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 장르를 대표하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신작 '콜 오브 듀티: 뱅가드(이하 뱅가드)'로 돌아왔다.
뱅가드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3와 어드밴스드 워페어, 월드워2 등을 제작한 슬래지해머 게임즈가 개발을 담당한 작품으로, 다시금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회귀한다는 소식에 많은 시리즈 팬과 게이머가 해당 작품의 출시만을 고대해왔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만의 캐주얼성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한단계 진화시켜 쇼맨십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고퀄리티의 시네마틱 무비 컷신을 삽입해 마치 한 편의 전쟁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게임의 캠페인 진행 방식에 있어서도 매우 짜임새 있게 구성돼 있다. 연합군의 다국적 특수부대 '뱅가드'의 핵심 요원 4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이를 통해서 이용자는 각 요원이 참전했던 서부전선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동부전선의 '스탈린그라드 전투', 북아프리카 전선의 '엘 알라메인 전투', 그리고 태평양 전쟁의 '미드웨이 해전' 및 '부겐빌 전투'를 경험해볼 수 있다.
즉, 뱅가드는 단순히 제2차 세계 대전 배경으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 해당 전쟁의 주요 전선을 아우르는 무대를 마련해 게임의 볼륨을 크게 확장시킨 것이다.
게임의 시작은 뱅가드팀이 독일의 '피닉스 프로젝트'를 입수하기 위해 잠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작전 진행 중 독일군 '헤르만 프레징거'의 함정에 빠지면서 플레이어가 처음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캐릭터, '노박'이 목숨을 잃게 되며 뱅가드팀은 모두 사로잡혀 베를린으로 이동한다.
뱅가드팀은 프레징거의 부하인 '야닉 리히터'에 의해서 피닉스 프로젝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심문을 당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팀원 '리처드 웹'도 사망하게 된다. 결국 뱅가드팀은 지휘관 '아서 킹슬리', '폴리나 페트로바', '웨이드 잭슨', '루카스 릭스'만이 남게 되며, 야닉 리히터에게 자신이 경험했던 전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러한 스토리 전개 방식 덕분에 제2차 세계 대전 주요 전장 및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었다. 만약 한 명의 인물로 유럽과 러시아, 북아프리카, 태평양에 이르기까지 전세계를 누볐다면 다소 억지스러운 스토리로 여겨졌을 수도 있으나 여러 인물들의 회상으로 구성해 사건 간의 물리적 거리 및 시간 문제를 해결해냈다.
뱅가드의 전투는 매우 긴박하면서도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것에 무게를 뒀다. 전속력 달리기와 더불어 슬라이딩을 통해서 스피디한 이동 및 전투를 즐길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교전 상황에 알맞게 대처할 수 있도록, 엄폐물 뒤에 숨어서 비주시 사격을 가하거나 총기 거치를 통한 피격 면적 최소화 등이 가능하다.
또한 일부 미션에서는 단순히 적과 총격전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은밀하게 잠입 및 침투해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형태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으며, 근접무기 처형 모션으로 흥미진진함을 더했다. 특히 뱅가드팀에서 저격수 포지션을 담당하는 '폴리나 페트로바'의 미션에서는 각종 지형지물과 장애물을 뛰어넘고 벽을 타고 오르는 등 파쿠르 액션을 선보이면서 역동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총기에는 각종 부착물, 도트 사이트와 대용량 탄창 등이 장착된 상태로 등장하며, 이를 활용해 좀 더 쉽게 적을 제압하는 것이 가능하다. 추가로 현재 플레이하는 미션의 배경과 관계 없이,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무기를 노획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무기를 체험해볼 수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태평양 전쟁이 벌어지는 한 가운데에서 MG42 혹은 StG44, Kar98k 등을 얻을 수 있다.
플레이어가 캠페인에서 즐기게 되는 4명의 인물, 아서 킹슬리와 폴리나 페트로바, 웨이드 잭슨, 루카스 릭스의 고유한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뱅가드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킹슬리는 지휘관답게 분대원에게 특정 목표에 대해 엄호 사격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페트로바는 적을 유인하는 주의 끌기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잭슨은 시야가 명확하게 제공되지 않는 상태에서도 적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는 집중을 활용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릭스는 폭파에 특화돼 있는데, 다양한 종류의 수류탄과 폭탄을 활용한다.
