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로드 개발사의 첫 게임, 글리치펑크(glitchpunk)가 지난 12일 스팀에 앞서 해보기로 출시됐다.
글리치펑크는 GTA 시리즈로 대표되는 무법지대 속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체제의 수호자가 될 수도, 갱단에 소속되어 현상금이 걸린 수배자가 될 수도 있는 범죄 액션 게임이다. 총을 들고 차와 오토바이를 탈취하며 경찰의 눈을 피해 어둠 속에서 활약하는 현상금 사냥꾼이 되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개발자가 고전 탑 다운 액션 게임들에 영향받았다고 밝힌 만큼 마치 20년 전 GTA 2처럼 철저하게 캐릭터의 정수리와 어깨, 가끔씩 보이는 다리밖에 볼 수 없는 점이 특징이다. 빌딩들 사이에서 캐릭터를 포함해 사람들이 조그마한 점처럼 보이며 좀 더 거부감 없이 쏴재낄 수 있게 해준다.
완벽한 탑 다운 시점을 채택했다 = 게임조선 촬영
글리치펑크 속 주민들은 특이하게도 사람과 똑같은 외형의 안드로이드가 같이 섞여 살아간다. 플레이어가 조종할 캐릭터도 마찬가지로 자동차를 따돌리는 폭발적인 달리기 속도, 총알 몇 발쯤은 맞아도 안 죽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다.
게임 진행은 대체로 분기가 나뉘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흘러간다. 초반의 몇 가지 미션을 제외하면 각자의 점령 지역을 가지고 있는 이권 세력 사이에서 동일한 사건을 어느 편을 들어 도와줄지 플레이어의 선택에 맡긴다.
미션 내용은 대게 특정 인물을 죽이고 물건을 빼앗거나 다른 권력에 대항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 첫 미션부터 '불운한 안드로이드'를 죽이라는 내용인데 글리치펑크 속에선 안드로이드도 공권력의 보호를 받아 첫 미션부터 경찰 수배를 받을 수도 있다.
첫 임무부터 잔혹한 살해 사건이다 = 게임조선 촬영
동일한 사건을 두고 진영별로 다른 임무가 주어진다 = 게임조선 촬영
경찰의 시야 내에서 살인, 약탈, 교통사고 등 위법행위를 저지르면 1단계부터 최대 10단계까지 수배 레벨이 올라간다. 경찰의 시야에서 벗어나면 조금씩 시간이 줄어들며 다 되기 전까진 어느 지역을 가든지 순찰하던 경찰이 캐릭터를 공격한다.
경찰 외에도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여러 적이 생겨난다. 앞서 말한 특정 세력의 편을 들어주게 되면 반대편 세력의 영역에서 적으로 지목받는데 시간이 지나면 수배가 풀리는 경찰과 달리 해당 점령지를 가게 되면 끊임없이 들러붙으므로 여러모로 귀찮아진다. 다만 돈으로 적대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모로 갱단 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수배중엔 어디에나 있는 경찰이 계속 쫓아온다 = 게임조선 촬영
돈으로 해결되는 갱단 = 게임조선 촬영
도시 배경에서 빠질 수 없는 차량은 도로 위의 차보다 내가 뛰어가는 게 더 빠른 속도를 보여주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차량에 탑승하면 들리는 라디오와 함께 속도 제한을 무시하며 질주할 수 있다. 물론, 차는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탈취하면 된다.
늘 총성이 빗발치는 도시지만 캐릭터 사망 페널티는 그렇게 크진 않다. 현재 진행하던 미션과 들고 있던 무기, 소모품 정도만 초기화되며 심지어 미션 재시작을 누르면 돈은 원상복구 시켜준다. 아예 목표 인물을 차량에 태워 동반 자살하는 미션 내용이 있을 정도다. 어려운 미션도 죽으면서 배우다 보면 거뜬하게 진행할 수 있다.
차량 탑승 후 시점도 더 위에서 넓게 보는걸로 바뀌며 도시를 가로지를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같이 죽자! 난 안드로이드라 다시 살아나겠지만 = 게임조선 촬영
글리치펑크에서 몇 가지 사건에 맞춘 미션을 진행하다 보면 스토리 엔딩을 보게 된다. 이때 어느 편을 들어 미션을 수행했는지에 따라 엔딩 결과가 달라지는 멀티 엔딩 방식을 사용했는데 출시 기준 네 가지의 멀티 엔딩이 준비되어 있으며 앞서 해보기 단계임에도 꽤 많은 분량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 번역 또한 갱단 특유의 거친 입담을 잘 풀어내어 스토리를 감상하는데 어색함 없이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등장인물 대사 외에 마을에서 돌아다니는 주민들의 추파나 아이템에 쓰여있는 익살스러운 설명 또한 훌륭하게 번역되어 있다.
번역 수준은 합격점 = 게임조선 촬영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보였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문제점은 최적화 문제로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설정하고 장시간 플레이하면 쉽게 프레임 저하가 발생했다. 설정을 낮추면 해결되긴 하지만 이러면 또 완전히 다른 사물로 보일 정도로 캐릭터가 뭉개졌다. 도트 그래픽 게임이 평범한 3D 그래픽 게임보다 프레임 방어가 안된다는 점은 조금 의문이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차량 운전방식이다. 탑다운 시점에서 현재 내가 이동하고 싶은 방향을 누르면 알아서 그쪽으로 몸이 전환되는 캐릭터와 달리 실제 차량을 운전하듯이 차량이 바라보는 방향 기준으로 좌우 방향키와 상하 방향키가 완전히 분리되어 조작해줘야 했다.
어버버하다 수배되기 딱 좋은 차량 운전 = 게임조선 촬영
이는 GTA 2에서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던 차량 조작 체계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쉽게 적응하기 힘든 요소였다. 방향 전환도 실제 차량처럼 관성에 의해 커브가 쉽게 되지 않는데 적응하기 전까진 어설픈 운전 실력으로 지나가다 사람 밟고 경찰차에 교통사고를 내 수색당하기도 한다. 차량을 탑승할 때 조작체계에 차별점을 주고자 한 점은 이해가 가지만 굳이 불편한 요소까지 고스란히 재현해야 했을지는 의문이 남았다.
다만 글리치펑크는 아직 정식 출시가 아닌 앞서 해보기로 출시됐으며 게임이 지향하는 방향성이 돋보인 만큼 앞으로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게임이다. 정수리가 보이는 탑다운 시점에서 도트 그래픽을 활용해 고전 게임 감성을 담은 글리치펑크가 미흡한 점을 개선해 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승민 기자 sans@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