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00년은 FPS의 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작품들이 게임 시장에 출시되었다. 예를 들어 '퀘이크3:아레나'와 '언리얼:토너먼트', '노원 리브스 포에버' 등의 게임은 수작 혹은 대작이라 불릴만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발매되는 대부분의 FPS 작품들은 앞서 말한 게임들과는 조금 다르게 쏘고 달리는 평범함에서 탈피하여 각자의 개성을 찾아가게 되었다. '아메리칸 맥기 엘리스'와 같은 일상적인 FPS의 세계에서 벗어난 개성적인 작품들은 신선한 게임을 갈망하던 매니아들에게 점차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게 되었다. '언다잉'이라는 게임은 '호러'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깊숙한 인간 내면의 공포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작품으로 최근에 통신가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 게임이다.
'공포'라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예전부터 인간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공포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사람들은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소설,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에 이르기까지 '공포감'을 이용하여 제작한 작품들은 여러 방면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아 왔다. 특히 이러한 소재를 이용하여 화제가 된 게임, 즉 '바이오 하자드'가 대단한 성공을 거두면서 '호러'라는 장르에 제작사들의 시선이 쏠리게 되었다. '언다잉' 역시 '호러'라는 단어가 적합한 게임으로서, 당신을 깜짝 놀라게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게임이다.
◆언다잉 & 언리얼
'호러'라는 단어가 어울릴만한 '언다잉'은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 발매되는 게임들의 그래픽과 비교해 볼 때 '언다잉'의 그래픽은 그리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공포적인 느낌을 상당히 잘 살려내어 전체적인 게임의 분위기를 한 층 띄워준다. 또한 전체적인 렌더링 수준이 상당히 뛰어나며, 광원효과와 3D효과가 공포감 조성에 상당히 잘 적용되고 있다.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여 조금은 어둡지만 공포라는 요소에 걸맞은 질감과 색감을 잘 살려내고 있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총알자국이 선명하게 남는 유리창이나 벽 등의 표현은 사실감을 더해준다. 또한 여러 캐릭터의 모델링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뛰어난 게임 플레이 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얼굴 근육의 섬세한 움직임은 지금까지 발매된 게임들 중에서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게임에서 적절하게 사용되는 효과음은 게임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한 몫 하게 되는데, 가령 음침하게 울려 퍼지는 귀신의 곡소리나 아이들이 떠들어대는 섬뜩한 목소리들이 그러하다. 배경음악 또한 적재 적소하게 흘러나오기 때문에 긴장감을 유발시키게 된다. 게이머들이 둠을 처음 접했을 당시 나즈막하게 들려오는 숨소리와 가까이 다가올수록 커지는 발자국 소리를 생각하면 금방 느낌이 올 것이다. '언다잉'의 가장 뛰어난 부분이 바로 이러한 음향 효과에 있다. '언다잉'은 EAX와 A3D 기술을 확실하게 지원하기 때문에 좀 더 향상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무기의 효과음이 상당히 뛰어나 사운드만으로도 타격감을 느낄 수 있고, 3D 서라운드의 제대로 된 지원으로 소리만으로 적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이다. 어두운 밤, 불을 끄고 혼자 플레이 하는 게이머들은 아마 상당히 많은 양의 식은 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
◆언다잉이라는 공포 영화
'언다잉'에는 어드밴처적인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이 상당히 흥미롭다. 게임의 진행 또한 몬스터들 뿐만 아니라 '유령'이라는 요소를 첨부하여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게임을 심도 깊게 공포스러운 이유는 마치 영화 같이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주된 장르는 FPS라 할 수 있지만, 스토리 진행에는 3인칭 시점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3인칭 시점으로서 게임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게 되고, 사건의 내막을 점차적으로 알아가게 된다. '노원 리브스 포레버'에서 사용되었던 '립싱크 기술'이 '언다잉'에서도 적용된다. 이 게임은 성우의 목소리와 캐릭터의 입이 일치되는 립싱크가 적용되어 있다. 하지만 입 모양까지 완벽하게 묘사되는 것은 아니다. 립싱크 기술과 더불어 얼굴 모양의 세세한 움직임은 영화적인 요소를 더욱 부각시킨다.
◆보이지 않는 진실의 세계
'언다잉'은 특히 귀신을 볼 수 있는 마법이 존재해 참신함이 돋보인다. '유령'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사용한 '언다잉'에는 여러 가지 독특한 마법이 존재한다. 공격마법들과 더불어 앞서 언급한 '(일명)귀신보기' 마법은 공포감 조성에 한 몫 하게 된다. 진실은 항상 왜곡되어 있듯이, 이 게임은 보이는 것만이 사실이 아니다. 이상한 느낌에 귀신보기 마법을 사용하면, 갑자기 보이지 않던 유령이 앞에 떡 하니 서있는 경우도 생긴다. 평화로운 액자의 그림 또한 피를 흘리고 있는 흉칙한 괴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게임의 부가적인 기능은 플레이어의 흥미도를 높여주게 된다. 예전에 발매되었던 '소울리버'의 경우도 현실 세계와 영의 세계를 오가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임 설정이 적용된 바 있다.
호러 게임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문 뒤에 항상 적 숨어있다는 것이나 창문을 깨고 몬스터가 침투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게임 또한 이러한 룰을 상당히 따르고 있기 때문에 호러 매니아들에게는 다소 따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적과 조우할 수 있는 연출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거울을 통한 적과의 조우는 상당한 공포감을 이끌어낸다.
◆멀티플레이의 부재
'언다잉'의 가장 큰 단점은 멀티플레이의 부재라 할 수 있다. 최근에 발매되는 게임들을 살펴볼 때 멀티플레이의 존재 여부는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멀티플레이만을 위한 FPS 작품들도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언다잉'의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은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언다잉'만큼 재미있는 싱글 플레이를 제공하는 멀티플레이 게임도 드물 것이다. 또 하나, '언다잉'은 게임 플레이 중 나오는 대화의 텍스트가 지원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화가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게이머를 위한 이런 작은 배려의 부재 또한 아쉬운 점이다.
◆난 죽지 않아
아메리칸 맥기 앨리스를 뒤이어 EA에서 발매된 호러 게임 '언다잉'(엘리스는 엽기라고 하는게 더 맞기는 하지만). 통신가를 뜨겁게 달굴만큼 수준높은 게임임에는 틀림없다. 영화 같은 게임 진행과 더불어 신선한 게임 시스템, 뛰어난 사운드 효과는 게임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언다잉'은 올 봄 게이머들의 심장을 싸늘하게 만들얼 줄 것이다.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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