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UI, 유저 수준에 맞춰주는 다양한 난이도, 극강의 풀 3D 그래픽 등 소위 '요즘 게임'은 유저의 수준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한국어판 정발 자체가 희귀한 그 시절에 잘 알지도 못하는 일본어, 영어로 된 게임을 공략 찾아가며 하는 플레이는 사실상 굉장한 노력의 결정체이기도 했다. 특히나 그 시절 게임 좀 한다는 게이머는 드래곤퀘스트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등 내로라하는 명작 시리즈에 꽂혀 게임에 열정을 불태웠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 시절 게임 난이도는 상당한 편이었다. '레벨 노가다'도 필수였고, 정석적인 공략법을 찾는 재미, 여러가지 꼼수 등이 총집합돼야 비로서 엔딩을 볼 수 있는 그런 게임들이었다.
이번에 출시한 '라이브 어 라이브'는 파이널판타지 6 시절 혜성같이 등장했던 게임으로 앞선 매력이 똘똘 뭉친 게임이다. 7개의 각기 다른 세계관 속 시나리오와 수준 높은 그래픽, 그리고 높은 난이도로 여러모로 이슈가 되면서 당대 최고의 RPG로 손꼽히던 파이널 판타지 6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게임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특히 이번작은 패미콤-슈퍼패미콤 시절의 게임을 리메이크해온 수많은 작품에 비해 월등히 높은 퀄리티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 도트 그래픽을 재탕하거나, 새로운 3D로 구현해낸 것이 아니라 HD-2D를 입혀 3D 그래픽 배경에 이질감 없이 도트 그래픽의 캐릭터가 녹아들었다. 또한, 게임 내 캐릭터의 음성이 대거 추가되면서 단순 포팅 수준에 미치던 게임과 달리 훨씬 풍성해진 게임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게임 외적인 부분이 아닌 내적인 부분의 경우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사실 얼핏 플레이를 하다보면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지만, 의외로 세세하게 변경된 부분이 많아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뿐 여러 부분에서 밸런스나 편의성 조정 등이 들어간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캐릭터의 스테이터스가 보다 세분화 됐으며, 거대 보스의 경우 광역기에 의해 받는 피해량이 1칸 분으로 조정되면서 대폭 감소돼 이전과 같은 감각으로 플레이하기는 다소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가다가 필요한 부분은 그대로 남아있는 편이다. 여전히 난이도 자체가 레벨 노가다를 반드시 요구할 정도로 구성돼 있으며, 콜라병과 같은 아이템은 여전히 확률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노가다가 필요한 편이다. 이외에도 그 시절 2D 게임 특유의 시야 트릭이나 비밀 루트 등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꼼꼼하게 플레이하지 않으면 놓치는 요소가 상당히 많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가다가 필요한 난이도와 세세한 히든 요소가 결합돼 그 시절 게임을 접하지 못한 게이머에게 라이브 어 라이브는 상당한 매운 맛 게임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라이브 어 라이브는 노가다 조차 크게 지루하지 않을 매력을 꽉꽉 담아냈다. 오히려 높은 난이도가 도전욕을 자극하며, 각기 다른 시대의 스토리가 고유의 스토리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어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모든 기본 시나리오 이후 등장하는 중세편과 최종장에서의 전개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전개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 외형이나 보이스, 전투 난이도 등을 떠나 그 시절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원작과는 다른 연출이 일부 추가됐기 때문에 원작의 전개를 알고 있는 게이머라도 충분히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전개가 이뤄지니 꼭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라이브 어 라이브는 간만에 '리메이크'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타이틀이다.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는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떤 부분을 추가하고 수정해야 유저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한 개발사의 의지가 돋보인다. 굳이 아쉬운 점이라면 JRPG 특유의 소년만화 전개나 지금은 촌스러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트렌드에 맞춘 시대를 추가하거나, 구성을 좀 더 바꾸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리메이크작으로서 원작을 최대한 존중하며 그려낸 결과인 만큼 이러한 부분도 하나의 재미이자 추억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