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제작사들이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 전 세계 게이머들을 놀라게 해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발매되는 '블레이드' 또한 그리 유명세를 타지 못한 '레벨액트'라는 스페인의 한 회사에서 제작하였다. '블레이드'는 3인칭 액션과 롤플레잉의 조합, 짜임새 있는 레벨 디자인으로 발매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은 바 있는 작품이다.
◆ 컴퓨터 그래픽의 한계
풀 폴리곤으로 제작된 '블레이드'의 그래픽은 상당한 수준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발매된 게임들 중에 가히 최고라고 평가받는 '새크리파이스', '자이언트'와 비교해볼 때 거의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세밀한 그래픽을 구현하고 있다. 또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상당히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캐릭터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마저도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이다. 얼굴 또한 자세하게 묘사되어(물론 아직까지 실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캐릭터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화려한 캐릭터뿐만 아니라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배경 그래픽 또한 압권이라 말할 수 있다. 사실적인 광원효과와 더불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그림자의 표현은 실사를 방불케 하며, 파장이 생기는 물의 움직임은 EBM(Envirenment Bump Maping)을 사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때문에 이 게임에서 강가나 호수 가의 질감표현은 상당히 뛰어나다. 또한 빛에 따라 명암의 변화가 확연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확실한 그림자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벽과 같은 곳에 칼을 부딪치면 파편이 튀기기도 하며, 적에게 공격당할수록 캐릭터에 상처가 늘어나는 모습 또한 자세히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은 어린이들이 플레이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면이 다소 보인다. 칼로 적들을 가격하게 되면 피가 분수처럼 퍼져나가면서 몸통이 잘려나가기도 하며, 피가 뿜어져 나오는 표현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에, '블레이드'가 국내에 유통될 때에는 '18세 이상 등급'으로 판정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 제작자, 특히 그래픽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는 아마도 뛰어난 효과에 따른 고사양의 요구일 것이다. '블레이드' 또한 그래픽에 상당한 힘을 쏟았으므로, 고사양을 요구하고 있다. 아마 왠만한 컴퓨터의 사양이 아니라면 모든 옵션을 켜고 플레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상당히 빠른 행동을 요구하는 액션 게임에서 저사양의 컴퓨터로 이 게임을 플레이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이 게임은 FSAA를 지원하기 때문에 대단히 선명한 화질을 선사하지만, 저 사양 유저들에게는 포기해야만 하는 옵션으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Glide 모드'의 지원은 부두를 사용하는 게이머들에게는 희소식.
◆ 게이머들이여 볼륨을 높여라
'블레이드'는 장엄하다', '웅장하다'. 이러한 단어들이 어울릴만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 '블레이드'의 배경음악에는 제작진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적들에게 점점 다가설 때에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이 연주되며, 숲 속에서는 웅장함이 곁들여진 배경음악, 그리고 보스전에서는 숨막힐 듯한 배경음악이 펼쳐진다. 사운드 만을 떼어놓고 볼 때 그것의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적제 적소에서 울려나오게 된다면, 그 가치는 상당히 상승하게 되어있다.
또한 '블레이드'는 배경음악 못지 않게 효과음도 상당히 뛰어난 면모를 보여준다. 배경에 놓여진 사물에 따라서 음원이 틀려지는데, 가령 나무를 칠 때에는 둔탁한 소리가 나며, 대리석에 타격을 가할 때에는 물질 특유의 사실적인 효과음이 나온다. 그리고 3D 서라운드를 지원, 들리는 소리만으로도 위치를 짐작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 단순한 액션 게임은 물러가라
'블레이드'의 장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액션 롤플레잉(?)'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물론 이 게임은 겉보기에는 당연 액션 게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를 뜯어보면 롤플레잉 장르의 특징이 깊이 녹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게임은 롤플레잉과 같이 레벨의 개념이 있기 때문에 몬스터를 많이 처리할수록 레벨이 올라가게 된다.(너무 당연한 얘기인가) 이러한 레벨의 개념은 단순한 액션만이 아닌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게 한다. 한마디로 캐릭터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블레이드'는 액션의 장점도 잘 살려 놓았는데, 상대방을 가격하는 타격감이 상당히 리얼하게 느껴진다. 앞서 언급한 룬의 경우 타격감이 상당히 좋지 않다. 상대편을 때려도 허공에 칼질을 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레이드'의 경우 룬과는 다르게 사운드 효과나 그래픽 효과를 적절히 사용해 리얼한 타격감을 안겨준다. 몬스터를 처리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시뻘건 핏줄기. 정말 리얼 그자체다.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 할 때 상당한 쾌감(?)을 안겨주는 것이 사실이다.
