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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동향

[겜츄라이] 크루세이더 킹스 3, 막장 드라마부터 맨땅 성공기까지 몰입감 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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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습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버릴 정도로 재밌는 게임도 많지만 괜히 돈만 버린 듯한 아쉬운 게임도 많죠. 어떤 게임이 재밌는 게임이고 어떤 게임이 아쉬운 게임인지 직접 해보기엔 시간도 돈도 부족합니다.
 
주말에 혼자 심심할 때, 친구들과 할 게임을 찾지 못했을 때,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해보고 싶었을 때 어떤 게임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신가요? 게임조선이 해결해 드립니다! 게이머 취향에 맞춘 게임 추천 기획 '겜츄라이'!
 
[편집자 주]

이런 분께 추천!: 중세 영웅은 누구?! 바로 나! 모험가부터 황제까지 역사 놀이라니 정말 최고야!
이런 분께 비추!: 아니 상속했는데 왜 땅이 쪼개져... 전쟁은 왜 마음대로 못해... 중세 너무 답답해...

십자군은 세계사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입니다. 겉보기엔 성지 예루살렘을 두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충돌한 전쟁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엔 각 국가들의 정치 상황, 세계 경제의 흐름, 시대의 변화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죠. 십자군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지역, 그리고 필요에 따라 바뀌어 왔고, 게임을 비롯한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믿음을 위해 예루살렘으로 달려나간 군주들과 기사들의 이야기는 대중을 사로잡기 딱 좋은 강렬한 소재였으니까요.

​크루세이더 킹즈 시리즈 역시 십자군을 주제로 삼은 게임 중 하나입니다. 크루세이더 킹즈에선 좀 더 폭넓게 바이킹의 잉글랜드 정복과 콘스탄티노플 함락까지 중세의 황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덕분에 바이킹을 막아내고 브리튼을 수복해 아서왕의 뒤를 잇는 팬드래건이 되거나 기독교의 방패를 넘어 옛 로마의 영광을 되찾은 광활한 제국의 황제가 되는 경험을 맛볼 수 있죠. 역사를 좋아하는 게이머, 특히 중세 서양사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만큼이나 몰입하기 좋은 게임이 또 없을 것입니다.

​역사에서 벗어나 시뮬레이션 측면에서 바라보면 나와 가문의 영광을 다룬 거대한 서사시가 됩니다. 플레이하던 캐릭터가 죽어도 내 자식들, 혹은 내 형제의 자식들, 그조차도 없다면 방계의 방계를 넘어 까마득한 친척으로 게임은 이어집니다. 간혹 상속 과정에서 영지와 작위가 쪼개지기도 하지만, 내가 이룩한 유산이 가문의 이름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 모습은 남다른 성취감을 선사하죠. 다 망한 줄 알았는데 어디선가 살아남은 내 가문원이 분연히 일어나 부흥에 성공할 때 그 맛은 쉽게 잊기 힘든 감동을 남깁니다.

게임 외적으론 십자군이나 중세 같은 핵심 키워드보단 자유롭고 풍부한 콘텐츠가 더 화제가 되었죠. 심즈 시리즈와 함께 커뮤니티에 글을 쓸 때 제발 제목을 달자며 자조하는 게임 중 하나죠.

​게이머는 크루세이더 킹즈에서 최소 영주, 그리고 점점 더 권력을 얻으며 황제까지 오를 수 있죠. 하지만 황제가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날부터 암살 시도가 계속되어 첩보장에게 탐색을 맡겼더니 아니 글쎄 아내가 제 목숨을 노리고 있었죠. 아내와 이혼하고 재혼을 해도 되지만, 이로 인한 평판 손해와 정신적 충격은 쉽게 아물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튜토리얼을 시작하고 순조롭게 첫 소왕국 통일을 눈앞에 둔 순간, 갑자기 아들이 병에 걸려 죽고 말았습니다. 그 아들 외엔 자식이 없었는데 말이죠. 아들을 떠나보낸 슬픔 때문일까요? 제 캐릭터 역시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같은 병에 걸려 죽고 말았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튜토리얼에서 말이죠.

