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의 대표작 '진 여신전생 5'이 기대 이상의 퀄리티로 돌아왔다.
진 여신전생 시리즈는 소설 '디지털 데빌 스토리'를 기반으로 제작된 '여신전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분화된 시리즈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여신전생 시리즈를 계승한 진 여신전생 시리즈는 팬들에게 '본가' 시리즈로 불리며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유명 RPG로 자리 잡았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마계화된 도쿄와 악마들이다. 인류 문명이 몰락하고 악마들이 득세하는 시대에 각 주인공들이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분투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지난 작품으로부터 4년 만에 등장한 진 여신전생 5는 이러한 본가 특유의 분위기와 악마 영입이라는 전통적인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해 역대 최고 평가를 받고 있다.
진 여신전생 5의 주인공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주인공은 친구들과 함게 하교하던 중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이 의문의 존재에게 습격을 받은 사건을 발생하고, 이 때문에 다른 길로 돌아가던 순간 순식간에 황폐화된 도시를 마주하게 된다.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인외마경에서 생존을 위해 교섭과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고등학생 = 게임조선 촬영
친구들이 잔뜩 등장하지만, 어차피 향후 5시간은 볼 일 없으니 외우지 않아도 된다 = 게임조선 촬영
시작한지 10분 만에 영락한 도쿄를 마주한다 = 게임조선 촬영
이윽고 주인공은 악마 무리에게 습격을 받고, 그 순간 나타난 의문의 악마와 한 몸이 되어 악마들을 물리친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이 세계가 20년 전 천사들과 악마들의 싸움으로 몰락한 도쿄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페르소나 3 이후 등장한 외전작으로 여신전생 시리즈를 접한 팬이라면 깜짝 놀랄만한 충격적인 전개 속도지만, 알레프나 인수라와 함께 마경을 헤치고 살아남은 팬이라면 수라장을 음미하며 흐뭇하게 미소지을 분위기다. 메인 디자인을 '도이 마사유키'가 맡아 기존 작품들과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리즈의 영원한 아이돌 픽시와 잭 프로스트, 루시퍼까지 그리운 얼굴들이 그대로 등장해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듯한 안도감이 들게 만든다.
천사와 악마가 싸우고 있는 마계 도쿄 = 게임조선 촬영
마계 여기저기엔 흉물스러운 악마들이 돌아다닌다 = 게임조선 촬영
위험에 처한 주인공은 한 악마를 만나 새로운 힘을 얻는다 = 게임조선 촬영
새로운 악마들의 디자인은 유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이둔이나 핀 막쿨 같은 미형 캐릭터는 확실히 아름답게, 다이몬이나 마나낭갈 같은 캐릭터는 누가 봐도 섬뜩하게 특징을 잘 살렸지만, 일러스트레이터가 바뀐 만큼 기존 작품과 위화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디까지나 호불호의 문제일뿐 진 여신전생이라는 작품에 녹아들기 충분한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일반적인 전투 연출은 기존 작품과 대동소이한 편이다. 대신 악마들의 전용 스킬은 누가 봐도 전용 스킬이란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히 힘을 줬다. 이들 전용 스킬은 낮은 레벨부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의 재미는 물론 새로운 악마를 영입하고 육성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시리즈 전통의 그분도 등장한다 = 게임조선 촬영
악마들의 전용 기술은 그만한 연출 퀄리티를 보여준다 = 게임조선 촬영
전투 시스템은 '진 여신전생 3 녹턴'의 '프레스턴'을 조금 다듬었다. 적의 약점 속성을 공격하거나 크리티컬이 발생하면 추가턴이 주어지고, 반대로 무효나 반사, 흡수가 발생하면 턴이 깎이는 방식이다.
