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4년 노르망디
1944년 6월 6일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로 이루어진 연합군이 대규모 수륙 양육 작전을 펼치게 된다. 프랑스의 노르망디 해안에서 펼쳐진 이 작전은 9개의 부대로 나뉘어진 육군과 이를 엄호하는 해군의 포, 마지막으로 공대지 미사일로 적을 섬멸하는 것으로 아돌프 히틀러의 완벽하리라 여겨졌던 대서양 방어선을 무참하게 박살 낼 수 있었다. 신도 놀랄만한 이 작전으로 인해 견고했던 대서양 방어선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뚫리게 되었고, 노르망디 해안의 탈환으로 인해 유럽으로의 진출이 쉬워진 연합군은 1년 후에 유럽을 통일하기에 이른다.
◆ 5편에서 향상된 몇가지 요소들
첫번째 부대의 그룹 지정. 전편에 비해 가장 편해진 점이다. 4편까지 없었던 마우스 드래그로 인한 그룹의 지정은 전편에서 가장 불편했던 점을 말끔히 해소해 준다. 부대의 그룹 지정은 전투에 투입되기 전 파괴된 유닛을 재정비 해줄 때나, 연합군 플레이 시 지원군의 편성 등을 조작할 때 상당히 간편하게 해준다. 이런 그룹 지정은 워크래프트 이후 시작된 전략 시뮬레이션의 정도와 같이 여겨지는 것으로 상당히 수월하게 유닛을 컨트롤 하게 해주기 때문에 5편에 이런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 게이머들에게 가장 큰 기쁨을 줄 것이다.
두번째로 ‘함포사격’을 들 수 있다. 4편까지 함포의 사격 지원을 애타게 갈망했던 게이머들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5편의 시나리오상 중요한 노르망디 해안이 등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유닛을 등장시켜, 게이머들에게는 좀더 폭넓은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것이다. 전략 시뮬레이션에서 유닛 새로운 유닛 하나의 등장은 전략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소식 또한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을 것이다.
이외에 해안 배경의 등장으로 인해 새롭게 추가된 지형지물들이 생겼다. 해안선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철망들과, 벙커, 그리고 대전차 지뢰 등, 이전 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많은 아이템들이 생겼다. 당연히 이런 아이템들도 전략 구상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전편들을 생각하며 그냥 지나쳤다가는 낭패를 겪게 될 것이다.
◆ 리얼 타임 전략 시뮬레이션
워 게임 하면,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을 떠올릴 것이다. 클컴과 더불어 워 게임에 쌍벽을 이루고 있는 팬저 시리즈가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팬저 시리즈를 떠올려 보면, 워 택틱스란 말이 떠오른다. 팬저 시리즈는 클컴과는 조금 다르게 전투를 조금은 높은 곳(?)에서 바라 본 듯한 이미지를 풍긴다. 산을 올라가 나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산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팬저는 조금더 넓은 시야로 만들어진 워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클컴은 산속으로 들어가 나무 하나 하나를 헤집고 다니는 것과 같다.
바로 이것. 클컴이 리얼 타임 워 게임으로 등장하게 된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세분화 되어표현된 유닛들 때문이다. 팬저 시리즈의 경우, 한부대를 하나의 유닛으로 묶어놨기 때문에 유닛의 크기를 좀더 키우고, 덕분에 턴제임에도 불구 하고, 그나마 확실한 액션을 표현하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클컴의 경우가 턴제로 제작되었다고 생각해보자. 클컴의 경우 부대 유닛 하나하나가 상당히 작기 때문에 이런 작은 유닛에 액션을 첨가한다고 해도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있다. 하지만 작은 유닛들이라도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게임이 플레이 될 경우는 턴제 보다는 더 탁월한 긴장감과 박진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따져볼 때, 클컴이 턴제로 제작되지 않은 것이 상당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클컴이 리얼 타임 플레이 방식 때문에 뜰 수 있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턴제를 벗어나 리얼 타임을 채택했기에 조금 더 나은 게임 플레이를 선사한 것이란 말이다.
전략 시뮬레이션에 턴제가 잘 어울리는 이유는, 장르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전략’시뮬레이션이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손은 몇 개일까? 컴퓨터의 연산 처리 속도를 사람이 따라 갈 수 있을까? 아마 그런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진보되어 있을 것이다. 사람은 전세를 살피고, 전략을 구상하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한다. 때문에 컴퓨터와 1대 1의 조건에 놓이기 위해서는 속도 면에서 상당히 텀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된 전략으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 시뮬레이션은 턴제의 형태를 띠는 것이 많으며, 또한 이렇게 될 경우 인공지능 또한 상당한 난이도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리얼 타임의 경우,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을 취할 시간이 상당히 줄어든다. 그래서 사람은 수천 수만개나 되는 컴퓨터의 손을 따라 잡기가 바쁘게 게임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은 컴퓨터의 작전에 반응하는 수동적인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상황 판단이 빠른 컴퓨터의 작전을 먼저 간파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느린 게임 속도에는 이유가 있다
클컴의 게임 진행 속도는 상당히 느리다. 빠르게 진행하는 옵션 또한 제공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컴퓨터의 빠른 연산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약간의 텀을 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클컴의 실행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클컴의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진다면, 안그래도 어려운 게임이 아예 손도 못대는 지경까지 이를 것이다.
