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PC '스팀 덱'의 발송을 17일로 결정한 가운데 게임조선은 동아시아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코모도를 통해 스팀 덱을 체험했다.
스팀 덱은 밸브 코퍼레이션이 개발한 UMPC(Ultra-Mobile Personal Computer), 즉 휴대용 PC로 PC게임 플랫폼 '스팀'에 최적화된 기기다. 운영체제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스팀OS'를 사용하며, PC인 만큼 유저가 원한다면 별도의 운영체제를 설치해 활용할 수 있다.
기기 크기는 298mm x 117mm x 49mm, 화면은 7인치, 무게는 669g다. 휴대용 게임 콘솔로는 크고, UMPC로는 평범한 수준. 무게는 닌텐도 스위치의 약 1.5배 가량이지만, 무게 배분이 훌륭해 생각보다 장시간 게임 시 손의 피로감은 크지 않았다. 물론 누워서 들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압도적인 크기에 놀라고, 생각보다 무겁지 않은 것에 두 번 놀란 스팀덱 = 게임조선 촬영
전면부엔 방향키와 ABXY 버튼, 아날로그 스틱 2개, 트랙 패드 두개, 스팀 버튼, 보기 및 메뉴 버튼 4개로 구성됐다. 상단부엔 L1, 2, R1, 2 버튼이 할당됐으며, 후면부엔 그립 버튼 4개가 양쪽에 2개씩 배치됐다. 아날로그 버튼을 누르는 L1과 R1 버튼까지 포함하면 상당히 많은 조작 장치가 마련됐다. 양쪽에 배치된 트랙 패드는 게임에 따라 아날로그 패드의 기능을 사용하거나, 전략 게임의 마우스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게이머는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레이아웃을 사용해 게임을 조작하거나, 각 버튼에 원하는 기능을 할당해 자신만에 레이아웃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콘트롤러로 FPS를 즐길 때 시점 회전과 점프를 동시에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점프 키를 그립 버튼에 배치하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트랙 패드 누르기 조작에 발사나 공격 버튼을 할당해 적을 조준하는 동시에 공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버튼이 주로 상단부에 몰려있지만, 앞서 말한 대로 손의 피로는 크지 않다 = 게임조선 촬영
후면부 그립 버튼엔 원하는 키를 할당해 좀 더 원활한 조작이 가능하다 = 게임조선 촬영
모든 키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레이아웃을 구성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상단부엔 전원 버튼과 C타입 단자, 배기구, 이어폰 단자, 볼륨 버튼이 있다. 충전은 C타입 단자를 사용하며, 45W 충전기에서 제대로된 충전 성능이 나온다. 요즘은 보기 드문 이어폰 단자가 있지만, 블루투스 기능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무선 이어폰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
후면부엔 흡기구와 그립 버튼이 있다. 흡기구와 배기구의 크기가 큰 편이며, 게임을 이용할 땐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이 쿨링 소리는 짧은 배터리 유지 시간과 함께 스팀 덱의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그만큼 성능은 보장되긴 하지만, 공랭 쿨러를 풀로드로 돌리는 듯한 소음은 게임 몰입을 계속 해친다.
상단부엔 전원 버튼, C타입 단자, 배기구, 이어폰 단자, 볼륨 버튼, 후면부엔 흡기구가 있다 = 게임조선 촬영
팬 소리가 거슬리긴 하지만, 그만큼 게임 할 때 성능은 만족스럽다 = 게임조선 촬영
스팀 덱을 구동하고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이것도 구동된다고?'라는 놀라움이었다. 스팀 덱에선 스팀 덱 최적화를 마친 'VERIFIED', 플레이 가능하지만 최적화가 부족한 PLAYABLE, 스팀 덱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UNSUPPORTED, 호환성 인증을 받지 않은 UNKNOWN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UNSUPPORTED나 UNKNOWN 게임도 VR 같이 물리적으로 플레이하기 힘든 경우가 아니면 조정을 통해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사이버펑크 2077'이나 '엘든 링' 같은 AAA급 게임은 물론 각종 고전 게임까지 다양한 게임을 구동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데스크탑으로 구동하기 힘든 게임을 소형 기기로, 그것도 휴대하며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과 놀라움을 선사했다.
가장 어울리는 장르는 역시 ARPG = 게임조선 촬영
격투 게임은 도킹 스테이션 등을 이용해 컨트롤러로 플레이하는 쪽이 편했다 = 게임조선 촬영
이런 게임도 된다고? 라는 생각에 게임을 자꾸 설치하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스팀 덱 자체 기능과 스팀OS는 이러한 경험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가장 유용했던 기능은 버튼 하나로 모니터링과 성능 조절이 가능했던 것과 데스크탑 모드로 로컬 파일을 직접 조정했던 부분이다. 특히 데스크탑 모드는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들을 게이머들의 한국어 지원 패치로 편하게 즐기거나 치명적인 버그를 업데이트 전에 직접 수정해 원활히 플레이하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했다.
스팀 덱은 PC인 만큼 스팀OS 외 다른 윈영체제를 설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윈도우를 설치해 각종 온라인 게임을 구동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스팀 덱에 맞춰 콘트롤러 설정이나 최적화를 해줘야 하지만, 스팀 외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다른 게이밍 콘솔에 비해 큰 장점을 가진다고 하겠다.
약 2주 동안 사용해본 스팀 덱은 PC 게이머와 콘솔 게이머 양쪽에게 매력적인 기기였다. PC 게이머에겐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AAA급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콘솔 게이머는 게임 소프트웨어에 대한 접근성이 늘어나 훨씬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 각종 앱플레이어까지 포함하면 모바일 게이머에게도 활용 가치가 높은 기기라는 점에서 하드웨어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게이머에게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기가 될 것이다.
별도의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버튼 하나로 간단히 성능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장점 = 게임조선 촬영
로컬 파일을 조정하거나 모드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 = 게임조선 촬영
윈도우를 설치하면 보안 프로그램 통과가 필요한 온라인 게임도 구동 가능하다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