신규 시스템 '마가츠히'는 적 턴이 끝난 후, 혹은 주인공 강화 시스템인 '카무이'를 통해 전투 중 특정 행동마다 게이지를 쌓아 특수 효과를 발현하는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모든 공격에 크리티컬이 발생하는 간단한 기술만 사용할 수 있지만, 서브 퀘스트를 해결해 일시적으로 모든 기술 마나 1, 전투 종료 후 경험치 대량 획득 등 특정 종족이 가진 마가츠히 기술도 사용할 수 있다. 마가츠히 기술은 턴을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의 전투 난이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스템이다.
전투 난이도는 무심코 '역시 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수준이다. 낮은 난이도에서도 적의 공격에 크리티컬이 발생하면 추가턴이 연속으로 발생해 아군이 한꺼번에 쓸려나갈 수도 있다. 로그라이크에서 볼법한 불합리한 수준은 아니지만, 처음 작품을 접한 유저라면 초반 고생을 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전투 시스템은 기존 팬에겐 익숙한 턴과 약점 중심의 방식 = 게임조선 촬영
아마 가장 자주 보게될 장면 = 진 여신전생 공식 SNS 갈무리
게임의 핵심인 악마 영입은 기존 작품에서 보여준 대화와 합체를 그대로 사용한다. 전투 중 악마에게 대화를 요청하면 먼저 교섭을 진행하고, 이후 대가를 치러 악마를 영입할 수 있다. 또한 같은 악마가 있을 땐 주인공 일행을 동료로 인정해 전투를 중지하거나 아이템을 나누어 주는 경우도 있어 플레이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합체는 서로 다른 두 마리 이상의 악마를 하나의 악마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각 악마의 기술을 모아 단점을 보완하거나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악마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즉사 주문인 '죽어 줄래?'로 유명한 앨리스도 마음만 먹는다면 물리로 패서 죽어 줄래라고 물어보게 만드는 인파이팅 악마가 될 수 있다.
악마와 교섭을 통해 동료는 물론 아이템도 얻을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악마 합체는 오르간을 연주하는 연출 = 게임조선 촬영
여러 악마를 조합해 나만의 기술 배치를 가진 악마를 만드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재미 = 게임조선 촬영
주인공은 '허물 합체'와 '카무이'로 강화할 수 있다. 허물 합체는 각 악마에게 얻을 수 있는 '허물'로 해당 악마의 기술이나 속성 상성을 계승하는 시스템이다. 허물을 모으고 계승할 수록 더 강력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며, 적의 공격을 무위로 만들어 턴을 낭비시킬 수 있어 게임 운용의 핵심이 된다.
카무이는 숨겨진 NPC '미망'을 찾아내거나 특정 오브젝트를 사용해 얻는 '미이츠'로 육성하는 특전 시스템이다. 마가츠히 게이지 보너스를 추가하거나 악마 소지 수를 늘려주는 등 다양한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주인공의 기술은 '허물'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전투는 물론 악마 합체에도 영향을 끼치는 카무이 = 게임조선 촬영
진 여신전생 5는 기존 작품의 장점을 기대 이상으로 잘 계승해 팬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꿈도 희망도 없는 스토리부터 악마를 수집하고 육성하는 재미까지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특히 연출 부분은 뛰어난 디자인과 섬뜩함이 느껴지는 OST가 어우러져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단점이 있다면 모든 이가 호소하는 복잡한 길 찾기 정도다. 마왕성 같은 경우엔 유저가 따로 지도를 만들 정도로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런 부분도 일부일 뿐 황폐한 도쿄를 이리저리 모험하는 재미는 빛이 바래지 않는다. 숏컷을 이용할 때 로딩은 거의 없는 수준이며, 불편이 있다고 하더라도 약간의 프레임 드랍 수준이다.
게임 플레이 내내 든 생각은 '이 게임이 더 높은 성능의 플랫폼으로 출시됐다면?', 혹은 '페르소나 시리즈처럼 확장판'이 나온다면?'이었다. 그정도로 진 여신전생 5는 시리즈의 새로운 가능성과 후일담을 기대하게 만드는 수작이었다. 진 여신전생 시리즈 팬이라면 이 작품을 통해 본가의 새로운 전성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