 사항을 모두 제외한 눈에 보이는 사항만을 고려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실제로 그래픽의 퀄러티를 비교한다면 다크스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3인칭 시점을 채택하고 있으며, 3D 답게 전후좌우, 위아래 어느쪽으로든 시점의 조정이 가능하다. 물론 줌인/아웃을 포함해서. 등장하는 캐릭터와 몬스터들의 움직임 또한 모션 캡춰와는 비교하지 못하더라도, 상당히 부드러운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의 표현 시 약간의 각진 형태를 보이지만 그리 눈에 거슬릴 만큼은 아니다. 아마 정식 버전이 출시되고 지포스나 부두 계열의 FSAA를 사용한다면 상당히 부드러운 캐릭터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변 배경의 표현은 적절히 사용된 안개와 더불어 확실한 지형차이를 두고 있으며, 이러한 것은 확실한 판타지적인 화면을 구성해내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화끈하고 세심한 전투 방식

요즘 게이머들은 게임을 플레이 할 때 '액션'쪽에 상당히 민감하다. 좀더 화끈하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 화면을 바라는 것이다. 롤플레잉 장르가 이에 부흥하기 위해 액션 롤플레잉을 만들어낼 정도로. 액션 롤플레잉의 선두 주자라 하면, 당연히 디아블로 시리즈 일 것이다. 액션 롤플레잉의 거의 시초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디아블로를 액션 롤플레잉이라 부르는 것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들도 많다. 극단적인 표현으로 '슈팅'이라는 말을 쓸정도로 말이다. 각설하고, 이제는 게임에서 '액션'이라는 요소가 빠져서는 장사가 안 된다. 더불어 '액션' 앞에 더욱 화끈한, 더욱 긴박감 넘치는 이라는 수식어까지 포함해야 그나마 게이머들의 눈에 띠게 되어버렸다.

이블 아일랜드의 전투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디아블로와 같이 역동적인 장면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칼을 휘두르고, 활을 쏘고, 피를 토해내는 장면들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손색이 없다. 더불어 3D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마법까지 동원 된다면, 더욱 환상적인 전투화면을 보여준다.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마법에 반투명 효과를 적절히 사용해 역시 롤플레잉이라는 말을 이끌어 낼 정도로 재미있게 구성해놓고 있다. 다른 동료와 파티를 맺어 칼과 마법을 난무하는 장면이 화면에 뿌려질 때는 정말 기가 막힌 전투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꼭 발더스 게이트를 3D화 시켜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이외에도 한눈에 확 들어오는 인벤토리나, 캐릭터 창 등은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착용하거나, 지니고 있는 각종 아이템을 아주 손쉽게 볼 수 있도록 정리해 놓았으며, 아이템 하나하나의 그래픽에도 상당히 신경을 쏟은 흔적이 보인다.

◆다양한 전투 모드

이블 아일랜드의 경우 일반적인 게임들과 같이 마법을 난무하고 칼을 휘둘러대는 식의 전투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과장되게 얘기한다면, 코만도스와 비슷하다고 할까? 앉고 엎드리고, 기어가며 조용히 전투장을 피해갈 수도 있으며, 적의 뒤로 소리없이 다가가 빽 스텝 데미지를 입힐 수도 있다. 또한 밤을 틈타 적의 주요 인물을 암살 하고 조용히 빠져 나올 수도 있다. 이 같은 전투의 다양성은 다른 롤플레잉들과 차별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다른 롤플레잉들도 있긴 하지만, 3D로 제작된 롤플레잉의 경우 상당히 찾아 보기 힘든 요소이다.

◆멀티플레이의 재미

롤플레잉이 멀티플레이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일반적인 액션 장르의 서로 겨루기식 플레이를 벗어나 실제로 캐릭터 하나하나를 사람들이 조정하며 함께 호흡을 맞춰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게임에서 맨날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파티원을 실제 다른 게이머가 조정하게 된다고 생각해보자. 어느 게임의 멀티플레이 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롤플레잉 멀티플레이의 경우 상당한 팀웍을 필요로 한다. 함축해서 마법사와 전사의 확실한 팀웍은 그 어떤 몬스터도 당할 수 없을 만큼 상당한 파괴력을 가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을 가진 게임이더라도, 팀원이 사람인 것 만 같겠냐는 이야기다. 아무튼, 어떤 형태로 멀티플레이가 제공될지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게 된다면, 어느 게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명작 시리즈로 태어나기를

이블 아일랜드는 롤플레잉 매니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당히 많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이 그래픽, 사운드, 기타 다른 것들과 잘 조화를 이루어야 빛을 바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그러한 독특한 요소들을 좀더 잘 살려, 이블 아일랜드만의 독특한 롤플레잉 시리즈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장르 롤플레잉
개발 니발 인터렉티브
유통 이원코리아
최소사양 P2-233, 64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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