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10월 13일,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의 스위스 스테이지 마지막 경기 일정인 5라운드 2승 2패조 녹아웃 스테이지 최종 진출전이 진행됐다.
LCK에서는 3시드 진출팀인 디플러스 기아(DK)가 웨이보 게이밍 탭탭(WBG)과 최후의 일전을 치르게 됐다.
2020시즌 당시 양 팀은 담원 게이밍과 쑤닝이라는 팀명을 달고 월즈 결승에서 혈전을 벌인 라이벌리가 있으며 대진표가 나온 시점에서는 다른 매치에 비해 전력차가 매우 적어 승부 예측이 힘든 경기로 평가받고 있었다.
특히, 양측 미드 라이너가 요네를 비선호하는 밴픽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먼저 극복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디플러스 기아 vs 웨이보 게이밍 탭탭
- 1세트
DK가 지난 경기에서 결과적으로 패배하긴 했어도 요네를 채용하여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을 의식한 듯 WBG가 첫번째 밴 페이즈에서 고심 끝에 요네를 금지처리했고, DK가 칼리스타-레나타에 쇼메이커(허수)의 시그니처인 르블랑까지 확보했지만 WBG도 최근 핫한 오리아나-녹턴을 뽑으면서 양 팀의 조합 방향성이 돌진으로 귀결되는 모습이었다.
다만 방향 자체는 비슷할지 몰라도 엄연히 따지면 WBG에게 선공권이 있었고 마지막에 케이틀린-럭스를 채용하여 칼리스타-레나타 버금가는 라인전 구도를 짜맞춘 덕분에 사실상 DK가 불리한 입장이었다.
초반에 르블랑과 리 신의 크랙플레이로 상대를 말려 놓는데 성공하면 시도 때도 없이 기동성이 떨어지는 WBG의 바텀을 괴롭히고 잡아먹을 수 있지만 조금만 무난하게 시간이 끌리면 교전 사거리 차이로 응징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케이틀린-럭스를 뽑은 WBG의 밴픽은 실제로도 굉장히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라인전 페이즈에서 강하기로 소문난 칼리스타-레나타를 역으로 압박하다가 점멸 그랩까지 동원하여 억지 갱킹을 시도한 DK에게 럭스가 2인 속박을 맞히며 역갱으로 더블킬을 냈고, 이 때문에 루시드(최용혁)의 리 신은 지속적으로 바텀이 압박당하는 것을 봐줘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그나마 크리스프(류칭쑹)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포지션으로 견제구를 던지다가 타워에 어그로가 끌린 상태에서 그랩당해 공짜 킬을 헌납하거나, 억지로 바텀 1차 타워를 부수고 다이브를 하려는 WBG의 시도를 간파하여 적절한 반격으로 샤오후(리위안하오)와 타잔(이승용)를 처치하는 등 DK가 좋은 플레이로 숨을 돌렸다.
승부의 향방은 25분에 갈렸다. 양 팀의 오브젝트나 철거 상황이 비슷한 탓에 칼리스타를 들고 내셔 남작을 건드리며 DK가 WBG를 불러냈고 녹턴에게 오리아나의 궁을 붙여 피해망상으로 돌진시켰으나 에이밍(김하람)이 이를 가볍게 피하고 타잔이 고립사하면서 자연스레 DK에게 바론 버프가 넘어갔다.
이로 인해 비교적 수월하게 라인 관리를 할 수 있게 된 DK가 초반에 벌어진 골드 격차를 사실상 무위로 되돌리는 것은 물론 라인전에서 1코어 수준의 아이템 격차가 나던 칼리스타와 케이틀린이 거의 대등해지는 상황이 됐다.
양 팀 선수진이 자잘한 실수로 킬교환을 거듭하는 가운데 에이밍은 최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았는데 WBG 측에서 32분에 불을 끄고 브리드(천천)의 잭스를 후방에 침투시켰으나 여기서 에이밍은 최대한 물기 힘든 포지셔닝을 잡아 뛰어다니면서 최대한 창을 꽂아 뽑아 찢었고 덕분에 2:5 교환으로 한타를 대승하여 확실하게 승기를 잡는다.
결국 이어지는 한타에서도 에이밍이 트리플 킬을 쓸어담으며 교전 사거리가 짧은 칼리스타로서는 가능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고 43분 만에 WBG 측 넥서스를 파괴하며 선취점을 기록한다.
- 2세트
WBG가 밴 페이즈에서 칼리스타와 르블랑을 먼저 잘라내며 조합의 완성도와 별개로 인게임 플레이가 날카로움을 시인한 가운데 DK는 요네를 풀고 오로라-녹턴을 가져오며 돌진 조합을 준비한다.
