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션 대전 게임의 매력
얼마전 '철권' 시리즈가 나왔을 당시, 3D 액션 대전 게임은 게이머들을 답답한 방구석에서 끌어내 오락실에 새로운 출근표를 만들게 하였다. 확실히 콘솔 게임기는 PC 보다는 탁월한 게임의 생동감(?)을 전해주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게이머들의 거처(?)를 오락실로 옮기게 한 것이다. 당시 오락실에 가면 철권의 주인공 '카자마진'과 혼연일체가 되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초 긴장의 상태로 레버를 놀리는 게이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런 게임은 대부분 사람과 사람사이의 대전에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지금이야 출시되는 게임이 대부분 멀티를 지원하지만, 그당시 PC 게임에서 멀티 플레이가 되는 것은 상당히 드물었다. 그런 가운데 사람과 사람의 확실한 결투를 벌일 수 있는 대전 게임은 현재의 게이머들이 갈구하는 멀티플레이와 같은 역할을 하였으며, 이는 게이머들의 승부욕이라는 것에 적중, 상당한 호응을 받게 된 것이다.(물론 게임의 완성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 게이머들의 멀티플레이에 대한 욕구는 예전 콘솔 게임기로부터 서서히 전개되어 진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액션 대전 게임의 매력이 사람끼리의 대전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대전 게임의 대부분은 특화된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감정이입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들은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특성을 주어 캐릭터화하는데 상당한 힘을 쏟는다. 이런 게임에서의 캐릭터는 게이머의 일부요, 또한 자신이며, 나아가 사랑하는 애인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감정이입에 성공한(?) 게이머들을 우리는 흔히 매니아라고 부르며, 이들은 다시말해 게임속 캐릭터 들과의 달콤한 연애에 빠져있다고 할 수 있겠다.(물론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 않은 많은 게임들에서도 똑 같은 효과는 일어난다.) 각설하고, 필자가 이 단락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대전 게임에 빠져드는 요소중 등장 캐릭터의 묘사 또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 상상의 세계, 애니메이션
하늘을 날고, 화려한 검술을 펼치며 강호를 누비고, 권총하나 들고 무법지대를 싹쓸이 하는 상상. 꿈에 그리던 연인과 사랑을 나누며, 시간을 가로질러 미래와 과거를 넘나드는 상상. 대부분 이런 상상을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상상들은 현실에 대한 절규이며, 이유없는 반항이며, 또한 삶을 사는 일종의 활력소인 것이다. 이런 상상들을 극히 일부분 현실화해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영화나 기타 미디어를 포함해서) 만화영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생각은 극히 구세대적인 생각이다. 요즘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상당수의 사람이 성인들인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에 빠져드는 것일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애니메이션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상상들을 (극히 일부분)현실화 시켜주는 하나의 도구인 것이다. 자신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애니메이션 안에서는 너무나 쉽게, 또한 지극히 현실화 시켜 그려내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며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모든 동물을 포함해서) 뇌의 지시대로 움직인다. 뇌의 지시는 사람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하지 못한 일들을 애니메이션을 보며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때문에 몸은 마치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은 느낌을 그대로 받게 되고, 이러한 것들은 실제로 그런 것들을 행한 듯한(물론 극히 작은)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이다. '니가 내 대신 화장실 좀 갔다 와라~' 이런 말들 또한 같은 맥락에서…
◆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조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을 게임으로 만들거나 하는 일은 요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만약 그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사람들의 억눌린 상상이나, 욕구를 제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러한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조합은 상당한 파급효과를 지닌다. 앞서 말했던, 대리 만족을 이젠 그냥 눈으로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그 안에 참여해, 스스로의 의지대로 더욱 큰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애니메이션은 단지 보고 느끼는 즐거움 만을 선사한다. 하지만 게임과 접목이 된다면 이야기는 틀려진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느끼던 그 흥분된 장면들을 게임을 통해 실제로 행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합은 세기로 말한다면 신세기요, 역사로 말한다면 혁명이라 불릴 정도의 대단한 일인 것이다.
