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디아블로가 있었고 많은 RPG(역할수행게임) 게이머들이 액션을 기반으로 하는 던전 공략형 RPG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후 수많은 액션+던전 RPG가 등장했고 디아블로 역시도 시리즈 3편까지 출시될 만큼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스마트폰 게임 시대가 열린 현재에는 이런 유형의 게임들이 모바일화(化)되고 있는 가운데 기자를 두 번이나 놀라게 한 모바일 액션 던전 RPG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오스트리아의 게임개발사 소셜스필에서 개발하고 넥슨에서 11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레거시퀘스트'다.
기자가 두 번 놀란 이유는 먼저 이 게임의 서비스사가 넥슨이란 점이고 두 번째 레트로풍의 픽셀 그래픽으로도 '디아블로'의 감성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거두절미하게 '레거시퀘스트'는 이전 넥슨의 게임들과 사뭇 다르다. 게임이 주는 전반적인 느낌도 다르고 그에 따른 게임의 분위기도 다르다. 모바일 RPG인데 국내의 트렌드와 전혀 다르게 '과감히' 자동사냥이 없다. 사용자가 직접 화면의 가상 조이패드와 공격, 스킬, 회피 버튼을 조작해야 한다.
빠른 전투, 스킬 자동 이런 편의 기능도 없다. 오직 수동. 유독 국내 및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만 자동사냥이 선호된다고들 하는데 그럼 이들 시장을 포기한다는 것인가 싶을 만큼 게임 초반 조작은 매우 귀찮다. 그런데 게임을 하다보면 정말 재밌다. 그래픽이 화려한 것도. 실사풍도 아닌 동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캐릭터들로 던전에서 몬스터를 소탕하는데 그 조작의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재미가 있다 못해 소싯적 즐겼던 '디아블로'를 하는 느낌마저 든다. 오!
기자는 업무 일부가 게임 플레이다 보니 게임을 하면서 효과음과 배경음악을 아예 꺼두고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러기 전 우연히 들어본 레거시퀘스트의 게임 음악도 단순하면서 묘하게 빠져든다. 모처럼 이어폰을 끼고 게임을 플레이하게 됐다. 웅장한 음악도 아닌 이 음악이 게임에 좀 더 몰입감을 만들어 준다. 던전을 돌때 반복적으로 나오는 음악에는 고개를 흔들면서 즐기기까지 한다.
아직 10레벨도 달성 못한 이른바 '쪼렙(저레벨 캐릭터를 지칭하는 인터넷용어)'이지만 어느새 '레거시퀘스트'에 빠져든다. 계속할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좀 더 던전을 탐사하고 캐릭터를 키워보고 싶은 욕구는 확실히 들었다.
헬로히어로-몬스터길들이기-세븐나이츠-레이븐-히트-로스트킹덤 등의 모바일 RPG를 거쳐온 기자도 '자동사냥'에 너무 익숙해져버렸지만 수동사냥의 레거시퀘스트의 신선함을 즐겨보고자 한다.
매출 순위도 감히 예상 못 하겠다.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꽤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 같은 느낌은 든다.
넥슨이 이런 풍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에 대해서는 게임 업계 종사자 중의 한명으로 환영한다. 모두가 같은 풍의 같은 방식의 게임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깐. 누군가는 무모하더라도 신선한 도전을, 트렌드와 다르게 가더라도 색다름을 추구해야 국내 게임시장의 다양성이 확보될 테니.
누군가 기자에게 "레거시퀘스트는 어떤 게임인가요"라고 묻는다면 기자는 "음악이 재밌고 우리 자녀들과 같이 즐기고 싶은 디아블로같은 게임"이라고 답하겠다.
[이관우 기자 temz@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