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의 감초, 롤플레잉
지금까지 나온 게임들의 장르를 한번 따져본다면, 아마 롤플레잉이 가장 많을 것이다. 물론 요즘이야 액션 장르가 상당히 많이 제작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게임은 롤플레잉의 형식을 취하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롤플레잉 하면 또 판타지를 빼놓을 수 없는일. 대부분의 롤플레잉이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말안해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판타지 세계’하면 어떤 캐릭터가 떠오르는가? 긴검을 든 전사, 지팡이를 휘두르며 파이어 볼을 쓰는 마법사, 그리고 성기사, 네크로맨서 등등. 이렇게 많은 캐릭터를 모두 다루고 있는 게임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은 이들을 전사, 마법사, 그리고 레인져.(전사와 마법사는 거의 공통적이지만 뒤에 레인져는 다른 캐릭터로 많이 바뀌기도 한다.) 이렇게 세부류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들이 다른 직업들을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최강의 클래스, 소환술사
하지만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 ‘소환술사’가 요즘 게임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소환술사는 마법사 계열로 볼 수 있다.(전사와 마법사의 중간 직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법사 계열로 조금더 치우친 캐릭터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게임에서도 마법사들이 소환술을 쓰게되어 있다. 하지만, ‘소환술사’는 앞서 언급한 전사나 마법사와 거의 동급으로 취급해도 좋을 만큼 상당히 매력있는 캐릭터이다.
소환술사는 대체 어떤 캐릭터일까? 소환술사는 이름 그대로 여러가지 피조물을 소환해내는 캐릭터이다. 물론 소환 이외에도 동물을 부리거나 언데드를 불러내거나 하는 일들을 하기도 한다.(물론 동물을 부리거나 언데드를 일으키는 것으로 테이머나, 네크로맨서 등으로 다시 나누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환술사는 적과의 전투시 전방에 위치하지 않는다. 전투는 소환한 피조물들에게 명령을 내려 하고, 자신은 뒤에서 피조물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치료마법을 행하거나, 슬로우, 블레스 등의 마법으로 피조물의 전투를 수월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소환술사는 전투 전방에 위치하지 않으므로, 롤플레잉의 힘과 마력을 나눈다면 힘보다는 마력쪽에 조금더 가중치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사 계열 보다는 마법사 계열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환술사의 경우 대부분의 게임 초반 진행에는 조금 어려운 감이 있다. 소환능력이 미비하여 소환할 수 있는 대상이 상당히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이 중반에 접어들고 소환능력이 어느 정도에 이르기 시작하면 가장 강력한 캐릭터로 거듭나게 된다. 더불어 마법 시연 능력까지 겸하고 있다면, 거의 최강의 캐릭터로 키울 수 있다. 양손에 드래곤을 거느리고 다니는 캐릭터를 상상해보라.
◆ 게임속의 작은 신(god), 소환술사
소환술사는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하나의 창조자라고 말할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여러 피조물들을 창조해 내고, 더불어 죽은 자도 되살리는(물론 이건 부활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데드를 말하는 것이다.) 일도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괜찮은 캐릭터가 왜 그동안 게임속에서 가리워져 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대부분의 마법사가 이런 소환술사의 역할을 대신 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소환술사를 특화 시키게 되면, 상당히 많은 유닛이 게임 화면에 등장하게 되고 이것 또한 게임 레벨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잘못할 경우 최강의 캐릭이 되어 다른 캐릭터 들과의 균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소환술사의 경우 소환 대상이 어느 것이냐에 따라 게임 난이도가 확연히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섣부르게 소환술사의 소환술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 소환술사의 경우 소환된 유닛으로, 몇 명의 캐릭터를 대신할 정도의 힘을 발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피조물들을 위한 다중의 인공지능과, 명령체계 등은 잘못 설정될 경우 롤플레잉이 아니라 전략 시뮬레이션의 형태로 둔갑할 위험 또한 안고 있다.