◆ 오니는 단순한 장르의 혼합인가
필자가 지금까지 대전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언급한 것은 '오니'라는 이 게임만을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와 같은 일련의 게임들을 통틀어 설명하려 한 것뿐. 대부분의 다른 필자들은 '오니'를 대전게임과 퀘이크와 같은 액션 게임의 조합이라 얘기한다. 하지만 본 필자는 조금은 다른 각도(생각)로 '오니'를 바라본다. 솔직히 필자는 '오니'를 단순히 대전과 액션의 조합을 통한 게임으로 바라보는 것에는 별로 달갑지 않은 입장이다. (그렇다고 다른 필자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단순히 필자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대전과 액션의 조합으로 치자면, '오니' 한참 이전에 등장했던 '오미크론'이란 게임이 더 적합할 듯 하다. '오미크론'은 시점마져도 대전 과 액션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다. '오니'는 두 장르의 조합으로 나뉠만큼 두 장르의 특별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정확하게 말해, 액션 대전으로서의 특징은 확실하나, 퀘이크와 같은 액션 슈팅의 특징은 내세울 만큼 중요히 여기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좀더 정확히 집어보자면, 게임을 위한 홍보적인 입장에서는 철권이나, 퀘이크를 들먹여 장르 조합을 얘기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철권은 그렇다치고, 퀘이크는 들먹일 필요가 없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오니'를 즐겨본 게이머 가운데, 게임을 하면서 '퀘이크와 비슷하네'란 생각을 한 게이머가 몇이나 될까? 필자도 '오니'를 플레이 하는 동안 '퀘이크'란 이름을 떠올려 본적이 전혀없다. 물론 다른 필자들이 말한 퀘이크는 단순한 3D 액션 장르의 대표격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필자는 그러한 3D 액션 장르가 '오니' 속에 녹아 있다는 것조차 거부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오니' 속에 분명히 그런 장르의 흔적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액션 슈팅의 성격은 이 게임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극히 작으며, 작은 액세서리 정도의 역할만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장르의 조합이라는 것은 조금은 홍보에 얽매인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 가상 세계로의 동참
필자가 앞서 철권과 공각기동대를 들먹이며, 게임의 효과를 설명한 것은 필자가 평소 생각해오던 게임의 지향점을 얘기한 것이고, 또한 그런 것을 '오니'란 게임에서 꺼내어 놓는 것은 이 게임이 그나마 상당히 그런 것에 가깝게 제작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말은 오니가 완성도가 높거나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게임의 설정과 구성 같은 것이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니'는 다른 게임에 비해 특별히 뛰어난 그래픽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또한 사운드면에서도 특별히 플러스 점수를 줄만큼 뛰어나지도 않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저 그런 게임으로 게이머들에게 평가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오니는 출시 한달전부터 와레즈를 사이트를 석권하며 게이머들에게 퍼저나갔고, '오니'를 즐긴 게이머들은 대부분 상당히 높은 점수로 '오니'를 평가했다. 그렇다면 과연 오니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래픽, 사운드도 아니라면, 어떤 면이 오니를 괜찮은 게임으로 만드는 것일까. 앞서 얘기한 현실에의 탈출, 상상의 현실화. 바로 이것이 오니의 가장 돋보이는 면이다.
'오니'는 게임속에서 특별히 디테일하게 일상 세계를 그리고 있지 않다. 무거운 안개속에 조그맣게 드러난 거물이나, 건물 내부만을 표현하고 있을 뿐. 뭐그리 특별히 도시라고 불릴만한 곳 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앞서 필자가 '공각기동대(애니메이션)'를 지칭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공각기동대'는 일련의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확실히 그 안에서도 넓은 도시를 자주 그려낸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건물안의 사건이라도, 사건 진행시 보는 사람의 머리 속에는 그 도시의 환경, 배경, 분위기 등과 아주 쉽게 연관되어 사건을 풀어나가게 해준다. 그렇다면 '오니'는 왜? '오니'는 그 작은 공간 속에서도 미래의 어두운 분위기와 긴장감을 오묘히 표현해내어 게이머로 하여금 게이머가 기억하고 있는 일련의 세계(필자와 같은 경우는 '공각기동대')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 게임을 플레이 하는 동안 '공각기동대'라는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머리속에 떠올렸고, 게임속의 사건들을 그 배경을 토대로 그 세계 안에서 머물게 했다. 이는 곧, 앞서 말한 상상의 현실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이룬 것이다. (필자는 이 게임에서 '공각기동대'를 떠올렸지만,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마다 서로 다른 세계를 구성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게임을 플레이 하는 동안 '공각기동대'를 보며 느꼈던 대리만족을 조금이나마 '오니'를 통해 직접 참여하여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것까지 이루었던 것이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오니의 제한적인 공간 표현 때문이다. 그 제한적인 공간이 플레이하는 게이머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더 넓은 세계관을 이끌게끔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 초보자에게도 쉬운 영웅 만들기
