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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아무튼 모르겠고 우리는 노래 시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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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1994년에 방영된 애니메이션 '마크로스 7'의 주인공인 '넥키 바사라'와 그가 소속된 락 밴드 '파이어 봄버'는 통합군 부대 '사운드 포스'에 소속되어 있지만 정작 전장에 나가서 직접적으로 적을 요격하는 전투행위를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작중에서는 바사라의 노래가 정체불명의 정신생명체인 프로토 데빌룬에게 효과를 발휘한다는 이유로 그들을 용병으로 쓰고 있지만 사실 노래의 실효성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작중에서 넥키 바사라는 최고 수준의 발키리 조종실력을 갖췄다는 묘사가 나오기 때문에 '그 뛰어난 조종실력을 가지고 왜 적에게 미사일이 아닌 스피커를 꽂아놓고 노래만 들려주는 것인지'를 논하며 군 관계자들이 뒷목을 잡는 장면들이 적잖게 나온다.
물론, 넥키 바사라는 지독한 마이페이스에 노래를 부른다는 행위를 뺀다면 시체나 다름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전투는 시시하니 일단 자기 노래를 들으라'며 전장 한복판을 누비는 캐릭터로 완성됐고, 애니메이션 제작진도 이러한 기조에 맞춰 기본적으로 배경음악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그가 작중에서 노래를 부르는 타이밍에만 음악이 깔리는 실험적인 기법을 넣은 바 있다.
이는 후대의 서브컬쳐 콘텐츠에서 깔려 있던 배경음악이 뜬근 없는 타이밍에 갑자기 바뀌는 연출 '모르겠고 일단 공연 시작할게'로 나타나고 있으며 비디오 게임 분야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 자, 자, 아무때나 오는 콘서트가 아니에요, 주목!
 
은하의 가희라는 콘셉트의 캐릭터 로빈은 PV 영상이 하나의 뮤직비디오이며 
게임 내에서 필살기를 사용하면 필살기가 비활성화되기 전까지 계속 해당 노래가 재생된다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와 붕괴:스타레일에 등장하는 '로빈'은 '콘서트를 시작한다'는 특수한 조건을 달성하면 노래와 춤을 추는 유형에 속한다.  
언뜻 본다면 가희 캐릭터들에게 '콘서트를 여는 것'이 과연 특수한 조건인지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엄연히 따지면 메이플스토리와 붕괴:스타레일은 등장하는 캐릭터 대부분이 가수나 아이돌인 리듬액션이나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가 아닌 횡스크롤, 턴제 롤플레잉 게임이기 때문에 전투 중에 노래를 부르는 상황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들에게 있어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비장의 수단이기 때문에 항상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필요한 상황에만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그만큼 강력한 버프 효과가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캐릭터가 부른 노래라는 콘셉트로 디지털 음원이 출시되면 그것이 게임 내에 등장하는 기술의 형태로 반영되기 마련이라 신곡의 출시를 근거로 캐릭터 재설계, 개편, 사후지원의 흐름을 읽는 것은 물론, 오프라인 콘서트와 같은 외부 행사의 떡밥을 캐치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일단 그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면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엔젤릭버스터는 신규 미니 앨범이 나오는 동시에 직업 리마스터가 이뤄졌다
 
 
■ 강! 적! 출! 현!
 