​이런 고난, 소위 '억까'에 포기하면 게이머가 아니죠. 억까에 대항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이쪽도 억까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왕국에선 몹쓸 영주 하나가 저를 암살했습니다. 후계자는 딸이라 하기 어려운 모계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 우선 이를 악물고 열심히 계책을 배워 아빠를 죽인 영주를 유혹해 간과 쓸개를 다 빼먹고, 그 아내까지 유혹해 가문을 파탄 냈죠. 제목에 크루세이더 킹즈를 붙이지 않으면 그야말로 복수 치정극,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 그 자체입니다.

지난 9월에는 크루세이더 킹즈 3에 비지주 플레이가 추가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지주가 아니라 모험가가 되어 권력자들의 임무를 수행하며 밑바닥부터 즐기는 방식이죠. 동료들과 함께 역사의 폭풍 한가운데서 살아남아 영지를 얻고, 권력을 얻으며 마침내 정상에 서는 맛은 기존 플레이와 새로운 매력을 선사합니다. 

​예를 들어 로드리고 디아스가 되어 엘 시드의 전설을 따라가거나 하산 사바흐가 되어 암살단의 시조가 될 수도 있죠. 역사 밖에서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아서왕 전설처럼 성배를 찾는 기사 플레이를 해볼 수 있고, 베르세르크의 매의 단처럼 동료들과 함께 위기를 넘나드는 용병단 플레이도 가능하죠.  콘텐츠 자체는 여행에서 조금 더 발전시킨 느낌인데 크루세이더 킹즈에서 가장 중요한 몰입감을 더해줄 이벤트 덕분에 마치 다른 게임을 하는 느낌입니다.

다만, 많은 시뮬레이션 게임이 그러하듯 입문 난이도가 상당한 편입니다. 글 위주로 진행되는 게임인 만큼 읽어야 하는 내용이 고봉밥 수준이고, 여러 인물들이 거미줄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처음 게임을 잡았을 땐 내가 뭘 하는지 정신없기만 하죠. 게다가 중세의 문화를 모르면 마음대로 전쟁도 못하고, 분명 내 땅인데 상속할 땐 형제 수대로 쪼개져서 줄어드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이 장르가 원래 입문 난도가 높긴 하지만, 크루세이더 킹즈는 게임 자체 시스템에 대한 이해에 역사적 이해까지 필요해 쉽게 손대기 어려운 게임이죠

​개발사인 파라독스 인터랙티브의 DLC 정책도 구매를 망설이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전 DLC만 해도 한 가지 DLC로 나와도 충분한 콘텐츠를 여러 콘텐츠로 나눠서 내고, 그 콘텐츠 내용도 재미 보단 짜증을 유발하는 요소가 많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가뜩이나 DLC를 많이 내놓기로 유명한 회사인 만큼 가격적인 부담도 입문 방지턱이 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하는 이유는 대체 불가능한 '뽕맛'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많은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이 출시되었지만, 진짜 역사처럼 느껴지는 몰입감 하나는 크루세이더 킹즈 밖에서 찾기 어려웠죠. 익숙해질수록 중세에 온 듯한 느낌을 주고, 계속 새로운 이벤트를 맛볼 수 있으니 헤어 나올 수 없고, 헤어 나올 생각조차 못 하게 되는 것이죠.

​역사에 관심 있고, 많은 글자에 거부감이 없는 분이라면 크루세이더 킹스 3 같은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이 없을 것입니다. 역사 속 인물이 되어, 혹은 이름 없는 기사에서 왕으로 성공하는 성취감을 맛보고 싶다면 크루세이더 킹스 3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꿈에 그리던 중세 풍경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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