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공포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신 하야리가미 3'가 자막 한국어화 버전으로 발매한다.
신 하야리가미 3는 텍스트 위주로 진행되는 게임인 만큼 언어가 굉장히 크게 작용하는 요소로 일본어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즐기기가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특히나 도시괴담이나 오컬트적인 미신 등이 다수 등장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본어를 잘 아는 플레이어라도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진입장벽 덕분에 국내에서는 약간은 마이너한 게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과거 인트라게임즈가 신 하야리가미 2를 한국어화 버전으로 출시한 적도 있고, 아이플레이에서 모바일로 신 하야리가미를 출시한 바 있어 국내에서 무작정 생소한 것만은 아니다. 국내에도 이제 이러한 장르의 게임도 여럿 출시를 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마니아가 탄탄하게 뒷받침되는 장르이기도 하다.
다만, 이 하야리가미 시리즈는 다른 비주얼 노벨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는 시리즈였다. 동일한 하나의 사건을 과학 관점에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오컬트 관점에서 해결할 것인지에 따라 게임의 흐름이 변화하며 추리해 나가는 과정 역시 달라지는 것이 이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다. 물론 신 하야리가미로 넘어오면서 첫 작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버리고 일반적인 비주얼 노벨 형태로 변화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신통치 않은 반응이었는지 신 하야리가미 2부터는 다시금 원래의 아이덴티티를 살렸다.
매 시나리오마다 도시괴담을 소재로 그려내고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이번 신 하야리가미 3 역시 2에 이어 과학과 오컬트를 중심으로 한 '선택'에 중점을 둔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과정이 달라지지만, 하나의 범인, 하나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것은 동일하다. 독특한 점은 각각의 루트에서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기 때문에 양쪽 루트를 모두 진행해야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어 결국 각 사건마다 두 개의 루트를 모두 진행하는 것이 당연시된다는 점이다.
또한, 게임 진행 중 해당 도시괴담 외에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다양한 도시괴담을 들을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소소한 재미로 작용하는 편이다.
시나리오 시작 시 여고생 2명이 도시괴담과 관련해 만담을 나눈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의 진행 방식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은 편이다. 큰 조작 없이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선택지만을 골라 간단하게 게임 진행할 수 있다. 추가적인 방식으로는 신 하야리가미만의 요소로 '셀프 퀘스쳔'과 라이어 아트', '추리 로직'이 있다.
셀프 퀘스쳔은 말 그대로 주인공인 호죠 사키가 사건과 관련해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스템으로 놓치고 있는 부분을 되짚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할지 결정할 수 있다. 과학 루트와 오컬트 루트를 나누는 분기 역시 셀프 퀘스쳔을 통해 결정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셀프 퀘스쳔에서 잘못된 추리를 통해 게임오버 루트로 빠지기도 한다.
셀프 퀘스쳔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조정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라이어 아트는 일종의 말싸움으로 사건의 용의자를 설득 혹은 추궁하는 형태의 시스템이다. 여러 선택지가 주어지며, 체력바가 존재하는데, 이를 일정 이상 올려야 승리하며, 반대로 일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게임오버 루트로 빠져버린다. 신 하야리가미의 '보스전'이라고 할 수 있는 셈.
