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의 제작사 시드나인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처음 `토막`을 기획할 때는 일본에서 한참 유행중인 `토막살인`과 같은 엽기적인 게임으로 만들까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향을 바꾼것이 오히려 훨씬 나은 결과를 낳았다. 어쨌거나 이 게임의 장르는 `연애 육성 시뮬레이션`이니 말이다. 괴기한 얼굴과 연애를 한다는 설정은 좀 힘들지 않았을까.
◆ 시작은 이렇게
세상은 인간이 사는 `인간계`와 신이 사는 `천계`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항상 인간계를 내려다보는 천계의 신들은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인간들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다. 이때 인간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한 신의 주장에 반대하는 아름다운 여신, 바로 `에비앙`이다. 시드나인은 `토막`에 여러가지 재미있는 설정을 넣었는데, 그중 하나가 신들의 이름을 모두 `음료수` 브랜드로 정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여신은 `진정한 사랑이 남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몸을 버린 채 기괴한 모습(머리토막만 화분에 묻혀있는)으로 내려오게 된다.
◆ 게임의 시간과 설정
`토막`은 보통의 연애 육성 시뮬레이션이 빠지기 쉬운 가장 큰 단점인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 5분을 한 달로 계산했다. 또한 한 달 마다 시장에 가서 토막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사 오거나, 잡상인 등의 이벤트를 등장시켰다. 이렇게 3년, 즉 3시간 동안 물도 주고, 맛있는 것도 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토막을 키우면 대망의 엔딩이 등장한다.
장소는 책상위와 창가, 지하실,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느낌에서 알 수 있듯이 토막이 가장 편안해하는 장소는 책상 위이며, 지하실이 가장 음침하다. 또 창가도 나쁘지 않지만 날씨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비가 오거나 너무 추운 경우에는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게 된다.
◆ 엽기보다 유머와 아기자기함
`토막`을 키우며 재미있었던 것은 머리색깔을 보라색, 황금색 등으로 염색하거나 올리거나, 또는 모자를 씌우는 방식으로 아기자기한 변화를 만들 수 있으며, 눈을 굴리는 토막의 모습도 처음에는 엽기적이지만 나중에는 귀여운 여자친구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또 어느날 갑자기 `삐지`거나 `건방진` 상태가 되어 만화캐릭터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런 불안정한 상태가 되었을 때는 게이머에게 `장난치냐` `내가 장난감으로 보이냐`는 등의 다소 거친 말들을 듣게 된다. 또 가끔 토막의 얼굴을 기어오르는 바퀴벌레들을 잡아서 토막에게 먹일 수도 있는데, `이걸 어떻게 먹느냐` 면서도 잘 먹고 배고픔 지수가 내려가는 등 코믹한 설정도 군데군데 등장한다.
◆ 새로운 시도에 점수를
이렇게 사랑의 여신과의 플라토닉한 데이트 후 대망의 엔딩, 게이머가 토막에게 얼마나 관심을 쏟았느냐에 따라 엔딩은 화려하거나 또는 공포 두 가지로 갈라진다. 토막의 몸이 생겨나거나 천계로 복귀하는 등의 해피엔딩과 함께 제작진에서 밝히지 않은 상당히 공포스러운 엔딩이 등장할 수도 있다.
`토막`은 완성도가 뛰어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게임이다. 그래픽면에 있어서나 기타 프로그램적인 측면에 있어서나 `버그`가 아닌, 조금 치밀하지 못한 부분이 드러나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한 가지 명령을 실행할 때 로딩되는 몇 초간의 시간이 그러하며, 연애 육성 시뮬레이션에 있어서 보다 다양한 파라미터와 이벤트,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그렇다.
하지만 `토막`에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그 `기획의 참신함`이다. 다소 엽기스러운 모습의 여신에게 게이머가 진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한다는 의도와 기획은 젊은 문화집단이 제작한 게임이라는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다소 식상한 느낌의 게임보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게임이 다수 등장해 주기를 바란다.
[조혜정 기자 astral@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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