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츠(Giants)는 '거대한 것'이라는 내용이 내포되어 있는 영어 단어이다. 이 작품의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게임 '자이언츠'는 상당히 거대한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액션과 RTS의 조화라는 방대한 전투 시스템 설정과 뛰어난 그래픽으로 무장되어 있는 이 작품, 즉 '자이언츠'는 몇 년 전부터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었던 작품이다. 사실, 이 게임을 제작한 사람들은 "MDK"와 '새크리파이스'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샤이니 엔터테인먼트(Shiny Entertainment)'의 전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샤이니 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하고 독립해 세운 회사가 바로 자이언츠의 제작사인 '플레닛 문 스튜디오(Planet moon Studios)'이다.
대략 2년전, 자이언츠의 제작 사실이 발표되었을 때에는 새로운 RTS 계의 방향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 당시 스타크래프트가 RTS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때라, 액션과 RTS의 접목은 확실히 도전적일 수밖에 없었다. 플레닛 문 스튜디오가 2년여라는 상당히 긴 제작 기간을 걸쳐 작년 말 해외에 내놓은 '자이언츠'는 모든 이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판매되었다. 획기적인 시스템과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래픽은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게 되었고, 해외 여러 유명 잡지에 뛰어난 점수를 받으며 선전하였다.
◆ 새로운 그래픽의 장을 연다
'새크리파이스'가 전 세계에 출시되면서, 컴퓨터 게임도 이제는 화려한 그래픽을 묘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빠져들게 된다. 사실, 그동안 출시된 대부분의 게임이 콘솔 게임기(DC, PS2)의 그래픽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컴퓨터 게임의 그래픽'이 콘솔 게임기보다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 있었다. 하지만 '룬', '새크리파이스', '아메리칸 멕기 엘리스' 그리고 '자이언츠'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그래픽에 관하여는 '콘솔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하게 되었다.
이 게임은 환상적이면서도 동화적인 그래픽을 구사한다. '자이언츠'를 처음 시작하게 되면, 수많은 숲들과 해변의 아름다움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모래사장과 알록달록하게 서 있는 다양한 산 봉우리들은 한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새크리파이스'의 화면 묘사와 비교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자이언츠'는 알록달록 하며 아름다운 분위기를 보여주는 데에 반해, '새크리 파이스'는 전체적으로는 어둡지만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이언츠'만의 환상적인 분위기 연출에 '광원효과'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게임의 광원효과는 타게임과는 차별되는 뛰어난 묘사를 보여준다. 광원효과와 반투명기법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그래픽은 지금까지 발매된 역대 게임들 중에서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화려한 3D기법에 적절하게 녹아드는 환경 그래픽은 게임의 분위기를 한 층 돋구어 준다. 예를 들어 바람에 흔들거리는 나무들이나, 흙 밭에서 일어나는 먼지들, 일렁이는 물결 등은 실제 그 장소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자이언츠'의 그래픽이지만, 필드상의 디테일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다소 적은 폴리곤의 사용으로 필드의 전체적인 모양이 각이져있기 때문에 다소 어색한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필드 텍스처가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아, '새크리파이스'의 질감 표현과 비교할 때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때문에 필드상의 무늬가 도트가 튈 정도로 어색해지기도 한다.(실제로 도트가 튄다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자이언츠의 초기버전에는 버그가 다소 존재하는데, 가끔씩 발생되는 그래픽 버그는 플레이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특정 시스템에서 그림자의 표현이 이상해질 때도 있고, 어떤 곳에서는 필드의 그래픽이 엽기적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화려한 그래픽에 녹아드는 아름다운 배경음악은 영화음악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짜임새 있게 이루어져 있다. 놀랄만큼 장엄한 음악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적절하게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게임에 더욱 빠져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또한 배경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효과음은 게임의 흥미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되는데, 몬스터들이 울부짓는 리얼한 굉음은 압권이라 할 수 있겠다.