반대로 독일군에서도 특수 능력을 사용하는 적이 등장한다. 바로 '예거'인데, 이들은 두터운 철모와 방탄복을 착용해 높은 방어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연막탄을 사용해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예측 불가능한 곳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능력을 통해서 캐주얼성을 극대화시키는 한편, 플레이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콜 오브 듀티 시리즈 특유의 캐주얼성을 더욱 부각시켰으며,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하이퍼 FPS 장르의 특징을 녹여내는 색다른 시도가 가미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뱅가드 특유의 캐주얼성은 멀티플레이 콘텐츠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팀 데스매치와 점령, 확인 사살, 수색 섬멸, 정찰, 주요 거점 등 멀티플레이의 주요 모드는 모두 빠른 진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모습이며, 정적인 플레이보다는 역동적인 플레이를 요구함에 따라 흥미진진함을 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사망 시 리스폰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전투를 바로바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맵의 경우에도 빠른 진행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된 한편, 다양한 침투 루트와 전술적 길목을 마련해 쉴 틈 없이 교전이 벌어질 수 있도록 했다. 즉, 과거의 멀티플레이 대전 FPS가 가진 느린 호흡 진행의 문제점을 타파했으며, 더욱 더 다양한 교전 상황과 전술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좀비 모드 또한 준비돼 있는데, 덕분에 플레이어에게 더욱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해당 콘텐츠는 싱글플레이 및 멀티플레이 모두를 지원하며, 독일 나치군의 독일과 관련된 '에테르 프로젝트'의 외전격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플레이어는 좀비를 처치해가면서 얻는 자원을 통해 각종 능력을 습득하고 무기를 강화하는 등 점차 캐릭터를 성장시켜나가는 RPG로써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다른 플레이어와의 협동을 통해서 함께 즐기는 재미 또한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다소 번잡하게 진행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뱅가드는 짧은 개발 기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해놨을 뿐만 아니라 게임의 전체적 완성도도 매우 높다.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에 비해서 세세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먼저 언급할 것은 스토리라 할 수 있다.
캠페인의 핵심 빌런이라할 수 있는 '헤르만 프레징거'는 여러모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악역 '한스 란다'를 떠올리게끔 한다. 한스 란다는 뇌리에 강렬하게 꽂힐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뱅가드의 프레징거는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 게임의 극초반부 노박을 살해하는 장면 외에는 딱히 인상이 깊을 만한 부분도, 그렇다고 치밀하면서도 잔혹한 부분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전 및 근미래전을 다루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작품의 핵심 세력인 '테스크 포스 141'의 기원이 되는 '테스크 포스 뱅가드'이지만, 너무 허술하기 짝이 없다.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도, 그리고 어떤 위험을 가진 요소인지도 모르는 피닉스 프로젝트를 찾아 조직 및 작전 투입되는 모습은 다소 황당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더 나아가 캐주얼성을 위해서 포기해버린 고증 오류는 밀리터리 마니아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요소다. 플레이어가 경험하게 되는 전투에서는 심심찮게 각종 부착물이 달린 총기를 볼 수 있으며 수많은 독일군의 무기를 태평양 한 가운데서 노획할 수 있다. 대체 역사물의 성격이 강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라 할 지라도 판타지적인 요소가 너무 강하게 녹아든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멀티플레이 콘텐츠에 너무 공을 들인 까닭에서인지 캠페인의 플레이타임이 너무 짧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주요 전장을 다루고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타임은 길게 잡아봐야 7~8시간 수준이다. 따라서 캠페인을 위해서 해당 작품을 구입한 플레이어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뱅가드의 멀티플레이는 충분히 즐길만한 재미가 있는 콘텐츠다. 역동적인 플레이와 속도감있는 전개는 뱅가드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멀티플레이 콘텐츠에도 다소 개선되어야할 부분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바로 '색적'으로, 피아식별이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부분은 테스트 때부터 제기돼온 부분이나, 정식 발매 시점에서도 개선되지 않았기에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또한 매 경기 종료 후에 등장하는 하이라이트와 MVP 투표는 게임의 흐름을 끊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사망 후 리스폰되자마자 적에 의해 즉시 사망하는 등의 문제점도 보완해야할 부분이겠다.
콜 오브 듀티: 뱅가드는 시리즈의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러모로 많은 시도가 이뤄진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물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 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의 특징과 새로운 요소의 조화는 전체적으로 잘 이뤄진 듯한 모습이며 최근 FPS 장르의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나가려고 한 점을 엿볼 수 있다.
시리즈의 캐주얼성은 살리면서도 강렬한 쇼맨십을 더해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콜 오브 듀티: 뱅가드', 해당 작품을 발판으로 삼아 시리즈 차기작에서는 더욱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