대충 머리 위로 뭔가 쏟아지면서 훈타들의 짜증을 솟구치게 하는 그 브금
선형 전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레벨 디자인이나 서사와 관련하여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보스전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보스전은 대체로 피할 방법이 없는 강제 전투가 동반되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장면과 환경이 먼저 조성되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 자연스럽게 선곡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길가다가 마주친 만렙 토끼와 미친 뿔사슴과 같은 야생의 존재가 갑자기 선공 태세로 전환하여 달려든다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재생되던 배경음악이 꺼지고 이질적인 배경음악이 재생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강적출현' 케이스다.
물론 '강적출현'에 해당하는 필드 보스들은 대부분 일정 범위 내에서 특정 행동만을 반복하는 '심볼 인카운터'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 진행에 있어 반드시 전투가 강제되지도 않고 피해갈 방법도 확실하게 마련되어 있다. 갑자기 배경음악이 바뀌며 플레이어를 당황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강적출현'으로 인해 음악과 함께 게임의 분위기가 확 전환되는 사례들 중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들을 잘 살펴보면 십중팔구는 매우 어렵거나 상대하기 피곤한 것들이 뜬금없는 타이밍에 플레이어들을 습격하여 곤란하게 만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는 야생 난입 몬스터의 대명사로 꼽히는 라잔, 이블조, 바젤기우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플레이어가 이미 퀘스트를 수주한 수렵대상과 전투하고 있더라도 이들이 난입하면 갑자기 음악이 확 바뀌면서 짜증을 솟구치게 만드는 동시에 거름탄을 자연스럽게 준비하게 만들고 있다. 
강적출현으로 인한 배경음악 전환이 꼭 짜증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또 아니다.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시리즈에는 필드 유니크 몬스터가 플레이어의 파티를 인식하고 전투 태세에 돌입하면 나오는 고유 BGM인 '이름을 떨친 자들(名を冠する者たち/ You Will Know Our Names)'이 재생되는데 실제 게임 내에서는 이들의 출현 정보나 단서를 구할 방법이 많아 사전 준비가 그렇게 어렵지 않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어렵고 짜증나기보다는 생각보다 상대할 만한 수준의 녀석들이 많다.
무엇보다 박진감 넘치는 보스전에 찰떡인 노래의 호궁합으로 인해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게이머들도 적잖게 발견되고 있다.

전의가 마구마구 샘솟는 훌륭한 전투용 브금, 이런 브금이라면 언제든지 강적출현도 OK다
 
■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요, 그냥 우리가 나오니까 노래 바꿔줘요

도입부를 듣자마자 '지금이야말로 달려나갈 때'라는 대사가 마려워지는 노래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오리지널 캐릭터 '엘잠 브란슈타인'은 뭐든지 반으로 쪼개서 가르는 것에 심취해 있는 친구 '젠가 존볼트'만큼이나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적인 기행 중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아우센자이터'를 포함한 그 어떤 기체에 태워놓더라도 자신이 타고 있는 기체를 본가에서 키우던 말의 이름을 붙여 '트롬베'라고 칭하는 것인데  그 집착이 가히 보통이 아닌 것인지 전용 테마곡인 '트롬베' 또한 온갖 상황을 가리지 않고 튀어나와서 이미 재생되고 있던 배경음악을 딱히 아무런 이유 없이 덮어씌우는 것으로 꽤 유명하다.
이에 대한 내막을 살펴보면 처음으로 기체 '트롬베'와 배경음악 '트롬베'가 등장한 '슈퍼로봇대전 OG' 1편에서 의도치 않은 버그로 인해 배경음악 '트롬베'가 모든 배경음악 중 가장 높은 우선권을 가지게 된 것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작진에서는 해당 버그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미있게 여겨 이후 엘잠과 트롬베가 출연하는 시리즈에서는 배경음악 '트롬베'가 대부분의 이벤트 및 전투 배경음악을 덮어씌우는 것을 기본 사양으로 고정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자기가 타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모조리 '트롬베'라고 뇌세척을 하는 엘잠의 성향을 게임 시스템적으로 잘 녹여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에 등장하는 '야부키 신고'도 막무가내로 배경음악을 갈아치우는 사례에 속한다.
신고가 처음 등장한 'KOF 97'에서는 팀 단위로 캐릭터를 고르지 않고 여러 팀에서 멤버를 차출한 에디트 팀으로 게임을 진행하면 낮은 확률로 그를 조우할 수 있는데, 개인 출장 자격이라 팀 공통 테마곡도 따로 없고 설정상 조금 강한 일반인 수준인데다가 스토리 비중도 크지 않으면서 전용 테마곡인 'Still Green'으로 대전 배경음악을 덮어씌우다 보니 그에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을거란 추측이 난무했지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그냥 강한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테마곡의 제목처럼 여전히 풋풋하고 늘 푸르다는 느낌을 주는 캐릭터성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노래가 워낙 좋다 보니 대부분의 격겜러들은 '신고는 그럴 수 있지'라는 느낌으로 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킹오파 브금 가운데 하모니카로 시작하는 산뜻한 인트로가 인상적이다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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