'블레이드'는 총 4명의 전사들로 구성되어있으며, 각각 개성 넘치는 4명의 캐릭터들을 플레이어의 임의대로 선택할 수가 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을 골라서 게임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러한 캐릭터들의 선택에 따라 시나리오도 상당히 다르게 전개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블레이드'에는 롤플레잉적인 면모가 다분하기 때문에 스토리 라인 또한 중요한 요소로 적용된다. 4명의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4가지 시나리오의 존재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을 리플레이 해야하는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있다.
◆ 세밀한 전투 시스템
'블레이드'에는 '액션 게이지'(확실한 명칭은 모르겠다)가 적용되어 있다. 이것은 전투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게이지는 무기를 휘두르게 되면 점차 줄어드는데, 이 게이지가 완전히 없어지게 되면 캐릭터는 무방비 상태로 휴식(?)을 취하게 된다. 숨가쁜 전투 시에 이러한 게이지를 항상 염두하고 싸우지 않는다면 무방비 상태에서 몬스터에게 상당한 피해를 당하게 될 것이다. 이 게이지가 상당히 눈에 거슬리는 게이머들도 있겠지만, 이런 게이지의 적용은 게임을 좀더 사실화 시키고 있으며, 무조건 마우스만 마구 눌러대는 식의 플레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준다.
'블레이드'는 또한 키보드의 방향에 따라서 공격형태가 달라지게 된다. 방향키의 선택에 따라 가로 베기, 세로 베기, 돌려 베기, 뛰어서 베기 등 다양한 행동이 펼쳐진다. 이러한 공격 형태를 임의대로 조합하면 적절한 콤보가 이루어지는데, 몬스터와의 전투 시에 상당히 중요하게 쓰인다. 이러한 공격 형태의 다양화는 액션에서 가장 중요한 '싸우는 재미'를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또한 '룬'에서 사용되었던 전투 시스템이 이 게임에서도 적용되는데, 바로 적이 떨어뜨린 무기를 주워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필드에서 몬스터가 들고 다니던 무기를 사살 후에 빼앗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적의 몸 부위를 무기로 사용 할 수가 있는데, 이것으로 상당히 엽기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특정한 무기를 사용하여 몬스터에게 가격을 가하면 그 부위가 잘려나가는데, 가령 머리, 팔, 다리 등의 부위가 떨어져 나가게 된다. 이렇게 떨어진 부위를 짚어 던질 수도 있고,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캐릭터의 공격형태가 여러 가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플레이가 다양해지지만, 반면에 헛치는 일이 상당히 많아진다. 공격을 가할 때마다 일정한 정체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재빨리 다른 행동을 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정체 시간을 이용하여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공격하기 때문에, 전투 시에는 상당히 신중하게 칼질을 해야만 한다.
◆ 다소 불만스러운 밸런스
게임의 밸런스 조절이 다소 아쉽다. 우선, 개성적인 캐릭터를 생성하기 위해서 4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초반에 4명의 밸런스가 다소 맞지 않는다. 게임 초반에는 적의 칼질 몇 번에 나가떨어지는 허약한 캐릭터와 맷집이 강한 캐릭터의 차이가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물론 롤플레잉 게임을 많이 해본 게이머들의 경우 이런 밸런스 차이가 당연하며, 또한 그런점이 클래스를 바꿔가며 플레이하는 참맛이라는 것을 알것이다. 하지만 초반에 너무 차이를 많이 보이는 캐릭터들은 초보들에게는 다소 난이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블레이드'는 캐릭터들의 중량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중량감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게임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느려지게 된다. 캐릭터의 행동 하나 하나가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스피디한 게임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남게 될 것 같다.
◆ 구석 구석 수작의 냄새가 풍긴다
'블레이드'는 최근에 발매되는 게임들 중에 보기 드문 수작이라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초반 밸런스가 너무 사실적이라는 점과 전체적으로 느린 게임 진행은 '블레이드'를 대중화 시키는 데에는 약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대한 보스들과의 전투, 플레이어를 흥분시키는 화끈한 액션, 그리고 환상적인 그래픽은 액션 게임 매니아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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