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이 주는 수많은 매력 중 하나다. 실제로 만나볼 수 없는 아름다운 세상과 능력은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에 소개할 '옴노(Omno)'는 이러한 장점을 극한까지 드러내는 이른바 '힐링 게임'의 범주에 속하는 게임이다.
옴노는 잔잔한 배경음악과 환상적인 그래픽으로 눈과 귀에 평안한 휴식을 주는 게임으로 복잡하거나 어려운 전투 없이 퍼즐을 풀어가며 앞으로 전진하는 어드벤처 장르다. 게임 중 어느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도 아름다운 풍경화가 되어줄 정도로 아름다운 게임이다.
여기에 각종 퍼즐을 풀어가며 찾아야 하는 수집 요소를 충실히 넣어 힐링 게임의 약점인 지나칠 정도로 긴장감이 없어 금세 흥미를 잃는 점까지 보완해 제시된 목표와 함께 게임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게 해준다.
순례길을 떠나는 어린 여행자 = 게임조선 촬영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빛을 다루는 순례자가 되어 고대의 세계를 탐험하게 된다. 문명에서 벗어나 수풀이 우거진 숲, 눈이 쌓여 얼어붙은 동토,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 구름에 쌓인 높은 고탑 등 각 지역을 순회하며 만물에 퍼져있는 빛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빛은 옴노의 핵심이 되는데 플레이어부터 '빛의 인도자'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으며 순례 중 만나는 동식물과 심지어 바위까지도 머금고 있는 빛무리를 추출해 특수 능력의 자원으로 사용한다. 전방 대시, 지팡이 서핑, 텔레포트, 활강 등 다양한 능력을 활용할 때마다 찬란하게 빛의 궤적이 남는 모습은 게임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또한 빛은 각종 유적 장치에 빛을 내리쬐어 동력을 공급하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기 위한 워프 장치를 가동하기 위해선 최소 세 개의 빛 구체가 필요하며 구체를 먹으러 가는 길에도 자잘 자잘 한 유적 장치가 빛이 있어야 작동하는 곳이 많다.
게임 내내 빛이 강조된다 = 게임조선 촬영
빛의 궤적을 퍼즐 요소로 사용 = 게임조선 촬영
옴노는 일체의 전투가 없다. WASD로 움직이는 대다수의 게임에서 왼쪽 클릭이 공격 버튼인 것이 당연한 조작체계인 반면 옴노는 대시가 왼쪽 클릭이다. 힐링 게임답게 다양하게 등장하는 동식물을 공격할 수 없으며 그저 감상할 뿐이다.
이에 퍼즐 풀이는 캐릭터의 액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점프로 건너가기엔 거리가 있는 발판을 공중에서 짧게 대시하거나 아예 활강해서 건너가야 하며 저 멀리 보이는 텔레포트 포인트와 감응해 빠르게 돌파해야 한다. 다행히 이러한 퍼즐 요소 중 캐릭터가 추락사할 위험이 있으면 세이브포인트가 차곡차곡 배치되어 곧바로 재도전할 수 있으므로 차근차근 풀어 나갈 수 있다.
캐릭터 액션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 = 게임조선 촬영
추락사 위험이 있는 퍼즐 앞엔 세이브 포인트가 친절히 준비되어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또한 게임 내 자원인 빛무리를 동식물을 공격하지 않고 교감하며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놀기 좋아하는 사이푸인이나 칼룹과 같이 어울려주며 떨구는 빛무리를 수집하는 방식, 스탈릭시스나 트라이풀리에게 교감을 시도해 만들어지는 빛무리를 수집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비슷한 외모부터 상상 속에나 있는 동물까지 지역별로 형태나 교감 방식이 달라지는 모습은 순례자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더욱 극대화해준다.
