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10월 19일, 리그 오브 레전드 2024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의 8강 세번째 경기 티원(T1)과 탑 이스포츠(TES)의 매치가 성사됐다.
양 팀은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첫 상대로 대면하여 경기를 치뤘고 T1이 석패하여 1패조로 내려가긴 했으나 이를 가뿐히 털어내고 TES와 동일한 3승 1패의 성적으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했기 때문에 대부분 양 팀의 전력차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역시 미드다. 녹아웃 스테이지 들어 컨트롤 메이지의 등장빈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페이커(이상혁)의 좋은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며, 경기력이 백중세인 만큼 T1의 매우 좋은 대 중국팀 전적에서 '다전제 전승'이라는 징크스가 발휘되기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다.
■ 티원 vs 탑 이스포츠
- 1세트
TES측에서는 요네가 금지처리되자 최근 월즈 메타에서는 등장 빈도가 낮았던 아이번-트리스타나라는 클래식 쌍포를 꺼내들었고 T1은 상체가 극초반만 잘 넘기면 난전이 매우 강하고, 하체는 케이틀린을 중심으로 대놓고 상대를 두들기는 식으로 시도 때도 없이 교전을 지향하는 조합을 기용한다.
극초반 티안(가오톈량)의 무리한 카운터 정글 동선을 잘 파악한 T1이 이를 급습하여 퍼스트 블러드를 띄웠고 이에 질세라 TES도 미드에 4인 다이브를 감행하여 페이커의 사일러스를 잡아낸다.
같은 시각 바텀에서 럼블이 열 관리와 스킬 배분에 실수한 것을 보고 갱킹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369(바이자하오)와 오너(문현준)이 교환되는 사고가 있긴 했지만, 제우스(최우제)의 카밀은 암흑시야를 십분 활용하여 적의 합류를 피해 생환했고 T1은 예상치 못하게 상대 럼블이 커버린 상황에 대해서 무리하게 교전을 열기보다는 기동성이 좋은 조합 특성을 살려 히트 앤 런으로 전술을 전환했다.
실제로 잘 큰 럼블의 이퀄라이저 미사일은 대규모 교전에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T1이 공허 유충이나 드래곤 등 주요 오브젝트 타이밍을 정확하게 계산하여 실속만 뽑아먹고 도주하는 영리한 플레이로 TES의 신경을 긁었고 빙하 감옥과 운명의 소용돌이를 사용해서 대치 상황에 있던 T1이 3번째 드래곤까지 가져가자 TES는 내셔 남작으로 선로를 돌렸다.
25분경 벌어진 한타에서 T1은 오너만 내주는 선에서 내셔 남작 사냥을 저지했고 제우스의 카밀을 바텀 사이드로 파견하여 라인을 압박했는데, TES는 럼블이 별다른 사고 없이 삼위일체와 스테락의 도전을 마련해온 카밀에게 뚫리는 타이밍이 오는 것을 인지하자 다시 한번 내셔 남작을 치는 선택을 한다.
결국 이 한타에서 운명의 소용돌이로 템포를 끊는 케리아(류민석)를 시작으로 럼블의 궁극기를 약탈한 페이커가 이퀄라이저 미사일로 TES 본대를 폭격하며 T1이 5:1의 킬교환으로 상대를 전멸시켰고, 29분에 부활하자마자 또 다시 내셔 남작을 두들기던 TES였지만 오너가 바론 스틸을 하며 다시 한번 5:1로 에이스를 띄워 대승, 가뿐하게 1세트 승리를 가져갔다.
- 2세트
T1이 선픽 카드로 럼블을 채용하자 TES는 스위스 스테이지 3라운드에서 럼블을 상대로 4분 솔로킬이라는 충격적인 라인전 퍼포먼스를 보여준 갈리오를 카운터픽으로 마련했다.
상체 솔로라이너 AP에 치중한 구성이 되면서 세주아니, 스카너가 금지된데다가 선진입 챔피언인 바이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양 팀 모두 최근에는 보기 드문 AD 정글라인 신 짜오와 비에고가 나왔고 T1은 마지막까지 미드를 숨기다가 아리를 택하며 밴픽을 마무리지었다.
해설진에서는 사일러스를 상대로 하는 아리 후픽에 대한 리스크 컨트롤을 우려하는 의견을 내비쳤으나 페이커의 아리는 우려를 불식하듯이 크렘(린젠)을 흠씬 두들겨서 점멸 교환 끝에 먼저 집에 보내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고, 대놓고 카운터 픽으로 나온 탑 라인을 제외하면 T1이 라인전을 리드하는 그림이 나왔다.