라이어 아트는 이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콘텐츠임에도 약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클리어 했냐 못했냐로만 판단이 되기 때문에 라이어 아트에서 선택한 답변과 전혀 상관없는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해 뜬금없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라이어 아트의 선택지는 게임 내 영향을 주지 않고 승패만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 게임조선 촬영
마지막으로 추리 로직은 시나리오를 모두 종료하고 나면 보고서를 작성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관계도를 작성하며, 자신이 시나리오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 보는 콘텐츠다. 과학 루트와 오컬트 루트에 따라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추리 로직 역시 같은 시나리오더라도 루트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추리 로직을 통해 스토리를 재점검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또한, 본 게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나 심리 묘사 등을 포함한 '틈새록'이 엑스트라 콘텐츠로 형태로 구성돼 있어 여러 수수께끼에 답해주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텍스트로 진행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다회차 시 동일한 구간을 반복해서 볼 경우 귀찮을 수 있는데, 이를 장면 선택(분기 트리)로 자연스럽게 해결했다. 언제든지 원하는 분기로 되돌아갈 수 있다. 루트로 루트지만, 게임 내에서 세나가 알려주는 다양한 도시괴담을 확인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분기트리를 이용해 언제든지 다른 분기를 선택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기본적으로 큰 피지컬 없이 즐길 수 있으며, 신 하야리가미 특유의 기괴한 일러스트도 잘 표현해낸 만큼 이전 작품에 애정이 있는 유저라면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편이다. 특히, 스토리나 일러스트 이상으로 게임의 재미를 살리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텍스트 게임임에도 더빙이 일절 없어 게임이 밋밋할 수 있는데, 상황에 따른 절묘한 BGM이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한국어화에 꽤나 진심인 편 = 게임조선 촬영
이렇듯 원작 팬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 하야리가미 3는 부족한 부분 역시 상당히 눈에 들어온다.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의 볼륨이다. 일단 가격적인 부분에서 보면 5만원 상당의 패키지 게임임에도 스토리 볼륨이 상당히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총 5개의 기본 시나리오와 추가 외전 시나리오가 포함돼 있지만, 각각의 시나리오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데다 하나의 도시괴담을 소재로 하고 있어 사건 하나하나의 진행도 상당히 짤막한 편이다.
비슷한 장르는 아니지만, 옴니버스 시나리오 형태로 진행되며 스토리를 전개하는 역전재판 시리즈 등을 생각해 보면 게임의 볼륨이 상당히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학 루트와 오컬트 루트 모두 플레이해도 볼륨이 크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 게임조선 촬영
또한, 초반 시나리오인 틈새녀나 악마의 인형 등에 비해 후반 시나리오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초반 시나리오는 기괴한 사건 전개에 더해 내가 추리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전개가 가능했다면, 후반 시나리오로 갈수록 과학이든 오컬트든 추리라는 요소가 점점 빠지고 게임이 알아서 진행을 해주는 듯한 느낌이 강해진다. 공포라는 요소도 상당히 적어져 막판에 이르러서는 추리와 공포가 모두 빠지고 그냥 급발진 엔딩과 함께 후속작 암시가 이뤄지는 등 초반부의 참신함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캐릭터도 상당히 평면적인 편이다. 주인공인 호죠 사키를 중심으로 4명의 특수 인원을 그렸는데, 2명은 오컬트적 요소, 다른 두 명은 오컬트를 무작정 거부하는 과학 캐릭터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신 하야리가미의 특성상 '괴이'가 실제하는 세계관이기 때문에 4명의 특수 인원이 모두 괴이를 경험하면서도 게임 후반부까지 괴이를 무작정 부정하는 평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당연히 과학 루트와 괴이 루트를 나누기 위한 게임적 허용으로 볼 수 있지만, 평먼적인 캐릭터로 답답함을 유발하게 된다.
게임 콘텐츠와는 별개로 오탈자 부분에서도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일부 키워드가 누락되는 경우가 있었으며, 네 번째 시나리오에서 등장하는 츠츠미 교수의 경우 네임택에는 '츠츠미'로 표시되지만, 게임 내내 쓰쓰미로 언급되는 등 신경 쓰이는 부분이 일부 존재했다. 이는 업데이트를 통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츠츠미 아카리는 계속해서 쓰쓰미로 표기된다. = 게임조선 촬영
신 하야리가미 3는 도시괴담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공포 텍스트 어드벤처라는 장르로 풀어낸 매력적인 게임에 틀림없다.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신선한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어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특히, 텍스트로만 진행되는 게임인 만큼 한국어판이 아니면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편이기에 꾸준히 한국어판 발매를 해주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만 하다. 다만, 본질적으로 게임의 볼륨이나 스토리 전개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 하야리가미 3를 즐기기 전에 이전 작을 즐기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특히, 2편보다는 1편이 비중이 좀 더 큰 편이다. 1편의 사건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일부 등장인물이 여러 형태로 등장하기 때문에 1편을 해봐야 좀 더 몰입이 가능한 편이다. 국내에는 아이플레이가 모바일을 통해 각각의 루트별로 분할해 판매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정사로 취급되는 '블라인드맨' 루트를 신 하야리가미 3에 앞서 확인해보고 즐기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시 전에 신 하야리가미 '블라이드맨'을 모바일로라도 즐겨보길 추천한다. = 게임조선 촬영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