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일부 작품을 제외하곤 전투는 턴방식(적과 아군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나 바둑처럼 번갈아 움직이는 형태)이며 SD(Super Deformed : 머리가 기형적으로 크게 묘사된 2, 3등신 형태) 사이즈의 로봇들이 원작 만화의 주제가를 배경으로 싸우는 전투 그래픽이 특징이다.
휴대용게임기 게임보이로 1탄이 발매된 이래 지금까지 33종의 시리즈가 여러 기종으로 등장했으며 총합 출하량이 1000만장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PS2로 등장한 시리즈 최신작 '수퍼로봇대전MX(이하 MX)'는 국내에 정식 발매된 적은 없지만 병행수입 등을 통해 다수의 매니아들이 즐기고 있다. 건담이나 마징가 등 고정출연 멤버 이외에 '라제폰'이나 '제오라이머' 등이 새로이 추가되었다.
MX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전투 애니메이션이다. 로봇대전이 사랑을 받는 요인 중 하나가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접했던 필살기 등을 SD그래픽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하드웨어의 발달과 함께 전투신도 점차 화려해져왔지만 MX의 경우, 여기에 파일럿들의 그래픽도 함께 묘사하는 컷인 시스템을 대거 채용해 전투의 임장감(臨場感)을 배가시켜주고 있다.
MX는 신규 유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PS)2란 하드웨어를 이용한 멋들어진 전투신은 이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다. 세부적으로 파고들어 전작에서 문제가 되었던 확대시 도트가 커지는 현상도 순간적으로 해상도를 저하시키는 편법으로 해결했으며 배경 음악 역시 깔끔한 음질을 자랑한다.
그리고 스토리 역시 비교적 최신작이라 할 수 있는 라제폰과 에반게리온을 주된 줄기로 삼고 있어 마징가나 건담을 모르는 세대들에게도 쉽게 수퍼로봇대전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스토리의 융합도 매우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다.
조금씩 로봇들이 파워업해갔던 지금까지의 시리즈와는 달리 게임 초반부터 강력한 유닛들을 다수 등장시켜 난이도를 낮춘 것도 신규 유저들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 특히 게임의 난이도 파괴에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제오라이머' 등 일부 유닛 덕택에 대충 플레이를 하더라도 누구나 간단히 엔딩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는 법. 라이트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낮은 난이도와 신규 참전 애니메이션에 대한 높은 비중은 기존 유저들에게 약간의 이질감을 안겨주고 있다.
사실 최근의 '수퍼로봇대전' 시리즈는 포인트 배분을 통한 파일럿의 능력치 상승이나 2번째 이후의 플레이에 소지 자금이 전승되는 시스템 등으로 난이도가 대폭으로 하락해 '하는 게임'보다는 '보는 게임'으로 전락했다는 평이 많이 들려왔다.
그런데 MX는 이보다도 더 낮은 난이도를 자랑하고 있다. 기존 유저들 입장에서는 '힘들여 클리어하는 성취동기가 부족하다'라는 평이 나올 정도.
신규 참전 로봇에 대해 높은 비중을 주는 것은 역대 시리즈들도 유지해온 바이지만 MX에서는 아예 기존 로봇들의 스토리를 제외시켜버리는 극단적인 방법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마징가나 건담 등은 '로봇만 등장하는' (스토리상) 들러리격의 작품으로 전락해버렸다.
물론 동일 성우가 맡은 캐릭터들을 소재로 한 매니악한 개그나 특촬물('울트라맨'이나 '가면라이더' 같은 일본식 히어로가 등장하는 TV드라마)을 연상시키는 오프닝 동영상(테라다 프로듀서의 취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등은 나름대로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지만 기존 팬들에게 있어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2004.06.28)
[이용혁 기자 leey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