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에이지 + ? = 제노에이지 플러스
게임은 어느 것이든, 베타 버전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알파 버전 또한 당연한 것이고, 하지만 제노에이지가 베타 버전까지 완성되었을 당시, 제노에이지의 첫번째 스테이지를 접한 대부분의 필자들은(물론 다수의 기자들 포함) 극악의 난이도에 모두 혀를 내둘렀다. 그래픽이니 사운드니, 모두 제쳐놓고, 게임의 인공(?)지능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필자진들은 바로 이사실을 밝혔고, 가마소프트 측도 이를 인정, 정식판은 그나마 인공지능이 조절된 상태로 발매되었다.
물론 정식판의 인공지능도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베타판에서 조절이 되었다고는 하나, 역시 어려운 건 마찮가지였고, 자신의 실력을 탓하던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그것이 곧 게임 인공지능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보 같은 NPC' 아마 이 글귀가 제노에이지 초기판에 가장 알맞은 인공지능의 평가일 것이다. '그냥 먼저 가서 죽어버리는' 부속 등장 캐릭터들은 게이머들을 답답하게 했으며, 곧 제노에이지 인공지능의 질을 상당히 낮춰버리기에 이르렀다. 물론 어느분 말대로, '가서 먼저 죽어 버리는 것' 또한 인공지능이다. 빨리 죽게끔 인공지능을 설정했으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 이치니까. 하지만 그럴리만무 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 -'-;
덕분에 제노에이지는 발매 후 바로 인공지능에 관한 패치를 내놓는다. '제작자들은 게이머들이 게임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에 흐뭇해하고 있다는' 이런 말이 나돌았는데, 아마도 근거 없는 소문임에 분명하다. 제작자들이 인공지능의 좋고 나쁨을 제일 먼저 알고 있었을 것을. 아무튼, 인공지능 패치는 그나마 제노에이지의 난이도를 낮춰주었고,(인공지능이 잘못되서 어려운걸 난이도가 높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건가 -'-) 덕분에 많은 게이머들이 조금은 편하게 제노에이지를 플레이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의 향상
사실, 롤플레잉. 특히 전략 롤플레잉의 경우 인공지능은 게임의 거의 모두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략 롤플레잉의 경우 대부분 흘러가는 스토리에 맞춰 각 스테이지가 존재하고, 그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전투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그래서 전투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인공지능이 바로 전략 시뮬레이션의 꽃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래픽과 사운드 등의 부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전략 롤플레잉의 경우,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성화는 게이머를 얼마나 더 오래 컴퓨터 앞에 앉혀놓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게임을 완전히 클리어 하고 나서도, 그 게임의 오랜 신봉자로 남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전략 롤플레잉에서의 캐릭터 표현이다. 또한 적절한 사운드는 말할 것도 없고.
