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삼십삼분(대표 장원삼, 박영호)이 서비스하고 펀플(대표 조영기)이 개발한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스펠나인'이 지난 7일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펠나인은 장편소설 20권 분량의 스토리와 700개 이상의 스킬을 정면에 내세운 게임이다. 개발사가 스펠나인을 칭할 때 '비주얼 액션 RPG'로 표기하는 것을 보면 스토리와 스킬이 게임의 핵심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수준.
기본적으로 모바일 RPG가 캐릭터와 장비 강화에 집중하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궤를 달리하는 게임이란 의미다.
◆ 중요한 건 캐릭터가 아니야! 스킬이다!
스펠나인을 처음 시작하면 다른 RPG처럼 캐릭터를 선택한다. 4명의 캐릭터는 각각 이름, 성별, 들고 있는 무기까지 모두 달라 특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캐릭터를 고르고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고민해서 고른 캐릭터는 모든 능력이 똑같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 캐릭터는 스킬, 능력치를 진 '특성'으로 쓰이는게 아니고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코스튬'으로 분류된다. 처음에 고르지 않은 캐릭터와 복장은 게임 내 '코스튬' 상점을 통해 언제든 구입할 수 있다. 즉 처음 캐릭터를 고를 땐 큰 고민없이 외형만 보고 판단하면 된다.
스펠나인은 9개의 스킬을 장착함으로써 캐릭터 특징이 결정된다. 게임 제목이 스펠나인(SPELL 9)인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게이머는 자신이 가진 스킬 카드 중 6개의 액티브 스킬과 3개의 패시브 스킬을 골라서 세팅할 수 있는데, 어떤 스킬을 어디에 세팅했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특징이 나뉘게 된다.
스킬은 공격범위, 공격력, 쿨타임 등이 모두 다르고, 등급에 따라 올려주는 체력, 공격력, 방어력 수치까지 달라 캐릭터의 강함을 나타내는 가장 큰 척도로 사용된다. 또한, 스킬에 따라 주로 적용되는 무기도 있어 세팅 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비교적 초반에 얻을 수 있는 스킬인 '버티컬 프레임샷'은 3성(★★★), 활, 내 주변의 적 공격, 쿨타임 10초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좋은 활을 장착한 상태에서 최대한 주위에 적을 많이 끌어들인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스킬 카드를 장착한 상태로 던전을 깨면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레벨이 상승하고 최대치까지 올리면 초월과 합성을 통해 더 높은 능력치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 요즘 스토리를 누가 봐요? 스펠나인은 봐요!
최근 모바일 RPG는 특성상 스토리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이는 '조금이라도 빨리 성장하고 싶은 게이머'가 스토리를 스킵하는 일이 많아졌고, 이를 아는 개발사는 '구색만 맞춘 스토리'를 제공하는 대신 다른 성장형 콘텐츠에 집중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미 신규 게임을 평가할 때 스토리가 빈약하다고 욕하는 게이머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보편화된 현상이란 의미다.
스펠나인은 이런 흐름을 무시하고 스토리에 힘을 주고 만들었다. 네시삼십삼분은 보도자료를 통해 '6개월에 걸친 스토리 작업을 통해 완성된 장편소설 20권 분량의 방대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 스토리의 전개는 250여 장, 900여 컷에 이르는 고퀄리티의 카툰을 통해 이루어지며, 카툰만 별도로 볼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스토리에 큰 비중을 실었다는 의미다.
스펠나인은 스토리를 구성하는 부분에서도 다른 게임과 차별성을 가졌다.
스펠나인의 메인 던전은 기본적으로 쉬움, 보통, 어려움 3가지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RPG라면 스토리는 쉬움 던전만 클리어해도 모두 알 수 있고, 보통과 어려움 난이도는 스킵해도 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스펠나인은 스토리 전개방식이 달라 모든 난이도를 다 클리어했을 때 정확한 스토리를 알 수 있게 구성돼 있다.
각 난이도별로 알 수 있는 정보의 한계를 둬서 쉬움(스토리 전개), 보통(스토리 고조), 어려움(스토리 전말)마다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모든 스토리는 만화로 제작되어 있기 때문에 한 편의 웹툰을 보는 재미를 선사해준다.
◆ 소외받았던 시스템들의 반란으로 참신함을 갖추다.
스펠나인은 '기존 RPG가 크게 중요시하지 않았던 시스템을 최전선에 내세운 게임'이다.
단순히 캐릭터의 개성만을 나타내던 스킬을 시스템의 전면에 내세웠다. 어떤 캐릭터를 쓰느냐가 아닌, 어떤 스킬을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전투를 펼친다는 역발상은 기존 RPG의 클리쉐를 깨뜨린 셈이다. 거기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확률이 꽤 높은 '스토리'라는 분야에 6개월이 넘는 시간을 쏟아부은 게임이기도 하다.
기자는 스펠나인을 지금까지 나온 RPG들과 비슷한 맥락으로 플레이한다면 틀림없이 재미없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스펠나인은 '잘 짜여진 스토리 웹툰을 보듯 플레이'했을 때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다. 세계관을 이해하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면서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며 한 주를 기다리는 그런 웹툰처럼 말이다.
잘 짜여진 판타지 웹툰에 목마른 게이머가 있다면 오늘 스펠나인에 도전해보라. 즐거움을 위해 기다릴 줄 아는 미학을 이해하는 게이머라면 틀림없이 만족할 것이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