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는 강도가 높거나 어려운 일을 뜻하는 단어다. 보통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난이도가 굉장히 높으며 한 번 죽으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특수한 룰의 게임 또는 모드를 의미한다.
이번에 소개할 데드셀(Dead Cells)은 진정한 하드코어가 무엇인지 톡톡히 보여주는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주인공은 약해빠졌고 적은 강하다. 천천히 적을 처치하고 아이템을 수집하면서 강해질 순 있지만 이마저도 죽는 즉시 모든 것을 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데드셀은 스팀에서 얼리엑세스로 발매한 로그라이크 계통의 액션 게임이다. 무작위로 생성되는 던전에서 무작위로 등장하는 몬스터와 사투를 벌이며 무작위로 등장하는 오브젝트나 아이템을 기반으로 성장해야 한다. 실수가 곧 사망으로 인한 게임 오버로 연결되며 그 즉시 모든 것을 잃는 점은 로그라이크의 룰을 충실하게 답습하고 있다 볼 수 있다.
전투와 진행은 월하의 야상곡으로 대표되는 후기형 악마성 시리즈(통칭 메트로바니아)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스테이지를 자유롭게 탐색하며 적과 전투를 벌인다. 차이가 있다면 레벨 노가다가 불가능하고 중간에 세이브하거나 체력을 수급할 수단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 번 스테이지에 진입했다면 이전 스테이지로 되돌아 갈 수 없다 목숨 하나만으로 죽지 않고 다음 스테이지까지 돌파해야 숨을 돌릴 수 있다. 스토리가 빈약하다 못해 없는 수준이지만 이러한 전투의 긴박감 때문에 해당 단점은 눈에 차지도 않을만한 수준이다.
적 몬스터는 교활하다. 플레이어를 인식하면 화면 밖을 벗어날때까지 계속 공격을 퍼붓고 일부 몬스터는 패턴을 이용해 죽을 때까지 플레이어를 쫓아온다. 심지어 스테이지 곳곳에 애먼 플레이어를 낚는 함정까지 도사리고 있다. 이쯤되면 플레이어 입장에서 사망을 강요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플레이어는 이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무기와 스킬을 습득하고 활용해야 한다. 도검을 위시한 다양한 근접무기, 활과 마법 등 원거리 무기로 침착하게 몬스터를 처치해야 한다.
공격을 받으면 체력이 즉각 줄어들지 않고 유예시간이 있으며 이 시간 안에 적에게 피해를 주면 입은 피해 대부분을 복구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맞서 싸우는 것도 필요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더럽고 치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각종 도구를 이용해 적의 발목을 잡고 얼리고 기절시키면서 몰래몰래 지나치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맵 곳곳에는 각종 아이템과 능력치 스크롤이 숨겨져 있다. 레벨 시스템이 없는 대신 체력, 힘, 기술 스크롤을 습득하여 기본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으며 일직선으로 맵을 진행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아이템과 오브젝트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자신의 실력을 믿을 수 있다면 스피드런을 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이 게임에는 일정 시간안에 도달해야 열리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선 맵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이나 스크롤을 모두 회수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 시간 내에 공간에 도달할 경우 일반적으로 획득할 수 없는 아이템 등을 만날 수 있다.
반복플레이로 얻는 것이 전혀 없지는 않다. 죽지 않고 다음 스테이지 도달 시 몬스터 처치로 얻은 셀(Cell)을 투자하여 여러가지 장비나 스킬을 개발하고 강화할 수 있으며 회복약의 사용횟수나 사망시 보유하고 있던 골드의 일정 수준만큼 회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플레이 할때마다 어떤 장비나 스킬이 등장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투자가 항상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기껏 열심히 특정 아이템이나 스킬을 강화해도 나오지 않으면 말짱 꽝이니 결국엔 수없이 셀을 수집하여 클리어하고 죽어가면서 모든 장비를 최고 수준까지 강화할 수밖에 없다. 어떤 장비나 스킬을 먹어도 사용할 수 있게끔 말이다.
게임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라면 역시 클리어할 때까지 몇 번이고 재도전할 수 있고 이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데드셀은 이러한 게임의 원칙을 정면에서 반박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해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강함은 장비와 스킬보다는 반복플레이를 통해 숙달된 플레이어의 실력과 센스에서 나온다. 만약 어떠한 몬스터나 어떠한 스테이지가 등장하더라도 코웃음 치며 돌파할 수 있다면 데드셀을 플레이하는 사람에게 켠 김에 끝까지 클리어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데드셀은 현재 얼리엑세스로 판매 중인 게임이기 때문에 완성되지 않은 작품이다. 현 버전에서는 고난의 지하교회(The Insufferable Crypt)까지 진행할 수 있으며 얼리엑세스 버전의 최종보스인 감시자(The Watcher)를 처치하면 주인공이 사망하는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추후 정식 발매 시 새로운 스테이지와 아이템, 스킬, 기능이 추가될 수 있으며 스토리 또한 보강될 예정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