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모바일RPG는 캐릭터 등급과 레벨, 스킬, 장비와 보석 등 각종 강화 정도를 합산하여 '전투력'로 나타낸다.(명칭의 차이는 있다.) 이 전투력은 남들과 비교하여, 혹은 스테이지 보스와 비교하여 내 계정, 내 캐릭터의 강함 정도를 말한다. 즉, 게임의 여러 콘텐츠를 즐기고, 또 과금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전투력 파라메터만 있어도 '더 강해진다'라는 점에서 게임의 기본이 충족되고 과금 요소도 충분하지만, 단순히 투자한 만큼, 플레이한 만큼 비례하여 강해지는 형태는 어딘지 심심하다. 액션RPG 라면 컨트롤을 넣기도 하고, 스킬 발동 등 다양한 확률 요소도 가미하여 변수를 넣기도 하지만, 오늘 다룰 타이틀, '드래곤 하츠'는 세븐나이츠와 비슷한 턴제 캐릭터 RPG 장르. 여기에 가장 어울리는 요소는 바로 '전략'이다.
서두 그대로. 택티컬액션RPG를 표방한 드래곤하츠는 바로 이러한 전략 요소에 집중했다.
같은 전투력이라도 영웅 조합에 따라, 심지어 같은 조합이라도 진형에 따라 판이한 결과를 보여준다. 전투력 6만을 훌쩍 넘긴 깡뎀 파티가 조합을 마친 5만대 파티에 휩쓸려 나간다. 이것은 단순 수치의 차이도, 이리저리 눈치 재는 컨트롤의 차이도 아닌 순수하게 영웅 조합+배치만으로 이루어진다.
드래곤하츠에서 내세우는 전략이란 면에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겠다.
▲ 3행3열로 이루어진 9개 칸에 어떤 영웅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
플레이어는 자신이 구비한 영웅으로 하나의 파티(최대 5인+@)를 구성할 수 있고, 이 파티는 3행x3열로 이루어진 9개의 칸에 임의로 배치할 수 있다. 이때 배치된 위치에 따라서 공격 순서가 정해진다. 적과의 전투 방식은 턴제. 각 순서에 따라 한번씩 번갈아 공격을 주고 받으며, 기본적으로 각 캐릭터는 배치된 위치에 따라 정면의 적을 우선 공격하고 정면에 적이 없다면 좌측의 적을 공격한다. 물론 캐릭터에 따라 완전 랜덤 공격을 가하거나 뒷줄의 적을 먼저 공격, 하나의 행이나 열을 모두 공격 하는 등의 특수한 공격 패턴을 가진 캐릭터가 존재하여 패턴은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룰에 따라 캐릭터를 어떻게 배치하느냐는 '전투력'보다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캐릭터 특징을 살린 조합과 캐릭터 위치 선정은 특정 라인에 공격력을 집중할 수도 있고, 역으로는 아군을 보호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같은 전투력, 같은 캐릭터 조합이라도 어떤 캐릭터는 공격도 못해보고 턴이 종료될 수도 있고, 어이없이 사망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 전략은 플레이어 본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파티 구성에 만전을 기한 다른 플레이어와의 PvP 에서는 물론 한명의 아군 캐릭터도 죽지 않고 클리어해야만 '완승'을 달성할 수 있는 PvE 모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성적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는가에 대한 도전도 이어지는 것. 이렇듯 매번 다른 진형의 적과 싸우게 되는 시스템 특성상 단순히 전투력 강화 뿐 아니라 캐릭터 조합과 공격과 방어에 뛰어난 배치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다.
드래곤하츠는 여러 캐릭터의 조합을 중시하는 캐릭터 RPG 다. 하나의 캐릭터만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캐릭터를 키워나가야 하는 것. 하나의 파티를 이루는 최대 인원은 5명이고, 최정예 5명을 중심으로 키워나가게 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전투력이 부족해도 캐릭터 조합상, 스킬 특성상 더 낮은 전투력으로도 쉽게 물리치는 상황이 연출되므로 가능하다면 캐릭터 특징 별로 다양하게 육성하게 된다.
캐릭터 육성은 또 다양한 방면에 퍼져 있다. 캐릭터에 맞는 장비를 장착하고, 장비 자체 강화해도 여러 갈래가 나뉘어 있는 것은 물론 캐릭터를 레벨업시키고, 강화하는 요소도, 캐릭터와 장비의 일부 능력치를 조금씩 상승시켜 나가는 것도 존재한다. 이 점은 단순 재화만으로 이곳저곳에 투자하여 강화하는 구조가 아니라 각 강화 방식에 필요한 여러 재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 내 존재하는 여러 미니게임 및 부가 콘텐츠를 이용하여 어떤 식으로든 캐릭터&장비 강화에 닿을 수 있게끔 구성했다.
