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와 같은 연출
솔직히 필자는 세틀러 시리즈에 상당한 점수를 주고 싶은 사람이다. 예전 세틀러 1편의 발매 당시 건설 시뮬레이션은 아주 획일화 되어있었고, 너무 건설이라는 것에 얽매인 나머지 게임의 가장중요한 요소인 '재미'가 반감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재미란, 한사람 한사람의 특성에 맞춘 것이 아닌 극히 제한된 의미의 재미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틀러 시리즈의 출현은 시큼한 레몬 하나를 씹는 것과 같이 게이머들의 입맛을 한껏 돋우는 역할을 했다. 일단 다른 건 다 제쳐놓더라도 화려한 원색의 사용은 둔탁한 게임화면에 지친 게이머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동화와 같은 느낌을 연출해내기 위해 제작사에서 의도적으로 사용한 원색 효과가 당시 게임 시장에 정확하게 적중되어진 것이다. 군대시절 고된 훈련속에서 맛보는 초코파이를 평생 잊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 다양한 조건 충족만이 사는 길
건설시뮬레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 또 가장 재미있는 요소는 각 건물들의 상호 관계이다. 서로 연관된 건물의 설정에서 적절하게 그 건물의 조건을 만족시켜줄 때 비로소 건설시뮬레이션의 참맛을 느끼게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들이 단지 내부적인 계산, 한마디로 보이지 않는 숫자 놀이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아마 상당히 재미없는 게임이 될 것이다. 이런면에서 세틀러 시리즈는 상당히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게임이다. 실제로 건물이 생겨나는 작업들이 눈에 선하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들어서는 시져 시리즈나 파라오 등에서 살짝 엿볼 수 있는 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틀러 시리즈는 이미 초기버전부터 이러한 세밀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었다. 이런 건물간의 상호 조건에 꽤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라면, 세틀러 시리즈는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 시대에 따른 변화는 필수
부제를 먹는 것으로 잡기는 했지만, 먼저 내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뜻일 뿐이다. 먹고 살아야 싸움도 할 것 아닌가. 원래 세틀러 시리즈에서 전투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국경 싸움을 위한 하나의 조작된 도구라고나 해야할까. 사실 이런 설정에 상당히 불만을 갖고 있는 게이머들도 있었다. '액션'. 필자가 자주 언급하는 사항중에 하나가 바로 액션에 관한 것인데 이번에도 역시 빠질 수 없는 얘기이다. 언제 부터인가 액션은 게임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물론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액션은 일반적인 유닛의 움직임이나 그런 것을 뜻하는 것이아니다. 앞에 화려한 이라는 말을 달고 다니는 그런 액션을 뜻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세틀러 시리즈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전투는 이런 게이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덕분에 팬들을 제외한 게이머들에게는 그냥 잠시 스쳐가는 게임으로 보여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제작사나 팬들은 그런 것에 전혀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게이머들의 취향도 많이 바뀌었고. 이제 제작자 스스로 게임의 색을 그대로 간직한 채 게임을 좀더 진보(?)시켜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세틀러 4는 이전편들과 다르게 상당히 많은 부분이 변화되었다. 물론 전혀관심이 없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전과 똑같다는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한번쯤 세틀러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게이머라면 4편에서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우선 제일 먼저 눈에 띠는 것이 그래픽이다. 앞서 언급했던 동화와 같은 원색의 질감은 세틀러의 최대 강점. 이것은 4편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니라, 좀더 세밀하게 유닛과 건물, 그리고 배경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제는 자유로운 줌 인/아웃의 기능까지 더불어 갖추었다. 세밀해진 그래픽 덕분에 게임을 확대해 개개의 유닛을 즐거이 감상할 수 있는 재미까지 덧붙여지게 된 것이다.
또한 앞서 얘기한 액션을 보강, 새로운 전투 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둠의 종족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는 곧 이제는 세틀러에서의 전투가 단지 영토확장을 위한 액세서리의 수준이 아니라, 본 목적인 건설과 더불어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 세틀러 시리즈에 전투가 좀더 보강되어진 것이 세틀러 4의 가장 큰 변화이다. 물론 '전투하나 가지고'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게임이 아닌 세틀러에서는 이런 변화는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다. 이제는 액션 부족이라고 세틀러 시리즈를 외면하던 게이머들까지 세틀러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유저들을 늘리는 것 뿐 다를 건 없지 않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대부분은 재미 없는 게임은 쳐다보지도 않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세틀러는 많은 게이머들로부터 플레이되지 못했었다. 확실히 괜찮은 건설시뮬레이션의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유없이(!)외면되어 졌지만, 전투 시스템의 보강으로 적어도 왠만큼의 게이머들이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세틀러를 접하게 되는 게이머들에게 그동안 세틀러의 가려졌던 건설시뮬레이션적인 요소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말하지 않아도 세틀러의 유저가 아닌, 팬들로의 유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시말해 이러한 변화는 세틀러 팬의 산술적인 숫자의 증가가 아닌, 그 이상의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 세틀러 4의 데모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히 얘기할 순 없지만, 적어도 필자는 이러한 변화는 세틀러 4를 세틀러 시리즈에서 뽑아내어 새로운 게임으로 인식시킬 수 있을 만큼의 대단히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길과 도로의 등장, 장거리를 운행하게 해주는 수레, 대형 작업장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또한 새로운 유닛, 마법사가 등장해 좀더 화려한 전투장면을 연출해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더욱 원활한 멀티 플레이의 지원과 음성채팅 기능을 채택해 좀더 역동적인 게임으로의 변화 또한 시도하고 있다.
◆ 노장의 저력
이제 곧 선보일 세틀러 4는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으로 볼 때 확실히 건설시뮬레이션 노장으로서의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새로운 변화에 의한 가치 상승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세틀러 4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전 세틀러만의 색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색을 잃음과 동시에 세틀러는 팬들과 게이머들 사이에서 국적을 잃은 미아가 되버리기 쉽기때문이다. 아무쪼록 전편들과 같이 세틀러만의 색을 간직한 새로운 게임으로 출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임현우 기자 hyu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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