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프로젝트 레드는 미디어를 대상으로 9월 26일 출시 예정인 사이버펑크 2077의 스파이 스릴러 확장팩 '사이버펑크 2077: 팬텀 리버티(이하 팬텀 리버티)' 핸즈온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 사용된 데모 빌드에선 팬텀 리버티 메인 스토리의 일부와 개편된 특성 시스템을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
팬텀 리버티의 메인 스토리 콘셉트는 스파이 스릴러다. CD 프로젝트 레드는 공식 트레일러 개발자 분석 영상을 통해 '미션 임파서블'이나 '제임스 본드'처럼 멋진 도구를 사용해 깔끔하게 일처리를 해내는 슈퍼 요원에 대한 판타지를 확장팩에 담았다고 전했다.
메인 스토리는 V가 렐릭과 조니 실버핸드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송버드' 송소미의 말을 믿고 NUSA(신 미합중국)의 대통령 로잘린드 마이어스 구출 의뢰를 받으며 시작된다. 송버드는 V를 확장팩의 무대인 도그타운 스타디움 꼭대기로 이끌고 대통령이 탄 비행기 '스페이스 포스 원'의 이동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순간 스페이스 포스 원은 비행 부대에 공격을 받고 추락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V는 로잘린드 마이어스와 만나지만, 송버드와 연락이 끊기고 그녀를 찾기 위해 전설적인 스파이 솔로몬 리드를 만나게 된다. 송버드를 친구라고 부르며 찾으려는 로잘린드 마이어스, 대통령이 사지에 몰린 가장 위험한 순간에 연락이 끊긴 송버드, 나라의 지도자조차 바꿀 수 있다는 솔로몬 리드, 도그 타운의 지배자인 커트 핸슨의 비밀과 이해관계에 대한 의문점을 남기면서 데모 플레이가 종료됐다.
송버드의 의뢰로 시작되는 팬텀 리버티 = 사이버펑크 2077 공식 채널 갈무리
무대는 기업의 손에서 벗어난 치외법권 구역 도그 타운 = 사이버펑크 2077 공식 채널 갈무리
이번 데모 플레이는 메인 스토리의 핵심만 편집한 버전이고, 그조차도 초반부 스토리에 그쳐 개발진이 강조한 스파이 스릴러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긴 힘들었다. 대신 본편을 해본 유저라면 흥미로워 할만한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먼저 대통령인 로잘린드 마이어스다. 로잘린드 마이어스는 밀리테크의 전 CEO이자 NUSA의 3선 대통령이다. 데모 플레이에선 아군으로 등장했지만, 그녀의 과거 설정은 일본 제국의 부활을 꿈꾸던 아라사카 사부로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전직 해군 중위였던 아라사카 사부로와 마찬가지로 전직 해병대였다는 개발자의 설명도 흥미로운 부분. 아라사카 사부로라 렐릭을 찾기 위해 나이트 시티로 왔던 만큼 과연 로잘린드 마이어스는 무엇을 목적으로 도그 타운 근처를 비행했는지 의문을 남겼다.
대통령의 실종을 적극 이용하려고 하는 커트 핸슨 대령은 남미 마약왕을 모티프로 삼았다고 한다. 실제로 그가 지배하는 도그 타운은 남미 문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퍼시피카의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수많은 물품이 암암리에 거래되는 암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커트 핸슨의 사병 바게스트는 기업 전쟁 당시 자신이 이끌던 밀리테크 부대에 갱단과 약탈자를 받아들이면서 만들어졌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전 밀리테크 관계자면서 조니 실버핸드라는 캐릭터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기업 전쟁에 참전한 만큼 두 인물과 대면이 궁금해진다.
퍼시피카 예배당 근처 메트로 스타디움 주변이 도그 타운 = 게임조선 촬영
밀리테크 전 CEO에 NUSA 3선 대통령? 조니가 기겁할 경력 = 사이버펑크 2077 공식 채널 갈무리
이쪽도 기업 전쟁 참전 군인에 군벌 집단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력 = 사이버펑크 2077 공식 채널 갈무리
스토리 외적인 부분에선 특전 개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전혀 다른 특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특전 효과가 바뀌었다.
특전을 투자하는 방식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특성 포인트를 능력치에 투자하고, 새로운 개방된 특전에 포인트를 분배하는 방식이다. 단, 능력치 당 2~3개로 나누어졌던 특전 묶음은 하나의 트리로 통합됐다. 페이데이 2를 해본 유저라면 해당 게임의 스킬 투자 방식과 비슷하게 느껴질 것이다.
