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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코에이 테크모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 멋진 첫인상 부족한 뒷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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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스팀덱 환경에서 플레이 및 촬영 후 작성되었습니다.
* 스토리 최종화 내용을 일부 담고 있습니다.

페이트 시리즈 중에 꽤 할만한 ARPG가 나왔다. 페이트 시리즈 중에선 말이다.

페이트 시리즈는 타입문이 만든 역작이다. 'Fate/stay night'로 시작된 페이트 시리즈는 후속작인 'Fate/hollow ataraxia', 외전인 'Fate/EXTRA', 모바일 라이브 게임인 'Fate/Grand Order'까지 다양한 게임으로 분화됐다. 페이트 시리즈의 주요 골자는 세계사의 유명 영웅과 위인들이 저마다 전승과 일화를 담은 기술과 무구를 들고 격돌하는 올스타전으로 전세계 마니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 면에서 'Fate/Samurai Remnant(이하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는 다소 이질적인 작품이다.

페이트 시리즈는 대부분 소원을 들어주는 만능의 잔 '성배'를 얻기 위해 7명의 마스터와 7명의 서번트가 팀을 이루어 최후의 1팀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성배전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Fate/stay night나 Fate/Zero 정도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춘 성배전쟁이 진행되는 경우가 드문데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도 그중 하나다.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에선 게이안 4년 에도에서 7명의 마스터와 7명의 서번트, 그리고 8명의 떠돌이 서번트가 등장하는 아종 성배전쟁 '영월의식'이 진행된다.


기존 성배 전쟁을 비튼 영월의식 = 게임조선 촬영


이번 전쟁에선 서번트가 15명이나 소환된다 = 게임조선 촬영


페이트 팬이라면 익숙한 모습들이 보인다 = 게임조선 촬영

페이트 시리즈가 처음인 게이머는 벌써부터 난해한 설정에 머리가 아플 것이다. 그런데 막상 게임을 해보면 영월의식이라는 생소한 단어도, 게이안 4년 에도라는 배경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월의식의 주체가 되는 마스터들의 행동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스터인 미야모토 이오리는 게이머들과 마찬가지로 영월의식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성배에 빌만한 마땅한 소원도 없지만 서번트끼리 싸움으로 일어난 참사를 보고 에도의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에 영월의식에 참가한다. 역사적 인물 중에선 정성공이 망국 명나라의 부흥을 위해, 유이 쇼세츠는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영월의식에 참가는데 실제 역사를 몰라도 납득할만한 목적이다. 다른 마스터인 치에몬은 복수를 위해, 도로테아 코예트는 마술사들로서 비원과 가문을 위해, 츠치미카도 야스히로는 가문의 부흥을 위해, 타카오 다유는 요시와라를 지키기 위해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영월의식에 참가한다. 각 캐릭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이들의 이해관계와 드라마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성배전쟁? 어차피 주인공이나 게이머나 모르긴 마찬가지라 몰라도 된다 = 게임조선 촬영


의아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대체로 마스터들의 행동과 목적은 납득가는 편 = 게임조선 촬영

반대로 서번트의 경우 이러한 묘사가 다소 부족하다. 페이트 시리즈의 서번트는 영웅이자 위인으로서 일화에 대한 이해를 캐릭터성의 전제로 삼는데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의 서번트들은 아처와 랜서를 제외하면 모두 일본 역사와 설화에 등장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해외 게이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차라리 마스터처럼 명확한 목적의식이 있다면 캐릭터를 이해하기 편하겠지만, 올바른 역사를 기록하고 싶다는 캐스터 외엔 세이버는 소원을 잊었고, 아처와 랜서는 마스터를 따르기만 하며, 라이터와 어쌔신, 버서커는 명확하게 그 목적을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어쌔신의 경우 진명과 일화를 알고 있어도 스토리에선 마스터를 시험해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도로테아 코예트에게 반기를 들어 의아하게 만든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페이트 시리즈와 일본 역사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이번 게임의 스토리는 이해되지만, 캐릭터 절반이라고 할 수 있는 서번트의 캐릭터 완성도는 부족해 게임의 몰입감을 해치는 상반된 느낌을 받게 된다. 진행에 문제는 없지만, 페이트 시리즈의 재미가 영웅들의 올스타전에 기인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서번트들의 캐릭터 완성도는 아쉬운 부분이다.