어떻게 보면 많은 강화 방식은 그만큼 신경쓰고 투자해야할 것이 많아 더 번거롭게 느끼는 유저가 있을 수도 있겠다. 드래곤하츠는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미 투자한 재화를 일부 돌려 받을 수 있는 '분해', '리셋' 시스템을 제공한다.
모든 캐릭터를 모두 극성까지 키우는 것에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앞서 투자한 모든 것들이 무위로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
▲ 캐릭터와 장비 모두 강화에 투자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여 재투자가 가능하다.
원래 모바일게임에 소위 '혜자 운영'은 필수라고는 하지만, 드래곤하츠는 유독 '마구 퍼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푸쉬알림으로 뿌리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 내재된 리워드 시스템 자체가 그러하다. 드래곤하츠는 각종 임무 달성을 통해 게임 내 각종 재화는 물론 캐시 화폐인 다이아까지 그야말로 마구 뿌린다. 흔히 모바일게임의 단골 과금요소인 '10연속 가챠'를 예를들어 과금을 하지 않고도 몇번이나 시도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드래곤하츠가 게임 내 재화를 많이 뿌리는 이유는 뭘까? 우선 워낙 게임 내 강화 요소가 많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겠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과금요소로 '가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 여러 부가 콘텐츠를 통해 확정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스테이지 클리어 후 보상을 고르는 3개의 상자에서도 캐시를 사용하면 단지 확률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확정적으로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가 하면, 각종 캐릭터 조각이나 장비 조각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 확정적으로 2배의 보상을 얻을 수도 있다.
▲ 횟수 제한이 있지만, 확정 보상을 주는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즉, 주는 만큼 쓰게끔 구성했고, 쓰는 만큼 확정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게끔 만들었다. 무과금으로도 만족할 만한 스펙을 쌓을 수 있지만, 약간의 과금만으로도 얼마나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실제 피부로 와닿게 만든 셈이다.
각자의 고유 대사(음성)까지 존재하는 매력있는 영웅들과 단순하지만 치밀한 진형 전략이 맞물려 단순한 캐릭터 RPG를 한꺼풀 벗어던진 드래곤하츠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체력(행동력)'의 회복속도가 매우 늦은 편(10분에 1회복)인데다 계정 레벨이 올라간다고 해서 체력 최대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므로 계정 레벨업이 느려지는 중반을 넘어서면 붙잡고 할 만한 것이 줄어든다.
매일 새벽 4시에 모든 일일 콘텐츠가 리셋되어 순간적으로 할거리가 늘어지만, 어쨌든 각종 부가 콘텐츠를 모두 즐기고 나면 다음 날까지는 체력바만 쳐다보면서 손가락 물게 되는 일이 많다. 심지어 체력 회복을 할 수 있는 횟수도 제한되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드래곤하츠 자체가 뿌려주기식 리워드와 확정형 보상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콘텐츠 소모 속도를 조절하기 위함으로 보이지만, 일일 리워드양에 비해 전체 체력 회복량이 떨어지는 것은 갈수록 '성장 속도'가 늦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노가다성으로라도 뭔가 더 붙잡고 있을 만한 요소가 필요해 보인다.
▲ 부가 콘텐츠를 모두 클리어, 일일 퀘스트를 끝내고 나면 그날의 접속 이유가 급격히 떨어진다.
본문에도 숱하게 등장했듯이 드래곤하츠의 매력은 수치와 확률을 넘어서는 '진형 전략'이 누구나 쉽게 고민하고 구사할 수 있도록 잘 짜여져 있고, 수십, 수백가지의 변수를 만들어낸다는 것과, 대단한 과금 없이도 하루에 즐길 수 있는 여타 부가 콘텐츠를 통해 정해진 보상, 즉, '일정한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과금을 통해서 남들보다 앞서고자 한다면 여기서 더 많은 기회를, 더 많은 보상을 선택하여 얻을 수도 있다.
모바일게임 좀 즐겨봤다면, 스테이지 권장 난이도에 공격력, 방어력이 빨간 불이 들어와서 섣불리 시도도 못해보고 하위 스테이지를 반복하며 아이템 노가다를 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하츠는 적어도 가위바위보식 상성을 벗어나 근본적으로 다른 고민을 할 수 있다.
아무 생각없이 클릭클릭을 원한다면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의 편리함을 버리지 않은 덱 구성의 자동 턴제 전투에 단순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 전략의 차이, 이 한끗 차이로 성공과 실패를 오가는 선택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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