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모바일 ARPG(액션 역할수행게임) '히트(HIT)' 열풍이 태평로의 등불, 게임조선 사무실에 불어닥쳤다.
게임이라고는 오락실에서 숨은그림찾기 정도나 해봤다던 웹디자이너가 떡 하니 '전설' 등급의 무기를 뽑았다길래 호기심 삼아서 시작한 이 게임이 기자의 지름신까지 자극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평소 모바일게임을 즐기지 않아서 역으로 더 재미를 느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게임은 자고로 콘솔, 혹은 PC로 해야 제맛이라는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던 기자가 먼저 시선이 간 것은 모바일 특유의 UI가 아니었다면 PC 온라인게임이라고 해도 몰랐을, 길어야 1분 안쪽, 40초 안팎의 짧은 던전 플레이와 다수가 실시간으로 전투를 즐기는 난투장, 피하고, 때리는 것이 기본인 거대 몬스터와의 전투, 즉, 레이드였다.
정작 시작하니 해당 콘텐츠까진 약간의 성장이 필요했다. 기왕 하자고 마음먹은 것, 적당한 과금까지 결심했다. 지름신과 확률은 별개인지라 나름 게임사에 대한 포멀한 수준의 과금을 했다고 자부하건만 '고대' 장비 하나 뽑아본 적 없는 본인이 체험기를 자청하기에 이르렀다. 체험기? 아니, 흔한 게임 기자의 '히트 자랑.ssul' 되겠다.
◆ 둘째가라면 서러울 고퀄리티, +고스란히 살린 최적화
기술적인 부분이 어떤지는 넘어가자. 이펙트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연타형의 루카스/아니카, 강타형의 휴고, 원거리 마법사인 키키까지, 4개 직업이 각자 특징에 맞게 타격감, 조작감, 스킬 표현까지 모두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상하게 루카스가 적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겠죠.)
기본 공격이면 기본 공격, 스킬 자체도 시원시원하고, 화려하건만 대상의 상태에 따라 발동하는 필살기급 연출의 연계기는 전투 몰입도를 확 높여준다. 특히, 연계기+연계기가 연이어 발동하는 상황은 히트 전투 연출력의 백미(白眉)라 하겠다. 덧붙여 적들이 폭파를 시도하는 다리를 뛰어넘거나 각종 오브젝트를 조작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던전 내 '존 이동' 역시 점수를 주고 싶다.
▲ 연계기 발동, 특정 이벤트 시, 컷인 연출을 볼 수 있다.
글쓴이의 기기는 노트3, 게임기로써의 성능은 현역 중 노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히트를 실행하기에 쾌적하다. 언리얼엔진4로 구현된 탈(脫) 모바일급 퀄리티를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다. 경험이 많진 않지만 이런 류 3D RPG 중에 가장 빠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빠른 로딩은 널리 알려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
이따금 강화 시도 시, 게임이 꺼져 버리는 문제만 해결한다면 이 게임을 즐기는데 큰 문제, 혹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기기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노트2 로도 열심히 무과금 유저의 꿈의 스테이지, 10-2 를 열심히 도는 것을 보니 저쪽도 만족하고 있는 모양.
◆ 모바일에서 무엇이 불편한가- 잘 구성한 UI(유저 인터페이스)
UI의 섬세함도 남다르다. 모바일게임은 몇장의 로비 화면에 여러 메뉴를 원터치 배치하느라 UI가 조잡해지기 쉽다. 메뉴 간 쓸데없는 이동이 잦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히트는 그러한 부분은 최대한 피했다. 각종 메뉴가 상황에 따라 변하거나 없던 메뉴가 새롭게 등장하는 등 한 화면에 마구 뿌려 놓지 않은 점도 좋다.
아이템 가방, 수치 비교, 강화 등 유저가 자주 이용할 만한 메뉴는 화면을 기준으로 좌우를 나눠 뜨게끔 하여 서로 간에 비교/확인을 쉽게 하고, 모든 메뉴는 이미 선택한 구역 혹은 이미 열려 있던 기존의 창 위에 덧씌워 뜨는 식으로 하여 X버튼(닫기)을 클릭하는 것만으로 화면 이동을 최소화한 것도 세심하게 짜인 부분이라고 하겠다.