예를 들어 테크 능력의 경우 아이템을 제작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제작'과 테크 무기와 스마트 무기, 수류탄을 강화하는 '공학'으로 나뉘었지만, 새로운 특전 트리에선 수류탄 강화와 사이버웨어 강화, 테크 무기 강화 세 가지 큰 가지와 각 특전을 강화하는 작은 가지로 나뉜다. 특전이 개편되면서 지능 능력에 스마트 무기 트리가 생기고 테크 능력에 사이버웨어 강화가 생기는 등 새로운 트리가 생기는가 하면 반사 신경의 근접 트리엔 적을 공격하거나 투사체를 반사하면 출혈이 발동하는 특전이 추가되는 등 거의 모든 특전이 바뀌었다.
특전은 위 페이데이 2 스크린샷과 비슷하게 특성마다 세 가지 = 게임조선 촬영
그동안 비어있던 렐릭 부분에도 새로운 특전이 생겼다. 렐릭 특전은 은신과 건슬링어, 사이버웨어 크게 세 가지로 구성돼며, 하나를 선택하면 그 하위 특전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이버웨어를 강화하는 특전을 선택하면 팔에 장착하는 사이버웨어인 모노와이어, 고릴라 암즈, 맨티스 블레이드, 투사체 발사 시스템을 사용할 때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넷러너 플레이어라면 지능 특전과 합쳐서 모노와이어에 퀵핵을 착용해 충전 공격으로 퀵핵 능력을 발동하고 이를 퍼뜨리는 근접 넷러너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특히 지능 특전에는 산데비스탄이나 버서커처럼 순간적으로 자신을 강화해 램이 0일 때 램 대신 체력을 소모해 해킹하는 능력도 있어 더 적극적인 전투를 꾀할 수 있다. 이제 문을 강제로 열기 위해 고릴라 암즈만 착용했던 넷러너들은 사이버펑크: 엣지러너의 루시 같은 플레이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렐릭 특전의 수가 5~6가지로 다소 적은 점은 아쉽지만, 콘셉트 플레이를 강화시켜준 점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지능과 냉정 사이에 렐릭 특전이 신설된다 = 게임조선 촬영
사이버펑크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사이버웨어 착용 방식도 달라졌다. 캐릭터는 한 번에 착용할 수 있는 사이버웨어 용량이 정해져 있으며, 사이버웨어의 용량 합계가 이를 초과하면 더 이상 사이버웨어를 착용하지 못하거나 불이익을 받는다. 사이버웨어 용량은 테크 특전을 통해 늘릴 수 있다.
사이버웨어 개편은 기대 반 불안 반이었다. 사이버웨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불이익이 생기는 설정을 살린 점은 콘셉트 플레이를 즐기는 유저에게 반길만한 부분이지만, 반대로 게임 시스템으로 접근할 땐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을 저해하는 요소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방어구의 특수 능력을 제외한 방어력이 사이버웨어로 옮겨가면서 본편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던 테크 특전이 이젠 필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테크 사이버웨어 특전 중엔 사이버웨어로 얻는 능력치가 상승하고 특수 사이버웨어 슬롯이 하나 늘어나는 등 좋은 효과가 많았기에 특전 빌드를 만드는 재미 측면에서 세심한 밸런스 조정이 필요해 보였다.
사이버웨어는 이제 정해진 용량만큼만 착용해야 한다 = 게임조선 촬영
이번 데모 플레이는 새로운 스토리와 시스템 개편으로 기존 플레이어가 반길만한 경험을 제공했다. 데모 플레이 시점에선 특전을 하나하나 초기화할 수 있었고, 한 번에 한해 특성까지 교체할 수 있어 기존과 새로운 빌드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이 기능이 본편에 도입된다면 오랫동안 사이버펑크 2077을 했던 유저도 새로운 기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펑크 2077 게임 외 TRPG나 엣지러너 팬에게도 꽤 의미있는 확장팩이 될 것 같다. 특전 창 아래 작게 표시된 진행도도 '솔로'나 '넷러너', '시노비', '엔지니어' 같은 원작 TRPG를 연상케하는 스킬 창으로 UI가 개편되고, 테크 사이버웨어 트리 마지막 특전 아이콘은 데이비드의 뒷모습 그림을 사용되는 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빌드별 밸런스나 새로운 콘텐츠의 완성도 등 아직 손봐야할 부분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최초 플레이에선 기존 게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보다 완벽한 엣지러너 컨셉플을 할 수 있겠군 = 넷플릭스 공식 채널 갈무리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