필자가 제노에이지 플러스(이하 '제플')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었다. 받아드는 순간,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며, 간곡히 외쳤다. '첫판은 깨야 할텐데…' -'-; 하지만 필자가 제플의 첫번째 스테이지를 플레이하고 났을 때, 필자의 입가에는 조그만 미소가 번졌다. 다행스럽게도 제플의 인공지능은 걱정했던 바와는 다르게 상당히 잘 맞춰저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정도면 쓸만한걸~' 첫판에 기운을 얻은 필자는 신나게 다음 판을 향하였고, 인공지능에 대한 걱정이 사라져서인지 쉽게 쉽게 다음 판들도 클리어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7번째 판까지 거침없이 플레이를 했다. 역시 전편의 인공지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플은 다소 쉽게 만든 것 같았다. 그렇다. 이정도의 난이도면, 많은 게이머들이 쉽게 제플을 접할 수 있겠다. 그후, 인공지능 외의 사운드나 그래픽쪽으로 눈이 돌아갔다. 전편에 비해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캐릭터 일러스트가 상당히 깔끔해졌다는 것이다. 전편의 조금 지저분한(??) 분위기를 벗어나 깔끔하고, 원색적인 일러스트들은 캐릭터들의 성격과 외모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으며, 거의 모든 대화를 더빙 처리한 음성효과 또한 상당한 수준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래, 이정도는 되야 발매한 맛이 나는 것이지…
◆관심을 끄는 작은 변화들
그래픽, 사운드, 인터페이스 등, 잘만들었다는 표현을 듣지는 못할지라도, 괜찮다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물론 맵이나, 캐릭터들이 옛날 롤플레잉의 전신을 벗어나지 못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그래픽은 게이머들에게 옛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나, 역시 요즘 시대에 이런 그래픽은 대부분의 게이머들에게 괜찮은 점수를 받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가 그래픽에 대해 특별히 질이 낮음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제플은 캐릭터 일러스트부터 각종 화면 디스플에이, 그리고 맵의 형태가 구버전 게임들의 그것을 비슷하게 그려내면서도 상당히 깔끔하게 잘 표현되어있다. 물론 제작사가 어떤 의도에서 이런 그래픽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고전의 향기를 불러일으키키 위함인지, 아니면 정말 그래픽의 수준이 그정도 인지를 뜻하는 것이다.) 필자의 눈에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고전풍의 그래픽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물론 요즘의 게이머들(그래픽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중에는 그래픽이 맘에 들지 않으면 아예 손조차 대지않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얼마전까지 게이머들은 똑 같은 자리에서 게임을 하며, 이런 그래픽에 찬사를 보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시간이 흘러 그래픽이 발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옷이나 각종 디자인들의 복고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게임이라고 그 흐름을 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번 기회에 제플을 보며 잠시 옛 추억에 젖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10번째 스테이지까지 필자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제플을 플레이했다. 캐릭터의 일러스트도 꼼꼼히 뜯어보며, 더빙된 음성도 재미있게 즐기며, 한참 게임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하지만… 11번째 스테이지인가(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범위 마법을 사용하는 적 신관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필자의 캐릭터들은 하나둘 마법에 나가떨어지고, 결국은 게임오버를 보고야 말았다. 설마… 필자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다시 로딩을 하고(역시 게이머에게 세이브 습관은 필수다!) 다시 그 스테이지를 차분히 플레이 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 적 신관의 마법 한방에 아군 캐릭터들의 에너지는 거의 1/2까지 떨어졌으며, 다음 공격 턴 한번 지나고 나면, 거의 때죽음 상태에 이르렀다. 갑자기 강해지는(?) 적의 마법사.
◆아직 남아있는 문제들
난이도 조절의 실패인가? 필자의 잘못된 플레이로 인한 것인가? 필자는 이 스테이지 바로 전에 상점을 지난 것을 생각했다. 당시 상점에는 팔지를 팔고 있었는데, 종류는 물리적인 타격을 줄여주는 것과, 마법의 저항력을 올려주는 항마력 팔지가 있었다. 물론 필자는 그전판까지는 마법에 의한 공격에 그리 큰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으므로, (전판까지는 마법사의 마법이 그리 강하지 않았고, 문제는 때거지의 졸병들이었으므로) 물리적인 공격을 감해주는 팔지를 모두 구입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 있었다. 항마력 팔지를 구입했으면 쉽게 클리어 할 수 있는 스테지인 것을… 하지만 필자가 여기서 생각한 것은 이런 문제는 단지 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분명히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한 게이머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게이머들은 지금 필자와 같은 오류(?)를 똑같이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전략 롤플레잉의 경우, 한 스테이지를 꼭 한번에 클리어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렇게 어렵게 설정된 인공지능과 맵들이 전략 롤플레잉의 매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는 조금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난이도와 인공지능이 제대로 설정된 게임의 경우, 아이템 하나에 의해서 스테이지의 판도가 확연히 달라져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가 앞서 상점에서 항마력 팔찌를 샀을 경우, 이런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고 그냥 넘어 갈 수도 있는 문제이다. 또한 그냥 세이브 파일을 불러 팔찌를 사고 다시 플레이하면 별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필자가 굳이 이런 것에 문제를 제기 하는 것은 단지 아이템의 선택에 따른 스테이지의 판도가 너무나 확연히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인공지능과 난이도 설정이 제대로 된 게임이라면, 꼭 필요한 아이템의 구입없이도 왠만큼의 고생(노가다)를 거치고, 또한 0과 1 밖에 모르는 컴퓨터의 인공지능과 대결을 벌여 어렵게나마 클리어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나면, 바로 다음 스테이지에서는 다시 쉬운 난이도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중간쯤해서 제플이 결코 쉽지 않음은 알리는 것일까. 아무튼 중간 스테이지의 한번 튐(?) 현상은 작은 일로 돌리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만 상당히 거북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 외에 다른 스테이지들도 마지막 두세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상당히 부드럽게 흘러 갔다. 전편 제노에이지의 인공지능 설정 실패를 그나마 똑같이 답습하지 않은 것이 상당히 반가웠다.