어떤 사람에겐 서번트의 이름을 알 수 있는 장면이지만, 어떤 사람에겐 의문을 남기는 떡밥 = 게임조선 촬영


물론 페이트도 일본도 다 알아도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도 있긴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스토리 진행 측면에서 살펴보면 게임은 최소 2회차를 상정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2회차에서만 해금되는 다른 마스터와 서번트의 이야기도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온전히 파악하려면 2회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 첫 회차에선 4장과 5장 두 번에 걸쳐 분기가 등장하며, 2회차에 추가 분기가 추가되며 총 3가지 엔딩을 볼 수 있다. 진행한 스토리는 영월록에서 달성률을 통해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내가 선택하지 못한 회차, 플레이해야 할 회차를 파악할 수 있다. 회차 플레이를 위해 한 번 본 대사는 빠르게 넘기는 기능을 제공하고, 회차를 넘길 때 2장부터 시작할 수 있지만, 스토리가 중심인 게임인 만큼 회차 한 번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문제는 분기마다 얻을 수 있는 떠돌이 서번트나 스킬이 달라 선택지를 잘못 선택하면 해당 서번트의 스토리와 스킬을 얻기 위해 여러 번 회차를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략을 모르고 선택지를 잘못 선택하면 최악의 경우 4회차에 가서 스킬을 해금하게 된다. 분기점에서 저장 기능이 제공된다면 이런 불편을 줄일 수 있을 텐데 회차 플레이를 상정하곤 회차 플레이에 대한 편의성이 부족한 느낌이다.


게이머가 일일히 분기를 외우지 않는 이상 분기 세이브 없인 실수하기 마련 = 게임조선 촬영


떠돌이 서번트 하나 때문에 내가 4회차를 돌아야 하는가? = 게임조선 촬영


그거 못봤다고 스킬 하나 빵꾸나는건 좀 아니지 = 게임조선 촬영

 

이런 부분과 별개로 페이트 시리즈의 팬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세이버만 하더라도 달밤에 쓰러저있는 마스터를 내려다보며 "네가 나의 소환자인가"라며 묻고, 밥과 먹는 것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모습을 보여줘 자연스럽게 Fate/stay night의 세이버를 떠올리게 만든다. 외형이 똑같아 가짜 세이버라고 불렸던 Fate/EXTRA의 붉은 세이버완 반대로 겉은 다르고 캐릭터성은 비슷해 대비가 되는 모습이다.

떠돌이 서번트의 경우에도 페이트 시리즈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서번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에 대한 게이머들의 인식도 게임 내에 잘 반영되어 있다. 유명한 영웅왕이 '바빌로니아'라는 가게를 운영하며 Fate/Grand Order 게이머라면 사족을 못쓰는 반짝이는 사면체 보석을 팔거나 파란색 타이즈 창병이 직각 달리기를 하거나 타마모아리아가 요리를 잘하는 타마모캣을 언급하는 등 페이트 팬이 봤을 때 반가운 요소들이 많다.


이거 세이버 맞네 소리가 절로 나왔던 장면들 = 게임조선 촬영


팬이라면 플레이 내내 싱글벙글 웃으면 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ARPG로서 전투는 약공격과 강공격을 섞어 콤보로 이어가는 전형적인 무쌍 스타일의 방식이다. 여기에 마스터인 이오리는 간단한 마술, 서번트는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공명절기를 사용해 적들을 파훼할 수 있으며, 일정 게이지를 모두 채우면 강력한 필살기인 오의나 보구를 사용할 수 있다.

이오리는 물의 형으로 시작해 스토리 진행에 따라 땅의 형, 바람의 형, 불의 형, 공의 형 총 5가지 검술을 익힌다. 여기에 메인 퀘스트 및 서브 퀘스트, 떠돌이 서번트의 성장도에 따라 여러 스킬을 배워 검술을 강화하게 된다. 각 검술은 방어와 반격, 마술, 남은 체력에 따른 능력치 상승 등 고유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형태로 바꿀 때 획득하는 버프로 여러 검술을 번갈아 가면 사용하는 것이 이오리의 주 전법이 된다.


