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 보드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의 벽을 넘어야 한다.
바로 '같이 할 사람'과 '진입장벽'이다. 특히나 같이할 사람이 보드게임을 모를 경우 진입장벽의 높이는 더욱 증가한다.
보드게임은 디지털로 즐기는 게임과 다르게 모든 플레이어가 게임의 룰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여러 가지 숫자 계산이나 토큰 계산 등을 플레이어가 직접 다뤄야 하는 만큼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초보자의 흥미를 떨어뜨리기 쉬워 보드게임을 하자고 한 사람 역시 어떤 게임으로 보드게임의 스타트를 끊을지 고민될 수밖에 없다.
무턱대고 쉬운 보드게임만을 내놓으면 보드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애들 장난감'으로 치부하기 쉬워 진입장벽과 보드게임의 흡입력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적당히 쉬우면서도, 적당히 있어 보이는 그런 게임이 보드게임의 입문작으로는 제격이라는 소리다.
이럴 때 바로 탁월한 선택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페이스카우보이즈의 '스플렌더'가 아닐까 한다.
▲ 간단한 컴포넌트로 구성된 스플렌더
스플렌더는 2014년 혜성처럼 등장한 보드게임으로 앞서 이야기한 적당히 쉬우면서도 적당히 있어 보이는 보드게임으로써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플렌더는 심플한 룰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아 보드게임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또한, 길지 않은 플레이 타임에 한 번 불붙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할 수밖에 없는 묘한 경쟁심마저 일으킨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스플렌더는 보드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극명하게 발생하지 않는다. 대체로 한 명의 플레이어가 15점(최소 승리 조건)에 다다를 때쯤 되면 다른 사람도 최소 8~10점 정도는 여유롭게 획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드게임에 흥미가 없던 사람도 '한 판만 더 하자'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절묘한 밸런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직관적이면서도 절묘한 밸런스를 선보이는 스플렌더의 마성을 게임조선에서 직접 확인해봤다.
▲ 스플렌더를 즐기기 위한 기본 세팅. 위에서부터 보석 토큰, 귀족 타일, 개발카드 순서다.
◆ 내 턴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스플렌더의 규칙은 비교적 단순하다. 매 턴 받을 수 있는 보석토큰을 이용해 개발카드를 사는 것이 게임의 전부다. 이렇게 구매한 개발카드에는 점수가 있어, 15점을 넘긴 시점에서 턴이 종료되면 '가장 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리'한다.
개발카드 구매를 위한 보석토큰은 '에메랄드', '사파이어', '루비', '다이아몬드', '줄마노', '황금 조커' 토큰으로 총 6종류다. 황금 조커 토큰을 제외한 토큰은 플레이어 수에 따라 4~7개까지 조절되며, 황금 조커 토큰은 인원수와 무관하게 언제나 5개를 사용한다.
▲ 게임의 시작은 토큰을 가져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게임의 순서를 정하고 나면 매 턴 플레이어는 4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4개 이상 남아있는 보석 토큰 1종류를 2개 가져온다. 단, 황금 조커 토큰은 불가능.
- 서로 다른 색상의 토큰 3종류를 각각 1개씩 가져온다. 단, 황금 조커 토큰은 불가능.
- 바닥에 깔린 개발카드 혹은 덱의 맨 위에 있는 개발카드 1장과 황금 조커 토큰을 가져온다.
- 개발카드를 구매한다.
- 서로 다른 색상의 토큰 3종류를 각각 1개씩 가져온다. 단, 황금 조커 토큰은 불가능.
- 바닥에 깔린 개발카드 혹은 덱의 맨 위에 있는 개발카드 1장과 황금 조커 토큰을 가져온다.
- 개발카드를 구매한다.
토큰은 모든 토큰을 합쳐 최대 10개까지 들고 있을 수 있으며, 황금 조커 토큰을 가져올 때 딸려온 개발카드는 최대 3장까지 손에 들고 있을 수 있다. 손에 들고 있는 개발카드는 구매 상태가 아니며 추후 보석 토큰을 지불해 구매해야 한다.
