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게임즈(대표 신동준)는 웹게임 '에라오브엠파이어:문명의충돌(이하 EOE)'를 자사 게임포털 게임매니아를 통해 지난 2015년 12월 29일부터 공개서비스를 시작했다.
EOE는 기원전 고대시대에 거대문명을 이룩했던 4대 문명(이집트, 페르시아, 그리스, 중국)의 지도자가 돼 자신의 문명을 부강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웹게임의 특성상 일체의 클라이언트 설치 없이 어느 PC에서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 심지어 한 PC에서 여러 개의 계정을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어려운 전략 시뮬레이션'을 표방하고 출시한 EOE의 면면을 살펴봤다.
◆ 자고로 지도자는 머리 아픈 법.
EOE는 기본적으로 문명을 건설하고 발전시키는 '문명 발전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민가를 지어 이주민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이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각종 행정/편의 시설을 설치해줘야 한다. 모인 시민들을 위해 충분한 직장을 만들어 실업률을 낮추고 창고에는 식량과 자원을 든든히 쌓아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때로는 인근 나라를 침공해 자원을 침탈하기도 하고 동맹국에 찾아가 구걸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위 설명만 보면 '심시티'와 '시드마이어의문명'으로 대표되는 구축형 시뮬레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EOE는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상당히 많고 까다롭다.
기본적으로 모든 건물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치안, 소방, 의료, 수리' 4요소가 반드시 준비되어야 한다. 단 하나라도 부족하면 불이 나거나, 역병이 돌거나, 살인 사건이 터져 해당 건물이 폐허로 변한다. 여기에 민가는 '물, 식량, 유희, 종교' 관련 건물을 추가로 지어줘야만 한다.
골치 아픈 것은 이런 행정/노점 시설들이 종류가 많고 관리하는 영역이 모두 다르다는 데 있다. 게다가 길을 내주지 않으면 건물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민가 하나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지어야 하는 건물이 열다섯이 훌쩍 넘어간다. 모든 것이 신경 써야 할 것투성인 게임이다.
때문에 초반에 생각 없이 건물을 짓다보면 필연적으로 관리의 사각에 놓이는 건물들이 생기는데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폐허가 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조금만 관리의 사각으로 벗어나도 용서 없이 무너지는 건물과 그에 비례해 떨어지는 지도자의 평판을 보면 '아…지도자의 길이 쉬운 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 챕터 구분으로 목적성 부여
EOE의 주요 콘텐츠는 챕터에 주어지는 목표를 모두 완수해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데 있다.
각 챕터별로 문명을 발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퀘스트들이 4~5개 주어지고 이를 모두 완수했을 때만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게임에 대한 지식이 단계적으로 늘어 플레이 방법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다. 이는 신경 쓸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게임의 특성상 상당히 유용하다.
챕터를 통해 게이머는 자신의 도시가 서서히 발전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민가를 지어 이주민을 받는 소소한 미션부터 시작해 밭을 개간해 식량을 모으고 금속을 제련해 무기를 만들어 다른 도시를 점령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게이머가 직접 조작해야 한다.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알게 모르게 쌓이는 지식은 어려운 게임에 대한 적응력을 자연스레 키워준다.
◆ 친구에게 관대하고 적에게 잔인하라.
EOE에서 친구는 단순한 동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친구는 기본적으로 고대시대 도시끼리 맺었던 동맹과 비슷하다. 그들은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부족한 물자를 매매와 선물을 통해 주고받으며 공동발전을 꾀했다.
EOE에서도 친구가 이미 개발한 기술의 경우 들어가는 골드와 연구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게임에 투자하는 골드와 시간이 만만치 않은 게임이다 보니 이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자신이 필요한 자원(식량, 금속 등)을 친구에게 직접 요청해 받을 수도 있고 거래를 통해 물물교환할 수도 있다.
때문에 친구는 게임을 즐기기 위한 필수요소로 꼽힌다.
◆ 당신의 닉네임은 '5678636' 입니다.
EOE는 기본적으로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게임이다. 기자는 문명 발전류 시뮬레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를 느낄만한 게임임을 확신한다. 그럼에도 이 게임은 꽤 큰 단점이 존재한다.
바로 '닉네임'이 기본 제공되지 않는 점이다.
게임을 첫 실행하면 게이머는 닉네임을 직접 고르는 게 아닌 임의의 숫자를 부여받고 시작한다.. 기자의 경우 '5678636'이라는 닉네임을 부여받았다. 문제는 모든 게이머가 숫자 닉네임을 가지고 있으니 누가 누군지 전혀 분간할 수 없다는 것.
닉네임을 바꾸기 위해선 300달란트(캐시 아이템)짜리 '개명권'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현금 35,000원에 달한다. 결코, 쉽게 구입할만한 액수는 아니다. 때문에 채팅창과 월드맵을 보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혼돈의 카오스'가 펼쳐진다.
<현재 월드맵의 상태... 솔직히 누가누군지 모르니 커뮤니티가 활발함에도 지속성이 없다.>
EOE는 현재 유저간 커뮤니티와 지원이 제법 활발하다. 게임이 어려워 초보자가 적응하기 어렵다보니 게이머들끼리 스스로 만들어 내 문화다. 게이머들은 자신이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면 초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문화가 자리잡힌 상태다.
그런데 초보입장에서는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혹 도움을 받아도 오랜시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사람이 숫자 7개로 표현되는 닉네임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보다 대중적으로 어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만 하는 사안으로 꼽힌다.
◆ 게임에서 오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즐긴다면? EOE가 딱!!
EOE는 아쉬운 점을 감안해도 자꾸 접속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게임이다.
게이머는 프로게이머에 준하는 빠른 손놀림이나 엄청난 판단능력을 요구하지 않음에도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약간의 실수로도 자비 없이 무너지는 건물들을 관리해야 하고, 도시의 인구를 고려해 적절한 일자리를 끊임없이 만들어줘야 한다.
약간의 실수로 어렵게 지은 건물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위치를 조절해야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마디로 챕터가 반복될수록 신경 쓸 것이 많은 게임이다.
그럼에도 EOE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행정건물을 절묘하게 배치해 주거/공업/저장 단지를 조성하고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적절한 스트레스'가 따라온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부수고 짓는 것을 반복하다가 제대로 된 계획도시가 완성되고 시민들의 평판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묘한 쾌감이 밀려온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큰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하루 10여 분씩 2~3번만 들여다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긴 시간 동안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는 사람이라면 도전을 권하고 싶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