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게임은 24일 출시를 앞둔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다.
오버워치는 블리자드가 처음 선보이는 6:6 팀 기반 FPS(1인칭 슈팅)게임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블리자드 특유의 캐릭터성을 강조해 개발 단계부터 주목받았다.
특히 21명의 캐릭터 중 한국형 캐릭터 ‘디바(송하나)’가 포함돼 있어 국내 게이머들의 큰 관심을 받았고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오픈베타테스트(OBT)에서 기대를 입증하듯 PC방 점유율 3위(7.7%)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또 국내뿐 아니라 OBT를 통해 전 세계 970만 명의 플레이어가 테스트에 참여했으며 이는 역대 블리자드 게임 OBT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렇듯 오버워치에 대한 국내외 게이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OBT에 참여해보지 못했거나 제대로 플레이해보지 못해 게임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 고민하는 게이머들이 있을 터.
본 리뷰는 오버워치가 패키지 게임이라는데 초점을 맞춰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게이머들을 위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 국내 오버워치 인기에 큰 기여를 한 한국형 캐릭터 디바(송하나)
◆ 미친 최적화와 끝내주는 사운드, 때깔 최고
국내 게이머들에게 오버워치는 ‘고급시계’라는 속칭으로도 불린다. 이유는 ‘히어로즈오브더스톰’에 붙은 ‘고급 레스토랑(매칭 대기 시간이 길어 음식이 늦게 나오는 고급레스토랑에 비유)’이란 별명 이후 블리자드 게임에 고급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과 CBT(비공개테스트) 참여가 너무 힘들어 아무나 차지 못하는 고급시계에 비유됐다는 것 크게 두 가지다. (현재 대부분의 유저들은 후자 쪽에 비중을 두는 것 같다)
아무튼 유저들의 이런 속칭을 빌려 오버워치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때깔 좋은 고급시계’라 할 수 있다. 그래픽과 사운드, 인터페이스(UI), 조작감 등 외형적으로 보이는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단 소리다.
특히 최적화 부분은 정말 발군이다. 게임 자체의 사양도 현재 출시되는 게임들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며(CPU 인텔 i3, GTX 460, 4GB 메모리, 64비트) 이 사양을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자체적인 프레임 최적화가 진행돼 원활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64비트 운영체제를 쓰는 웬만한 중저가 컴퓨터에서는 60프레임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며 저사양 컴퓨터에서는 그래픽 품질을 아무리 높여도 30프레임에 맞춰 그래픽 품질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기자가 2012년에 구입한 인텔 i3, 라데온 HD 6870을 장착한 PC에서도 꾸준히 60프레임을 유지했다)
즉 오버워치는 FPS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프레임’을 고려해 그래픽 최적화를 진행했고 이를 통한 유저 간 매칭 플레이는 매우 쾌적하다. 물론 이를 위해 부분적으로 전장의 해상도를 떨어뜨리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크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 뛰어난 최적화덕에 웬만한 난전 상황에서도 끊김없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사운드 또한 오버워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아마 사운드에 큰 비중을 두는 게이머라면 오버워치의 장점 중 사운드에 가장 많은 점수를 줬을 것이다. 나라별 특색이 담긴 전장 BGM과 점령 임박, 승리 하이라이트 등 특정 상황에서의 음악은 정말 압권이며 심지어 메뉴 화면의 BGM조차 세계관과 긴박감을 잘 표현했다.
여기에 국내 성우들의 뛰어난 캐릭터 연기가 몰입도를 한층 높여주며 총기 타격음과 발자국 소리 등 환경 효과음도 매우 뛰어나다. 특히 덩치가 큰 라인하르트나 윈스턴 같은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발자국 소리가 크며 상대적으로 트레이서나 메르시 등 작은 캐릭터들은 발자국 소리가 작아 사운드를 통한 전술적인 묘미까지 살렸다.
▲ BGM과 효과음, 성우들의 뛰어난 연기 등 오버워치 사운드는 정말 일품이다
◆ PVP만을 위한 게임, 세계관 살린 PVE 왜 없나
전반적인 게임의 틀은 거의 흠잡을 때가 없는 오버워치지만 콘텐츠 부분으로 넘어오면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린다.