대신 손에 들고 온 개발카드는 다른 플레이어가 구매할 수 없으므로 자신이 꼭 구매하고 싶은 카드나 다른 플레이어가 절대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카드를 견제할 때 유용하다. 그뿐 아니라 개발카드를 손으로 가져올 때 받는 황금 조커 토큰은 개발카드 구매 시 다른 토큰 대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 승리의 지름길, 전략적인 개발카드 구매!
크게 보면 보석토큰을 받을지 개발카드를 살지의 두 개 선택지라 볼 수 있으며, 다수의 인원이 플레이하는 데 반해 토큰의 수는 최대 7개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보석 토큰을 다량 필요로 하는 카드는 구매하기가 어렵다.
대신 카드 구매 시 자신이 이미 얻은 개발카드마다 상단에 그려진 보석을 1개 할인받으므로 개발카드가 많아질수록 이후 개발카드를 구매하기가 쉬워진다.
▲ 개발카드가 모일수록 승리에 가까워지는 것은 필연적!
또한, 특정 보석 개발카드를 모으면 귀족이 방문하게 된다.
귀족 타일은 게임 시작 시 일정 개수(2인 3개, 3~4인 4개)를 미리 공개해두는데 해당 타일에 그려진 보석의 개발카드를 모두 만족하면 턴 종료 시 귀족 타일이 해당 플레이어에게 돌아간다. 귀족 타일은 추가점수를 3점 주는 데다 턴과는 별개로 자동으로 1개 습득되는 만큼 추가로 점수를 노릴 수 있다.
◆ 보드게임만이 가지는 재미는 아쉬워
한 턴에 할 수 있는 요소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빠르게 턴이 돌아가며, 바닥의 개발카드나 토큰의 상황이 모두 개방되어 있는 만큼 고수와 초보가 펼칠 수 있는 전략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드게임의 입문작으로써 제격이다.
다만, 이러한 스플렌더의 특징이 때론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개발카드와 토큰, 귀족타일이 오픈되어 있어 다른 보드게임에 비해 전략의 요소가 확연히 줄어들어 재미가 감소한다는 의견도 있다.
▲ 후반으로 갈수록 개발카드로 필드가 꽉찬다.
디지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보드게임만의 특징 '블러핑(자신의 상황이 안 좋을 때 이러한 상황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오히려 강한 베팅을 하는 행위)'을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내 턴이 오기 전에 다른 플레이어를 견제하도록 하는 행위는 가능하지만, 비공개된 카드나 토큰 등으로 블러핑을 치는 다른 보드게임에 비해 긴장감이 덜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단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보드게임의 입문자에게 추천할만한 1순위 보드게임이라는 것은 변함없다. 단순하면서도 직관성 높은 룰과 매력적인 컴포넌트로 보드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게임이 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스플렌더의 재미를 미리 확인해보고 싶다면 구글플레이스토어나 애플앱스토어 등에서 디지털화된 스플렌더를 즐겨볼 수 있다. 디지털로 비교적 이식이 잘되어 있어 게임의 맛을 살짝이나마 보면서 룰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단, 오프라인에서 직접 즐기는 스플렌더보다는 부족하겠지만 말이다.
▲ 귀족 타일에 그려진 귀족들이 플레이어로 등장하는 디지털 '스플렌더'
◆ 그래서 스플렌더를 플레이해 본 기자 평가는요!
- Z기자: 적당한 심리전과 적당한 변수, 너무 몰입해서 침묵하게 되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 R기자: 카드도 토큰도 다 공개하고 플레이 하는데도, 다양한 전략이 나온다는 게 최대 매력
- B기자: 필드에 있는 카드에 따라 운 요소가 클 것 같았는데 아니더라.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난다!
- H기자: 벽보고 게임하는 사람은 진짜 벽에 부딪히게 될 것...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