사실, 실제와 비교한 다고 해도 클컴의 게임 속도는 느리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와 거의 비슷한 비율로 만들어진 각종 지형 지물을 볼 때,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하게 표현해 놓았다. 포복을 감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굼벵이 기어가듯 해도, 실제로 사람이 포복으로 그곳을 지나간다면, 거의 비슷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너무 실제와 같은 게임은 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필자는 이런 말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다. 적어도 시뮬레이션 장르는 최대한 실제와 같아야 한다. 시뮬레이션이란 이름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 변화 답지 않은 변화
앞서 클컴 5가 전편에 비해 변화된 사항을 몇가지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어 내기에는 상당히 부족하다. 실제로 4편을 즐겨본 게이머라면 5편에서 거의 변화된 모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찾는다 해도 그런 변화가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5편은 차라리 확장팩의 개념으로 발매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그러면 게이머들에게 좀더 호응을 얻지 않았을까. 그래픽, 인터페이스 등 전작에 비해 월등히 변화한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작은 변화라도 클컴 매니아들에게는 충분한 어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반 게이머들에게는 5편이라는 말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 워 게임은 인기가 없다?
워 게임은 턴제 건, 리얼타임이건 상당한 난이도를 지닌다. 물론 이것은 일반 게이머들이 워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익숙하지 않은 이유가 어려워서 이고, 어려워서 익숙하지 않은 것. 한마디로 악순환이다.) 실제 전투를 사실화 한 게임이니까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가장 탄탄한 매니아 층을 이루고 있는 게임 또한 워 게임이다. 이는 곧 워 게임이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완성도란, 시뮬레이션이란 이름에 걸맞게 상당히 사실적이라는 것이다. 앞서 ‘너무 사실적인 게임은 망한다’라는 말을 했다. 이말은 게임의 가장 기본이며 가장 중요한 재미라는 요소가 사실성과 언제부터인가 반비례(?) 관계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상당히 압축되고 일반화된 재미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군대 생활을 시뮬레이션화 한다면, 군대 생활을 잘 알지 못하는 여성들은 그리 재미있지 않을 것이다. 마찮가지이다. 군대에서 탱크부대를 나온 사람이 탱크 시뮬레이션 게임을 접하게 되면, 다른 게이머와 다르게 상당히 재미있어 할 것이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경우, 실제 상황이나 무기를 소재로 한 것 보다는 가상의 세계, 즉 미래나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이 더 많은 인기를 누린다. 이는 사실(?)을 배경으로 하되, 많은 사람들이 확실히 느껴보지 못한 가상의 세계를 끌어들여 시뮬레이션의 벽을 허무는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실제이지만 아무도 느껴보지 못한 배경을 사실화 시킨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실제로 체험하지 못한 사실은 결국은 허구일 수 있으며, 가상의 세계일 수 있다. 똑 같은 학교를 배경으로 게임을 만든다고 해도, 과거의 학교나 미래의 학교가 현재의 학교를 배경으로 한 게임보다는 많은 호응을 얻을 것이다. 사람들은 꿈을 좋아한다. 꿈…. 현실이 아닌 미래나 과거의 상상을 말하는 것이다. 아마 클컴의 경우도 유닛에 미래의 장비를 추가 했으면 게이머들의 반응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 재밌는 게임은 게이머마다 다르다
게이머들은 흔히,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장르나 게임에 대해서는 상당한 편견을 가진다. 특히 이런 종류의 워 게임은 많은 게이머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 왜? 앞서 말한 것 같이 대부분의 게이머는 사실적인 시뮬레이션에서 ‘재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하지만, 클컴을 하나 하나 뜯어보라. 인공지능, 그래픽, 인터페이스 등, 어느 것 하나 다른 대박 게임에 뒤지지 않는다. 그래픽을 하나 하나 꼼꼼히 뜯어 보라. 그리고 비교해보라. 다른 게임들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가? 인공지능 또한 비교해보라. 하나 하나 각기 비교해보면, 클컴은 다른 게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그게 뭐가 재밌어’. 이말 한마디만 할뿐 다른 건 따지지 않는다. 재미없으면 그만이다. 많이 팔리는 게임이 명작이 아니다. 제작사나 유통사에 많은 돈을 벌어 주는 게임만이 최고의 게임이 아니다. (물론 돈많이 벌면 좋기야 하겟지만)
◆ 진정한 게이머가 되기 위해
필자는 클컴과 같이 매니아 게임이라 불리며 여러 게이머들에게 좋은 게임이 그냥 스쳐가는 것이 상당히 아쉽다. 클컴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좋은 게임들이 조용하게 사라져 가는 것이 상당히 못마땅 하다. 좀더 많은 게이머들이 시야를 넓히고, 편견을 버린 상태에서 진정한 게임의 재미를 찾아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는 클컴과 같은 게임이 매니아 게임이 아닌 게임성 그자체 만으로 평가 받고 즐기는 상황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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