◆그래도 제플은 매력있다
앞서 인공지능과 난이도의 문제를 조금 심하게(?) 다룬것은, 필자가 제플을 그만큼 아끼는 마음에서이고, 또한 잘 나와 주었으면 하는 기대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식의 작은 문제점만 없었더라면, (굳이 문제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이머들도 많을 것이다.) 다른 부분, 그래픽이나 사운드 측면과 더불어 괜찮은 게임으로 남았을 것을 하는 생각에서 좀더 아쉬운 감을 표현한 것이다.
다시 시선을 돌려보자. 처음 제플을 실행하면 오프닝 동영상이 뜬다. 아마 이 동영상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짖지 않을 게이머는 드물것이다. 왠지 일본 게임의 냄새가 조금 풍기기는 하지만, 상당히 매력있는 동영상은 제플의 전반적인 점수를 한층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지금 해외의 게임같이 화려하고 역동적인 그런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롤플레잉이라는 요소에 걸맞게 잔잔하게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는 영상은 왠지 '시'적이라고 표현해야만 될 것 같았다. 또한 그 뒤로 은은하게 새어나오는 사운드도 영상에 적절히 녹아들어 마치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도입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이외에도 제노에이지 시리즈는 패키지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전편의 경우도 철제 패키지에 캐릭터들의 귀여운 모형을 넣었는가 하면, 이번 제플에서도 철제 패키지에 캐릭터 버튼까지 포함해 소장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다. 이런 것이 어떻게 보면 상당히 작은 것일 수 있으나, 그 게임을 사랑하는 팬의 입장으로서는 상당한 기쁨을 안겨주는 일이 되는 것이다.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필자는 제플의 글을 쓰기 위해 몇일을 고민을 했다. 과연 제플을 느끼는 그대로 써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면 조금은 더 나은 평가를 해야할 것인가. 물론 이것이 제플이 좋지 않은 게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필자가 고민했던 이유는 제플은 전체적인 면을 두루 살펴 볼때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 될 요소가 있다. 하지만 몇몇 아직은 미흡한 면들 때문에 전체적인 평가가 낮아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면을 고려할 것인가, 아니면 작은 부분들이라도 꼭찝어 낼 것인가 하는 문제로 상당히 생각을 많이했다. 하지만, 게이머의 입장이나, 개발사의 입장 모두를 고려해볼 때, 좋게 평가하기 보다는 더많은 개선을 바라는 쪽으로 글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제플의 앞날에도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무튼 제플은 상당히 할말도 많고, 아쉬움도 많이 남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제플의 난이도를 조금더 조금더 낮추고, 아이템의 활용을 늘릴 수 있게 상점수를 늘이고, 그리고 각 아이템들의 정확한 사용 용도를 표시해 놓는다면, 필자 생각에 제플은 롤플레잉을 처음 입문하는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저연령층 유저들에게도 괜찮은 선물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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