승부는 일찌감치 벌어진 두 번째 유충 교전에서 결정됐다. 9분경 제우스의 럼블을 갱킹하기 위해 369가 점멸-도발을 걸었지만 뒤이어 따라오는 비에고와 사일러스가 도착하기 전에 맞점멸로 무사히 빠져나가면서 TES가 대치 상황에서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교전 개시의 수단이 줄어들었고, 터널 시야에서 풍전참뢰로 이즈리얼을 적중시킨 오너가 재키러브(위원보)의 정화와 점멸을 모두 빼내는데 성공한다.
결국 페이커가 티안에게 매혹을 적중시키고 케리아의 라칸이 연계 CC로 이를 터뜨리면서 4:5로 한타가 열렸고, 갈리오의 영웅출현을 라칸이 매혹의 질주로 끊어내면서 TES의 진영붕괴 시도마저 실패로 돌아가 T1이 3:0 킬교환으로 큰 이득을 본다.
팔이 길고 기동성이 좋은 T1은 팀적 조합 시너지는 밀릴지 몰라도 원하는 타이밍에 교전을 열거나 피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확실하게 강점이 있었고 이후로도 철저하게 이긴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싸움을 걸어 이득을 보고 빠지는 과정을 반복했다.
30분 시점에서 구마유시(이민형)의 자야가 3코어를 갖추면서 T1은 바론을 쳐서 상대를 불러냈고 TES가 이에 응전하는 과정에서 케리아의 라칸에게 4명이 매혹당하면서 교전이 열린다. 순식간에 포커싱당한 재키러브가 빈사상태로 이탈해버리면서 구마유시가 TES를 전부 쓸어담기 시작헀고 재키러브도 혼령 질주로 따라붙은 페이커의 아리에게 잡히면서 5:0 클린 에이스와 함께 바론 버프까지 T1 측으로 넘어간다.
승기를 잡은 T1은 거침없이 TES의 본진으로 진격했고 15:0이라는 퍼펙트 킬스코어를 기록하며 스윕을 목전에 둔다.
- 3세트
3세트 연속 블루 진영에서 시작한 TES가 탑을 확실하게 걸어 잠그기 위해 럼블을 잘라냈고 선픽으로 사일러스를 뽑은 상황에서 T1이 나르를 선점하면서 369의 주요 챔피언인 레넥톤과 크산테가 사실상 봉인된다.
결국 탑 카드를 후픽으로 미루는 과정에서 T1은 크렘의 캐리력을 확실히 봉쇄하기 위해 전날 경기와 마찬가지로 미드 갈리오를 등판시킨다.
갈리오와 뽀삐를 통해 돌진 조합에 대한 완벽한 대비책을 마련한 T1은 마지막 픽으로 파이크를 고르며 밴픽을 마무리했고 고민 끝에 TES는 나르와의 맞라인전과 사이드 푸시 주도권을 위해 AS 빌드 케넨을 채용했다.
케리아의 파이크는 경기 내내 슈퍼스타라 불릴 수 있을 정도의 미친 존재감을 보여줬다. 아군 진영의 푸른 파수꾼 캠프로 TES가 인베이드를 왔으나 이를 뼈 작살로 캠프 밖으로 빼내면서 인내심을 리셋시켜 티안의 정글링을 완전히 망쳐놓았고, 미드에서 크렘의 사일러스를 갈리옹 CC 연계와 칼날비의 버스트딜로 터뜨린 퍼스트 블러드를 기점으로 전 라인을 헤집어놓고 다니며 TES의 정글러와 서포터가 이를 수습하러 다니느라 제대로 된 성장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케넨이 AS 빌드를 택하여 한타 파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면 한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TES는 T1의 기동전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카운터 정글링을 하는 오너를 4명이 둘러싸서 억지로 잡아내는 식으로 킬스코어를 따라가긴 했으나 끌려다니는 과정에서 레벨과 아이템 성장 격차가 벌어졌다.
별다른 사고 없이 32분에 치명타 4코어를 완성한 자야를 필두로 T1은 내셔 남작을 쳐서 TES를 불러넀고 뽀삐가 수호자의 심판으로 2명을 날려버리며 바론 버프를 취하고 도주했고 이후 탑 라인을 살짝 건드리다가 빠지면서 TES를 다시금 끌어낸다.
결국 매복하고 있던 갈리오의 도발이 적중하면서 메이코(텐예)가 단숨에 터졌고 사실상 저지력을 상실한 TES 본대가 전원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다가 정리당하면서 T1이 3:0 스윕 승리로 준결승 무대에 승선한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