전투는 평범한 무쌍 = 게임조선 촬영


가장 많이 조작하게 될 이오리는 5가지 검술을 바꾸며 적을 상대한다 = 게임조선 촬영


서툴긴 하지만 마스터라고 마술도 쓰긴 한다 = 게임조선 촬영

서번트의 경우 특정 이벤트에서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이오리로 전투 중 교대 게이지를 채워 일정 시간 동안 장착 중인 떠돌이 서번트와 교대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이오리의 지시에 맞춰 공명절기를 사용할 때 등장하거나 세이버 한정으론 이오리와 함께 직접 전투한다. 서번트마다 교대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지만, 대체로 1분조차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라서 후반으로 갈수록 공명절기 도구가 되거나 잠깐 등장해 보구를 사용하고 퇴장하는 일이 많다.

서번트의 꽃인 보구 연출은 꽤나 다양해졌다. 세이버가 전통적으로 빔을 쏘는 것은 여전하지만, 배를 소환해 활을 쏘고, 불바다를 만들고, 요괴를 부르고, 요괴가 되고, 역사를 다시 쓰는 등 꽤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풍의 모델링에 화려한 이펙트까지 더해져 이전 콘솔작인 Fate/EXTELLA LINK나 아케이드 게임인 Fate/Grand Order Arcade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다만, 보구를 발동할 때 서번트의 얼굴이 정면을 보는 연출은 다소 과해 진지한 장면에서도 분위기를 깰 때가 있는 편.


서번트는 일정 시간 교대로 사용하는 방식 = 게임조선 촬영


보구 연출은 모든 페이트 게임을 통틀어 탑급이다 = 게임조선 촬영


보구를 강요받고 있는 거다! = 게임조선 촬영

공격 시스템은 무쌍을 다듬어 시원한 액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반대로 적들의 방어 시스템은 지루함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았다. 서번트와 거대 괴이는 보호막을 가지고 있어 이를 모두 소모시켜야 제대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데 보호막에 제대로 된 피해를 주려면 적의 공격을 제대로 회피하거나 적들의 강공격을 공명 절기 등으로 취소시켜야 된다. 이조차도 제대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시간이 짧고, 일정 체력이 될 때마다 보호막이 부활할 때도 있으며, 난도가 높아질수록 보호막이 단단해지기 때문에 서번트나 거대 괴이 전투가 발생하면 한숨부터 나오게 된다. 그렇다고 난이도를 낮추면 보호막 문제는 해결되지만, 지나치게 쉬운 전투 파트는 스토리를 보기 위한 노동으로 바뀌어버린다. ARPG로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RPG로서 성장에도 문제가 있다. 개발진들의 의도대로 2회차까지 마쳤다면 이오리는 물론 모든 서번트의 스킬을 전부 배웠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남는 육성 콘텐츠는 칼 장식을 조합해 원하는 옵션을 얻는 마술 코시라에 정도다. 그런데 이 마술 코시라에도 빠르면 1회차에 원하는 옵션을 얻을 수 있고, 새로운 옵션을 얻는다고 해도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어 성장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옵션의 수치가 정확히 얼마큼 영향을 주는지 알기 어려운 점과 다음 회차로 넘어간 직후 낮은 옵션의 재료들만 나오는 것도 성장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 회차를 반복하면 적어도 캐릭터라도 강해져 높은 난도에서 적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손맛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회차를 반복해도 늘어나는 것은 이오리의 미미한 능력치 정도고, 적들은 강력한 보호막을 그대로 사용하기 떄문에 회차 플레이가 필요한 게임임에도 회차 플레이가 꺼려진다.


난도가 높아질수록 짜증나는 보호막 = 게임조선 촬영


서번트는 갈수록 공명절기 셔틀이 된다 = 게임조선 촬영


이미 1회차에서 완성된 무기를 가지고 같은 적을 계속 상대하니 점점 지루해진다 = 게임조선 촬영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는 팬을 위한 게임으로서 만족스러운 선물이 되었지만, ARPG면에선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이 보였다. 첫 회차 플레이에선 흥미로운 설정들과 멋진 연출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수준의 몰입감을 보여줬지만, 새로운 엔딩과 숨겨진 이야기를 보기 위한 2회차는 미흡한 캐릭터 완성도와 지루한 전투로 아쉬움을 남긴다. 이후 회차 플레이를 하려고 해도 썩 유쾌하지 않은 2회차의 경험이 시작 버튼 누르기를 망설이게 만든다. 향후 출시 예정인 DLC에서 이런 부분을 보완한다면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는 페이트 팬뿐만 아니라 다른 게이머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을 느끼게 만들 작품으로 거듭날 것이다.


페이트 게임에 이정도 그래픽+분량+캐릭터성+액션은 고맙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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