◆ 제작사가 호언 장담한 획기적인 게임 시스템
액션과 RTS의 조화는 '실로 획기적이다'라는 감탄사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하고 본다. RTS와 다른 장르의 접목이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은 신선한 게임을 즐기고픈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사실, '자이언츠'는 RTS와 액션의 요소를 다분히 지니고 있지만, '액션' 쪽으로 좀더 치우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당히 다양한 액션이 준비되어 있는 자이언츠는 1인칭은 물론, 3인칭과 스나이퍼 모드까지 지원해 준다. 이들과 더불어 마법과 총의 난무, 날아다니기도 하며, 장애물들을 피해 다니며 적들을 사살해야 된다는 시스템 설정 때문에 '액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이언츠'에서 발생되는 유닛생산과 기지의 건설은 RTS 만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가지 재미있는 유닛생산이 있는데, 엉덩이에서 유닛들이 배출되는 방식은 가히 엽기적이라 표현 할 수 있다. 이렇듯 액션과 RTS의 조화가 적절하게 이루어진 '자이언츠'는 게이머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RTS에서 가장 중요한 인공지능이 '자이언츠'에서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인공지능의 가장 기본적인 '길 찾기(Pathfinding)' 능력이 부족하여 유닛들의 이동이 더딘 것이 사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문제로 스피디한 전투 시에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 자주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또하나 밸런스 조절의 실패. '자이언츠'는 시나리오를 진행하면 할수록 너무나 어려워지기 때문에 초보 게이머들이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 세종족의 아름다운(?) 스토리
RTS의 특징이 존재하는 '자이언츠'는 개성이 뚜렷한 세 종족이 등장한다. 활과 마법을 사용하는 물의 여신인 '시 리퍼(Sea Reapers)'와 거대한 종족인 '시티즌 가부토(카부토(Citizen Kabuto)', 마지막으로 과학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생활하는 '멕카린(The Meccaryn)'. 이들은 서로 얽히고 얽혀 거대한 상성관계를 이루고 있다. '자이언츠'의 시나리오를 진행시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서 발생한 일들을 겪게 된다.
이러한 스토리와 더불어 맛들여진 코믹한 대사들은 게임의 완충제 역할을 하게 된다. '자이언츠'는 전체적으로 코믹하게 시나리오가 진행되는데, 가령 비행기에 손이 끼어 결국 추락하게 되는 멕카린의 인트로 동영상은 웃음을 유발시키게 된다. 이를 보면 MDK의 코믹한 진행을 떠올리게 되는데, '자이언츠'의 제작사가 바로 MDK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동영상에 미션의 목적과 의무가 복선으로 깔려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 이유가 설명되므로 쉽게 게임의 진행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 이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
1인칭 액션 게임을 어느 정도 즐겨본 게이머라면, 자이언츠의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친숙할 것이다. FPS의 인터페이스 형식과 같은 인터페이스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자이언츠'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동시에 사용한다. 또한 게임 자체가 풀3D로 되어 있기 때문에 확대 축소는 물론이고 회전에 이르기까지 인터페이스와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자이언츠의 싱글미션은 상당히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미션 하나 하나가 끊임없이 새로운 의무를 부여해 주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은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날아 다니는 능력을 이용하여 몬스터를 구출하기도 하고, 빠른 순발력을 요하는 레이싱을 펼치기도 하며,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서 몬스터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 이러한 짜임새 있는 레벨의 구성과 더불어 멀티플레이의 지원은 게임을 더욱 다양화시킨다. 싱글플레이에 지친 게이머들을 위해 '자이언츠'의 멀티플레이는 데스메치(Deth Match)와 캡춰더 스마티(Capture The Smartie)등과 같은 다양한 게임을 지원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세 종족, 즉 '시티즌 가부토'와 '시 리퍼', 그리고 '멕카린'들의 역동적인 전장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당장 멀티플레이에 빠져들기 바란다.
◆ 왜 뜨지 못했나?
사실 '자이언츠'는 제작사의 의도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시 전부터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기대를 모았으며, 발매 후에는 좋은 평을 들으며 선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외에서의 성적은 다소 저조한 편이다.
2000년 비운의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이언츠'는 상당한 고사양을 요구한다. PII 450 CPU에 지포스 계열의 그래픽 카드 정도의 사양이 되어야만 왠만한 옵션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엄청난 고사양을 필요로 하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그리고 '자이언츠'는 시대를 너무 앞서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대중성이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 '자이언츠'를 추천한다
'자이언츠'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재미로 똘똘 뭉친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믹한 진행과 박력 넘치는 전투, 스피드감과 긴장감이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는 게임 구성, 그리고 입을 다물기 힘들 정도의 아름다운 그래픽과 이에 녹아드는 사운드는 '자이언츠'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징들이다. 또한 '자이언츠'는 완성도의 여부를 떠나, 게임의 재미만으로도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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