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습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버릴 정도로 재밌는 게임도 많지만 괜히 돈만 버린 듯한 아쉬운 게임도 많죠. 어떤 게임이 재밌는 게임이고 어떤 게임이 아쉬운 게임인지 직접 해보기엔 시간도 돈도 부족합니다.주말에 혼자 심심할 때, 친구들과 할 게임을 찾지 못했을 때,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해보고 싶었을 때 어떤 게임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신가요? 게임조선이 해결해 드립니다! 게이머 취향에 맞춘 게임 추천 기획 '겜츄라이'![편집자 주]
* 본 리뷰는 스팀덱 환경에서 플레이 및 촬영 후 작성되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 해리포터 마법 세계에 빠져보고 싶어!
이런 분께 비추!: 유비식 오픈 월드는 좀... 게임에서도 일해야 하나?
작가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국을 넘어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판타지 소설입니다. 평범했던 한 소년이 사실은 마법 세계의 일원이었고, 친구들과 함께 온갖 역경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독자를 팬으로 만들었습니다. 특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법 세계와 신비한 생물은 읽는 이로 하여금 환상 세계에 푹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호그와트 레거시'는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 중 해리포터 시리즈 속 마법 세계를 가장 잘 구현한 게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게임은 마법 세계 전체가 아니라 호그와트와 호그스미드 일대만 구현됐지만, 우리가 아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법 세계는 해리와 그의 친구들이 공부하고 놀던 곳이니 적절하게 구현된 느낌입니다. 지리적 넓이보다 마법 세계의 법칙을 구현한 방식이 더 중요하기도 하고요.
게임은 호그와트 생활, 그중에서도 소설 중반부 고학년 생활을 구현한 느낌입니다. 해리가 마법 세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만난 신기한 도구나 독특한 과자에 대한 묘사는 적지만, 다양한 마법과 필요의 방 같이 전문 마법사들이 이용할법한 요소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기숙사를 배정해주는 마법 분류 모자나 친구들과 교류 같이 호트와트 하면 떠오르는 평범한 일상도 등장하지만, 소설 속 설정 중 좀 더 게임에 적합한 요소를 고르고 이를 세계관에 잘 녹여낸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게임 속 주인공은 세계 최고 마법 학교 중 하나인 호그와트 학생인 만큼 마법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합니다.
우선 마법학교에 왔으니 마법을 배워야죠. 마법은 크게 전투용 마법과 탐사용 마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투용 마법은 해리의 간판 마법인 '엑스펠리아르무스'부터 용서받지 못할 저주인 '아바다 케다브라'까지 여러 효과를 가진 마법이 등장합니다. 이들 마법은 마치 대전 격투 게임의 콤보 시스템처럼 서로 시너지를 발휘해 적을 띄우고 떨어트리고 날리고 폭발시킬 수 있습니다. 조금 신기한 학교 생활을 생각하고 게임을 시작한 게이머들에게 전투의 손맛을 선사하죠.
당연하게도 모험에선 탐사용 마법을 사용합니다. 어두운 곳에선 '루모스', 망가진 다리를 고칠 땐 '레파로', 물건을 옮겨 퍼즐을 풀 땐 '윙가르디움 레비오사'죠. 전투용 마법들이 원작에서 느끼기 힘든 전투의 재미를 선사했다면 탐사용 마법들은 원작 속 모험을 따라해보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해리 일행이 비밀 기지로 사용했던 필요의 방은 하우징 형식으로 제공됩니다. 이곳에서 게이머는 전투에 사용할 약초나 각종 강화 재료를 얻을 수 있는 신비한 마법 생물을 키울 수 있죠. 원하는 것을 구현해주는 필요의 방인 만큼 단순히 아이템을 성장시키는 게임적 기능 외에도 벽과 바닥, 천장 등을 내 기숙사 느낌으로 꾸미며 마치 진짜로 호그와트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해리포터 속 세계를 게임적으로 잘 해석하긴 했지만, 장르에서 오는 호불호는 남아있습니다.
게임 초반은 스토리와 퀘스트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편입생인 주인공은 고대 마법과 얽히고 호그와트의 비밀을 밝혀가면서 사건을 해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나름 친구들과 함께 학교 생활도 즐기고 주변 주민들의 고민도 해결해주죠. 원작을 재해석한 게임치곤 큰 문제 없이 깔끔한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스토리를 모두 끝낸 후 오픈 월드 탐색으로 전환됐을 때 발생합니다. 이제 게이머가 할 수 있는 일은 장비 맞추기와 도전 과제 달성 정도인데 어느 쪽도 게임으로서 아쉬운 느낌을 줍니다. 장비는 파밍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금방 맞추고, 도전 과제는 대부분 필드에서 보물찾기라 지겨운 느낌을 주죠. 하필 지도에 물음표 수십개를 박아넣는 유비식 오픈 월드라서 오픈 월드를 즐기기도 전에 질려버리는 참사가 일어나곤 합니다. 목표가 마련된 오픈 월드를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그럭저럭 즐길 수 있겠지만, 풍부한 상호작용이나 높은 자유도를 기대한 게이머라면 다소 실망할 것입니다.
이 게임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는 게이머나 마법 세계에 관심 있는 게이머에게 더 많은 만족감을 줄 게임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모르는 게이머라도 충분히 흥미를 느끼게 만들 정도로 멋진 세계를 구현하긴 했지만, 끝없는 노가다를 요구하는 유비식 오픈 월드 요소가 발목을 잡는군요. 그나마 세계관의 매력 덕분에 이런 노가다조차 간혹 재밌는 것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독특한 마법 세계나 콤보와 마법 생물로 펼치는 전투를 맛보고 싶은 게이머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설령 어느 쪽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스토리를 진행하는 동안엔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마법 세계의 매력을 맛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