동물은 전투가 아닌 교감 대상이다 = 게임조선 촬영
동물별로 달라지는 교감 방식을 보는 것도 나름 볼거리 = 게임조선 촬영
옴노는 아름답게 펼쳐진 우림, 설원, 사막, 고원 등 다양한 지역을 순회하며 퍼즐을 풀어나가고 갈래 없이 정해진 스토리와 챕터에 맞춰 앞으로 나아가는 일직선 형태의 어드벤처 게임이나 좀 더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플레이어를 위한 수집 요소도 준비되어 있다.
여행을 하면서 R 키를 누르면 현재 지역의 진행도를 표시해 주는데 스테이지 클리어의 필수 요소인 빛 구슬 수집을 포함해 짧막한 메시지가 담긴 글리프, 스테이지별로 한 곳씩 있는 기도 장소 등이 포함된다. 특히 빛 구슬은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위한 세 개만 있는 것이 아니며 각자의 퍼즐을 풀고 얻어야 한다.
수집한 글리프와 마주친 동물은 Q를 눌러 설명을 확인할 수 있는데 주인공의 대사가 일절 없는 옴노에서 유일하게 텍스트로 게임 내 배경을 설명해 주는 곳이다. 얻을 수 있는 순서대로 정렬되어 있으므로 빠진 부분이 있다면 어디쯤에서 놓쳤는지 확인한 뒤 재도전할 때 다시 수집할 수 있다.
수집한 기록을 한 눈에 모아볼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스테이지 종료 직전 달성율을 표시해준다 = 게임조선 촬영
더 놀라운 점은 이 게임이 1인 개발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개발사가 아니라 '개발자'로 표시되어 있다. 요나스 망케는 게임 소개에서 자신은 세 아이의 아버지로 게임과 영화 분야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다가 5년 전부터 옴노를 취미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1인 개발임에도 캐릭터가 사용하는 빛, 동식물이 뿌리는 빛, 하늘 위에서 내리쬐는 햇살 등을 매우 세심하게 처리한 광원 효과와 꿈속에서 본 것 같은 몽환적인 배경, 게임 플레이 내내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배경 음악이 더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옴노를 플레이할 수 있께 해줬다.
다양한 광원 효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 = 게임조선 촬영
물론 디테일 측면에서 약간 아쉬운 점도 있었다. 나름 게임 플레이 목표인 수집 요소가 메인 화면에서 확인할 수 없고 세계 안에 들어가야 볼 수 있는데 엔딩을 보고 나면 이어 하기를 누를 때 바로 엔딩 컷신만 재생되어 여정을 다시 볼 기회가 없었다. 챕터를 통해 중간부터 시작해도 모아온 기록이 초기화되어 있어 퍼펙트 플레이를 위해선 반드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점이 꽤 불편했다.
활공도 조금 아쉬웠다. 단순히 낙하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 기류를 타고 올라가거나 기계 장치를 통해 추진력을 얻어 돌파하는 구간이 있는데 상승 기류는 옴노에서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가시성이 떨어지는 효과로 보여 단번에 여기서 상승 기류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고 이해하기 힘들었다. 기계 장치는 보이는 방향과 실제로 밀어내는 방향이 미묘하게 달라 제대로 움직였다고 생각했으나 바닥으로 추락할 때도 있었다.
조작감이 약간 불편했던 활공 = 게임조선 촬영
그래도 이러한 점은 앞서 말한 세심한 세이브 포인트 덕에 나름 어드벤처 장르 다운 돌파하는 즐거움으로 무마할 수 있었다. 일부 시간제한이 있는 퍼즐을 제외하면 스테이지를 딱히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느긋하고 차분히 풀어나갈 수 있다.
옴노는 기본적으로 쉬운 난이도의 퍼즐로 구성되어 있기에 어려운 퍼즐을 풀어가는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플레이어에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게임이다. 복잡한 조작보다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힘들었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아름다운 세계를 탐험하는 즐거움을 얻고 싶다면 '옴노'를 추천하고 싶다.
[오승민 기자 sans@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