그러나 WBG는 이번에는 돌진 조합으로 맞붙는 대신 진입과 후퇴가 비교적 자유로운 라이너들과 더불어 돌진력과 선공권 우수한 것과 별개로 하드 CC의 부재를 파고들어 상대가 들어오면 어떻게든 스킬 한 사이클을 돌릴 수 있는 브랜드 정글을 기용, 함께 폭사하자는 방향의 카운터 펀치를 준비했다.
극초반 인베이드 과정에서 루시드의 녹턴이 상대 바텀 듀오와 점멸을 2:1로 교환하면서 DK가 기분 좋게 게임을 시작하는 듯했으나, 상대가 첫 드래곤을 몰래 사냥하던 것을 스틸하거나 시의적절한 역갱으로 탑 라인전을 편하게 하며 타잔이 성장형 정글러를 들고 발빠른 움직임으로 루시드와 격차를 벌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허 유충 6마리를 모두 섭취한 WBG를 상대로 DK가 교전을 먼저 열었으나 팀원 간의 거리가 애매하여 스킬 연계가 매끄럽게 들어가지 않았고, 브랜드와 같이 기동성이 떨어지는 주요 딜러진이 오로라의 영역에 갇히지 않은 탓에 침착하게 반격한 WBG가 오히려 3:1 교환으로 이득을 봤다.
14분경 4:3의 인원 열세로 탑 2차 포탑을 수성하던 DK의 정글-미드-서폿이 무리한 교전 끝에 전부 터져나간 가운데 미드에서 라인을 정리하던 에이밍이 먼저 올라와서 샤오후와 크리스프를 잡아내며 급한 불을 껐지만, 이 시점에서 글로벌 골드는 3천 이상 격차가 났고 유충, 드래곤, 전령을 전부 WBG가 쓸어담고 있는 형국이었다.
탑과 미드의 주도권이 없는 상황에서 돌진 조합은 힘을 쓰기 어려웠고 29분경 탑라인의 억제기가 밀린 것을 킹겐이 힘들게 수성하고 있는 사이 WBG가 먼저 교전을 열어 5:0 클린 에이스를 기록, WBG가 2세트 승리를 가져온다.
- 3세트
WBG가 르블랑-칼리스타를 필두로 에이밍의 챔피언 풀을 저격하는 원거리 딜러 3밴을 해버린 가운데 2021 시즌 너프 이후 정글러로 통계가 거의 잡히지 않았던 모르가나가 등장한다.
DK의 상체가 그라가스-바이-요네로 다들 크랙 플레이에 특화된 강력한 군중제어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전원 마법 피해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아 칠흑의 방패를 벗길 수 없다는 점을 노린 조커픽으로 추정됐고 실제로 타잔은 그에 부합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3세트는 시작부터 DK가 크게 불리한 형국이었다. 모르가나가 다이브에 그렇게 좋은 챔피언은 아니었지만 브라움이 뇌진탕 펀치를 걸아두면 원거리 챔피언들이 기본 공격으로 이를 안전하게 터트릴 수 있어 WBG가 4인 다이브에서 일방적인 2킬을 기록했다.
물론 다이브를 시도하는 사이에 루시드가 카운터 정글링으로 레드팀 캠프를 깔끔하게 비워버리자 크리스프가 나서서 타잔이 안전하게 블루팀의 붉은 덩굴 정령을 사냥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전반적으로 팀적 호흡은 WBG가 우위에 있었고, 바이가 첫 궁극기를 미드에 사용하며 샤오후를 잡아내려고 했으나 여기서도 타잔과 크리스프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카운터를 쳐 쇼메이커와 루시드가 함께 전사한다.
자연스럽게 시야 주도권을 잡은 WBG가 철저하게 바이를 스토킹하면서 정지명령으로 시작되는 억지 갱킹을 무위로 만들었고 타잔의 모르가나가 견제구로 던지는 어둠의 속박이 적중이라도 하면 그대로 뇌진탕 펀치로 이어지는 정글-서폿의 CC 연계에 DK가 고전을 면치 못한다.
3세트에서도 에이밍은 노데스 상태로 최대한 상대측의 성장세를 따라가며 쌍권총 난사로 적의 진격을 늦추거나 한 명씩 잘라내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잘 성장한 브라움이 방패를 세우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28분 교전에서 진영 허리를 끊어놓은 오로라에게 붙들려 브리드에게 제압킬을 내주고 그대로 본진으로 밀고 들어온 WBG에게 한 번 더 쓸려나가며 DK의 월즈 여정은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마무리하게 됐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