먼저 캐릭성은 ‘역시 블리자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뛰어나다. 이미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를 통해 뛰어난 캐릭터성을 선보인 블리자드는 새로운 시리즈 오버워치에서도 매력 돋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캐릭터는 저마다 다른 출신지와 성격, 세계관, 동기를 가지고 오버워치에 등장하며 외형과 동작, 대사 등 그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이런 것들이 정말 잘 묻어있다. (기자의 경우 평소에 신경도 안 쓰는 캐릭터의 배경이야기를 공홈에 가서 일일이 읽었을 정도) 때문에 유저는 자신이 플레이하는 캐릭터에 매료되고 이는 플레이타임으로 직결되며 스킨과 승리 포즈, 추가 대사 등 자신만의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얻기 위해 ‘한판 만 더’를 외치게 된다.
▲ 매력 넘치는 캐릭터와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옵션은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문제는 이게 끝이라는 것이다. 오버워치에서 즐길 수 있는 실질적인 게임모드는 ‘빠른대전’과 ‘경쟁전(랭크전)’, ‘주간난투’ 세개 뿐이고 21명의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막상 팀 조합을 고려하면 캐릭터 수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제대로 할 만한 PVE 콘텐츠가 전무하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나마 있는 ‘인공지능 모드’는 단순히 유저와의 대전을 위한 연습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며 처음에 어렵게 느껴지는 고수 난이도도 결국은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기 때문에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
6:6 팀기반 FPS게임에 PVE 콘텐츠를 논하는 게 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모든 이유는 오버워치가 패키지게임이기 때문이다. 국내 배틀넷을 기준으로 디지털다운로드 일반판은 현재 4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고 단순히 PVP 콘텐츠만 넣어 이 가격에 출시하기엔 유저들이 즐길 선택지가 너무 적다.
블리자드가 이렇게 좋은 캐릭터와 세계관을 배경으로 스토리모드를 넣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중간중간 캐릭터들이 오버워치가 해산됐고 음닉 사태가 어쩌고저쩌고 떠드는 내용을 싱글 혹은 협동모드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면 게임의 완성도가 훨씬 높지 않았을까.
앞으로 블리자드가 오버워치에 얼마나 다양한 모드와 캐릭터가 무료로 추가될지 알 순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사실 돈값에 비해 콘텐츠의 수가 적은 게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 오버워치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드, 패키지게임인걸 고려하면 다소 부족하다
◆ 오버워치, 그래서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만약 오버워치가 부분유료화 혹은 지금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판매됐다면 기자는 무조건 총점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을 줬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 최적화와 사운드, 특별할 건 없지만 편하고 직관적인 UI와 조작 등 소위 말하는 게임 전반에 걸친 때깔은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흥미로운 세계관,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은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게임 콘텐츠는 PVP 중심 게임의 특성상 다양한 유저 층을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력을 키워서 이기면 재미있다’는 논리는 부분유료화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특정 가격을 내고 구매하는 패키지게임이라면 라이트유저부터 헤비유저까지 선택할 콘텐츠가 많아야 게임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 지면서 재미를 느끼는 유저는 아무도 없다. 오버워치는 라이트유저를 위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평소 FPS 장르와 PVP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게 오버워치는 최근 출시된 PC 온라인게임 중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고 디지털판이든 오프라인 CD든 지금 당장 사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코옵이나 싱글플레이로 FPS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나 다들 오버워치 오버워치 하니까 나도 한 번 사볼까 하는 호기심으로 접근한 이들에게는 아직 돈값을 제대로 못 할 가능성이 큰 게임이다.
앞으로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에서 보여줬던 혜자급 업데이트를 오버워치에서도 보여준다면 오버워치는 전 세계 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좋은 게임이고 e스포츠 혹은 다른 방향으로 흥행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PVP와 FPS를 즐기는 게이머가 아닌 대중적으로 더 많은 이들이 찾는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오버워치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 PVP와 FPS 매니아라면 오버워치를 놓쳐서는 안된다. 나머지 유저들은 조금 지켜보자
그래픽: 9 (★★★★★ 미친 최적화와 군더더기 없는 그래픽) 사운드: 9 (★★★★★ 멋진 BGM과 성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UI/조작: 8 (★★★★☆ 특별한건 없지만 편하고 직관적) 콘텐츠: 6 (★★★☆☆ 매력적인 영웅과 PVP만을 위한 콘텐츠) 소장가치: 7+ (★★★☆☆ 디아블로3급 업데이트를 기대하며) 총점: 7.8 (★★★☆☆ FPS와 PVP를 즐긴다면 필구) |
[이동준 기자 rebell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