그럼 '오니'가 재미있는 이유는 그런 가상적인 공간만을 만들어주기 때문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런 가상 공간은 게이머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필자가 앞서 말한 부분은 극히 매니아적인(감정이입의 단계를 고려할 때) 부분이다. 오니의 가장 큰 매력중에 하나는 쉬운 인터페이스에 있다. 잠깐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인터페이스라고 하면 요즘은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키조작을 생각한다. 물론 키조작도 인터페이스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터페이스는 화면상에 디스플레이 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물론 그래픽이 좋다, 나쁘다. 이런 것은 제외 -'-;) 예를 들어 맵의 표현이든지, 스킬 목록을 보여주는 것이라든지, 게임의 목적을 보여주는 화면 같은, 화면에 뿌려지는 모든 것이 인터페이스에 속한다. 이런면에서 오니는 상당히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맵을 간결화 시켜, 나침반으로 방향으로 표시한다든지,(이건 초보자들에게는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또한 탄창 수, 아이템의 잔여분량 등도 상당히 간결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키조작 역시 방향키와 마우스의 조합으로 모든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키를 조작해야 하는 게임에 비해 비교적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조작이 쉽다고 좋은 게임? 물론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니'와 같은 액션 장르의 게임에서는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적과의 조우로 바쁜 와중에 손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싸워야 한다면 얼마나 버거운 일이 될까. 하지만 다행히도 '오니'에서는 각종의 화려한 기술들이 단지 마우스 버튼과 방향키 만으로 해결이 된다. 또한 이런 간단한 조작으로 만들어지는 연계기들도 '오니'를 재미있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단지 키를 몇번 누르는 것만으로 평소에 꿈꾸던 무술을 펼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흥미있는 일인가. 이런 연계기들을 조금만 이용한다면 홍콩영화에서나 볼법한 영화 연출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한가지 간단하고 자주 쓰이는 영화 같은 연출법을 소개하자면, 일단 무기(총)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것을 쓰길 권장한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권총인데, 필자는 이 무기를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건물 내부 미션이나, 외부에서 건물로 침투할 때 많이 쓰이는 것인데, 적들은 대부분 문 바로 옆에 있다가 게이머가 들어오면 공격을 한다. 물론 처음 이런 일을 당하면 조금 놀라겠지만, 조금 영화 같은 연출을 벌여 적의 인공지능을 흐트러보자. 일단 들어가야할 문이 있는 곳을 향해 달린다. 달리는 도중 총을 꺼내들어(바로 여기. 필자가 권총을 쓰는 이유는 다른 총을 들면 총을 들고 뛸 때 속도가 많이 떨어지기때문이다.) 문 옆의 창문을 박살낸다. 그런 후 다시 총을 집어 넣고 전속력으로 달려 창문을 뛰어 넘어 건물 내부로 진입하면, 문으로 게이머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던 적들은 순간 어리둥절해 한다. 그때 간단히 해결~^'^ 아주 작은 팁이지만 필자는 이 장면을 연출하면서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른다. 부서지는 창문 사이로 날아들어 적을 일격에 쓰러뜨리는 장면, 멋지지 않은가. 이외에도 메트릭스 같은 영화처럼 총알 사이로 달려가 날아차기로 적을 제압하고, 간단한 손기술로 적의 총을 빼앗아 그것으로 적을 처리하고, 하는 등등의 영화 같은 연출을 게이머 의도대로 쉽게 해낼 수 있는 것이 '오니'의 최대 강점이다.
◆ 쌓이는 스트레스를 '오니'로 날려보자
게임의 몰입에 관한 무거운 이야기부터 '오니'의 간결하고 박력넘치는 액션까지 앞서 길게 얘기했지만, 마지막으로 '오니'의 강점을 말하자면, 쉽게 구사할 수 있는 액션으로 인해 평서 쌓인 스트레스를 어느 정소 해소해준다는 것이다.(그렇다고 그냥 심심풀이용 게임이라는 말은 아니다.) 글의 본문에 '오니'의 안좋은 점들을 쓰지 않았다고, '오니'가 최고의 게임이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이 게임의 단점은 다른 게임들의 일반적인 그래픽 깨짐이나, 강렬한 사운드의 부족, 등등 자잘한 것이기에 굳이 꼬집지 않을 것일 뿐이다.
아무튼 나른한 봄이 찾아 오는 시기에 오니와 같은 게임이 나와 다소 삶에 활력을 되찾아 줄 것 같다.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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