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샤이닝펄(이하 브다샤펄)'은 2008년에 출시된 '포켓몬스터DP 디아루가·펄기아''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원작은 닌텐도 DS로 출시된 첫 포켓몬스터, 시리즈 10주년 기념작, 한국 한정으론 6년 만에 돌아온 한국어 정식 출시작이었다. 그만큼 팬들에게 있어서도 의미가 큰 작품이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신작은 팬들에게 복잡한 심정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 변화의 방향성이 팬들이 원하는 방향성과 달랐고, 지난 리메이크 작품들에 비해 크게 부족한 부분도 있어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팬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그래픽 부분이다. 우선 필드 캐릭터의 경우 이미 8년 전에 출시된 '포켓몬스터 X·Y'부터 캐릭터들의 필드 디자인이 3~4등신에 가깝게 변했지만, 이번 작품에선 원작에 가까운 2등신 비율을 채용했다. 시점 역시 최근 작품들보단 원작의 탑뷰에 가까운 높은 시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는 개발진이 2D 도트 기반의 원작과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는 최신작 사이에서 찾은 타협점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구작의 그래픽을 최신작에 가깝게 바꾼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레츠고! 이브이(이하 레츠고)'라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GBA 게임도 충분히 자연스럽게 3D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 신작 필드 모델링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던 일명 '굳건이' 모델링 = 게임조선 촬영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레츠고! 이브이 사례가 있어 더욱 아쉽다 = 게임조선 촬영
포켓몬들의 전투 그래픽도 지적받는 부분이다. 이번 작품의 전투 그래픽은 최신작 중 레츠고에 가깝게 변했는데 외곽선이 없고 명암의 구분이 분명치 않아 당시에도 유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방식이다. 이후 '포켓몬스터 소드·실드'로 넘어오며 캐릭터에 외곽선을 추가하고, 색과 명암의 구분을 조금 더 분명히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브다샤펄의 일부 그래픽은 레츠고보다 더 나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명암을 강조해 캐릭터 모델링의 입체성을 부각시킨 레츠고와 달리 명암과 색감이 분명치 않아 캐릭터가 폴리곤 덩어리에 가까운 느낌이 들게 만든다. 특히 고오스의 가스나 포니타의 불꽃 같은 효과는 나풀거리는 종이 조각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레츠고, 소드실드, 브다샤펄 = 게임조선 촬영
불꽃 효과라도 있으면 이질적인 느낌이 더 강조된다 = 게임조선 촬영
접근성이나 편의성 면에선 일진일퇴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신규 유저를 위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는데 이러한 방향성은 이번 작품에도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전투 후 모든 포켓몬이 경험치를 나누어 받는 부분이나 비전 머신 없이도 풀베기 같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원작의 비전 머신의 경우 8종이나 있어 모두 사용하려면 6마리 중 2마리를 비전 머신 전용 포켓몬으로 만들어야 했다. 필수 비전 머신만 사용한다 해도 최소 한 마리는 스토리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호평할만 하다.
기술 머신의 경우 획득 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던 최신작이 아닌 원작 방식의 소모품으로 바뀌었다. 물론 예전과 달리 한 번에 여러 개를 입수하기 쉽긴 하지만, 다 사용하고 나면 다시 기술 머신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부분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시스템 면에선 일부 편의 기능이 삭제되기도 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아날로그 스틱과 방향키, L 버튼으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었던 '간편 모드'다. 왼손 만으로 모든 조작을 할 수 있어 조이콘 하나만 있으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브다샤펄에선 간편 모드라는 선택지가 없어 무조건 온전한 컨트롤러가 필요하다.
유저에 따라선 난이도가 너무 하락했다고 하지만, 신입 유저에겐 필요한 조치였다 = 게임조선 촬영
깨알같은 비전통, 아니 비버니가 웃음 포인트 = 게임조선 촬영
그래서 한손 조작 어디갔냐구요 = 게임조선 촬영
문제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해도 브다샤펄이 재밌다는 것이다. 차라리 재미라도 없었으면 시원하게 욕이라도 하겠지만, 이 게임의 원작은 그 유명한 포켓몬스터DP 디아루가·펄기아이고, 신규 유저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트레이너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그중에서도 원작의 '지하통로'를 개선시킨 '지하대동굴'은 모든 트레이너를 광부로 만들 정도로 상당한 중독성을 유발한다. 두 번째 체육관 시점에 진입할 수 있는 지하대동굴은 크게 화석 발굴과 포켓몬 포획, 비밀기지 콘텐츠로 나눌 수 있다.
유저는 화석을 발굴해 다양한 아이템과 교환할 수 있고, 포켓몬 은신처에서 기존에 잡을 수 없었던 포켓몬이나 교배로만 배울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포켓몬을 얻을 수도 있다. 포니타 한 마리에 의존해 스토리를 진행해야 했던 원작에 비하면 선택지가 대폭 늘어난 셈이다. 비밀기지는 3세대와 비교해 커스터마이징 요소는 줄었지만, 여전히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콘텐츠다.
포니타? 제게는 헬가가 있습니다. = 게임조선 촬영
한 턴만 더를 외치게 만드는 발굴 = 게임조선 촬영
처음엔 심심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나만의 기지가 된다 = 게임조선 촬영
원작의 포켓몬 콘테스트도 개선을 거쳐 리듬 게임 형식으로 변했다. 기존 꾸미기 평가는 포켓몬의 컨디션과 브다샤펄에서 호평받는 요소 중 하나인 '볼 데코'를 통해 심사한다. 2차 심사는 포켓몬의 댄스 심사인데 방식은 박자에 맞춰 볼 모양 아이콘을 없애는 리듬 게임에 각 포켓몬의 어필 기술을 더한 식이다. 3차 심사는 포켓몬 뮤지컬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 단계에서도 포켓몬의 어필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어필 기술이 하나로 줄고, 컨트롤로 극복할 수 있는 리듬 게임을 도입하면서 원작보다 입문이 쉽게 느껴지는 콘텐츠다. 배틀 외 자신의 포켓몬과 즐길 수 있다는 콘텐츠인 만큼 게임의 몰입감을 한층 더하는 요소다.
다른 세대에서도 탐내는 볼 데코 = 게임조선 촬영
콘테스트는 리듬 게임 형식으로 바뀌었다 = 게임조선 촬영
브다샤펄은 리메이크라기 보단 리마스터, 혹은 리모델링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풍부한 콘텐츠로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리메이크 선배 '포켓몬스터 파이어 레드·리프 그린'이나 '포켓몬스터 하트 골드·소울 실버'와 달리 이번 작품은 '옆그레이드'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평받는 부분은 최신작에서 이미 보여준 것이고, 동세대 최신 작품의 시스템을 따라갔던 두 리메이크와 달리 브다샤펄은 레츠고나 소드실드 그 어느 쪽과도 호환되지 않아 결국 시리즈 내에서 붕 뜬 존재가 됐다.
일부는 이 게임이 외주 작품이라서 기존 작품과 다르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포켓몬이라는 IP를 관리하는 것은 결국 게임프리크고, 이번 작품 역시 게임프리크의 역량 문제다. 물론 '니어 오토마타'나 '아이돌마스터 스탈릿' 시즌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외주 개발사 이루카의 책임도 있겠지만, 게임프리크가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까지 두 게임을 개발하기보단 브다샤펄에 집중하는 편이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트레이너라면 그래도 사랑하겠죠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