근래에 녹스나, 발더스 게이트, 디아블로 2 같은 게임이 이런 소환술사를 캐릭터로 사용하고 있다. 이 게임들을 해본 게이머들은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게임속에서 소환술사가 상당히 균형있게 표현되어 있다. 이런 게임의 경우 소환술사의 소환 능력을 상당히 앞축시켜 게임내 캐릭터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밸런싱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게임속에 존재하는 소환술사의 능력이 다른 캐릭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소 작게 표현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 또 다른 소환술사의 등장
볼리션이 이런 소환술사를 주인공한 게임을 한창 제작 마무리 단계 두고 있다. 볼리션은 프리스페이스로 게이머들에게 잘 알려진 회사로 이번엔 우주가 아니라 판타지를 배경으로한 롤플레잉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프리스페이스를 즐겨본 게이머들은 이들의 능력을 믿고 소환술사(Summoner)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 현재 데모까지 공개된 상태이며, 데모에서 상당히 기대할 만한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3인칭 시점에 풀 3D로 제작되어 있으며, 그래픽 또한 다른 게임에 뒤지지 않을 만큼 상당한 퀄러티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디아블로 시리즈와 같이 액션에 상당한 초점을 두어, 캐릭터 들의 화끈한 전투신을 감상할 수 있으며, 시점 또한 전후좌우 자유롭게 변경이 가능하다. 그리고 현재 게이머들에게 가장 관건이되는 멀티플레이를 지원, 여러명이서 파티를 맺어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면 플레이 하는 것이 가능하다. 더불어 롤플레잉 답게, 아이템, 무기, 방어구 등이 상당히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게임을 플레이 하는 동안 이런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환술사라는 제목에 걸맞게 게임에서 소환할 때의 장면이 상당히 잘 표현되어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서 소환수로 소환을 할 때 돌아가는 동영상을 조금 축소시켜 표현했다고 하면 쉽게 상상이 될 것이다. 다른 게임들과 같이 소환술사가 소환을 할경우 피조물이 그냥 펑~하는 효과와 함께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번개도 치고, 차원의 문도 열리고, 땅도 갈라지고 하는 식으로 게임속에 표현되어 상당히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각 캐릭터들의 전투시 액션 역시 큼직큼직하게 움직이게 표현하여 더 시원스런 액션을 선사해준다.
소환술사는 제작년 말에 출시 되었던 다크 스톤과 조금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 카메라 웍이나, 시점, 그리고 캐릭터 들의 움직임. 다크 스톤에 비해 조금더 향상된 그래픽과 과감한 액션을 첨가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데모는 640*480의 해상도만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런 저해상도에서도 소환술사는 상당히 깔끔하고 빈틈없는 그래픽을 보여준다. 앞으로 정식 버전에서는 1024*768까지 지원한다고 하니, 얼마나 더 깨끗한 그래픽을 보여줄것인지는 말 안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의 세부 설정 등은 다크 스톤의 그것과 비길 바가 아니다. 다크 스톤에는 없었던 세부적인 스킬 시스템과 체계화된 마법의 사용은 소환술사의 질을 한층 높여놓고 있다. 데모이기 때문에 많은 플레이를 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제목과 다르게 칼과 방패를 능숙하게 쓰는 전사로 키울 수도 있을 정도이다. 소환술 뿐만 아니라, 칼과 방패, 마법 등의 스킬이 각기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롤플레잉의 가장 큰 매력인 게이머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일반 스킬은 각종 서브 스킬과 조합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검을 들고 싸우게만 시켜도 게이머가 다른 서브 스킬에 포인트를 분배하였다면, 칼질과 동시에 그런 스킬들은 자동으로 발휘되게 된다. 예를 들어 검을 들고 싸우다 밀치기도 하고, 피하기도 하며, 상대방을 넘어뜨리기도 한다. 이러한 각종 서브 스킬들이 게이머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임의로 캐릭터가 조합해 사용하기 때문에 액션 면에 있어서는 상당히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소 불편한 점도 있었다. 시야의 범위가 너무 작아 캐릭터 선택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적이 화면에서 사라지는 현상도 생겼다. 화려하게 시연된 마법이 적에게 멋지게 타격되는 장면을 볼수 없다니. 뭐, 이런 문제야 정식 버전이 출시되고, 고 해상도를 지원하게 되면 말끔이 사라질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캐릭터의 이동 시, 땅을 클릭하는 것이 다소 불편하고, 맵 창을 보기가 조금 껄끄러운 것은 고쳐져야 할 것이다. 게임의 가장 기본이며 또한 가장 예민한 부분인 인터페이스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게임성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많은 유저들의 원성을 사게된다.
◆ 기대작 리스트에 꼭 넣어두자
게이머들은 각자 나름대로 기대작 리스트를 만든다. 물론 글씨로 직접 써서 만든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직 수정되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프리스페이스를 접해본 게이머라면 볼리션사를 믿고 이 게임, 소환술사를 당연히 기대작 리스트에 넣어두게 될 것이다. 디아블로 2 이후, 색다른 액션 롤플레잉을 기다리고 있던 게이머들에게 상당히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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