▲ 결투장이 아무리 우릴 힘들게 해도 키키는 사랑이라고(...)
가만히 놔두면 UI가 사라지는 대기 화면, 터치에 소셜 액션으로 반응하는 캐릭터 등 모두 눈길이 간다. 던전 입장, 결투장 입장을 제외하고, 적어도 로비 내에서 메뉴를 찾고 이동하기 위한 불편함 및 지연시간을 피부로 느낀 적은 없었다.
◆ 뽑기? 아직 안 망해쓰요~ 곰손도 강해질 수 있는 직관적 성장 시스템
자신이 헤비한 과금 유저가 아니고서야 정해진 스테미너, 정해진 시간 안에 수급할 수 있는 골드나 강화 재료가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혹시나 잘못 사용했을 때의 '불리함'은 피하고 싶은 법. 이에 함부로 강화석 혹은 골드를 소모하지 못하고 여러 공략 글을 섭렵하거나 정보를 알아내고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본인이 모바일게임을 꺼렸던 이유 중 하나가 강화와 진화에 의존한 성장 시스템 때문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강화란 잘 모르면 손해 보고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 데다가 특유의 제한적 강화 단계 때문에 지금 당장 어려운 구간이 있어 캐릭터를 세게 만들고 싶어도 한참을 준비한 후에야 강화 혹은 진화가 가능한 사례가 있었더랬다.
히트의 강화는 매우 단순하다. 따로 강화석이나 진화석 없이 순수하게 재료로 쓰일 각종 장비와 골드만 있으면 모든 강화, 합성이 가능하다. 장비 레벨이 올라갈수록 강화 시, 더 많은 골드를 요구하여 섣부르게 강화에 대한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 강화! 원할 때, 원하는 만큼만 해도 손해는 없다.
지극히 단순하다. 강화하고자 하는 장비의 등급에 따라 매 횟수 동일한 골드를 필요로 한다. 장비 최고 레벨인 20레벨까지 넣는 재료의 질에 따라 '경험치 효율'만 달라질 뿐 유일한 소모처인 골드는 언제 어떻게 몇 개를 넣더라도 동일하다. 즉, 재료만 준비됐다면 한번에 10개를 넣어도, 그때그때 1개만 넣더라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장비와 장비를 합쳐 바로 위 단계의 장비를 얻을 수 있는 합성 역시 마찬가지로 최대 레벨까지 성장시킨 동일 등급의 장비만 준비되면 골드'만' 소모함으로써 바로 합성이 가능하다. 스테이지 1~2판만 돌아도 내 캐릭터의 장비를 조금씩 성장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단, 강화 재료가 되는 장비의 레벨에 따라 경험치 획득량이 달라지는 만큼 골드 소모 효율이 가장 높은 '도시락(강화 최적 상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존재한다. (같은 등급의 장비를 20레벨 직전까지만 먹여 도시락을 만드세요! 여러분!)
◆ 서사를 잘 살린 스토리, 공개된 이야기가 짧은 것은 흠!
플레이어, 즉, 히트의 주인공은 스토리 진행 내내 이상할 정도로 비중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히트는 각 스테이지 특정 구간에서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주인공이 아닌, 여타 주요 인물들의 대화씬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진행한다. 심지어 이번 지역에 등장하는 '오크 병사'와 같은 몬스터들의 대화를 보여줄지언정 주인공은 현재 상황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다. 주인공과 같은 풋내기 기사들을 뜻하는 상징적인 인물, '피아'를 통해서 현재 스토리가 진행될 뿐이다.
주인공이 속한 인테라 진영과 이에 대한 침공을 감행한 엘파란 진영의 주요 인물들이 막마다 번갈아 등장하여 각자의 입장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따금 원흉인 라인반트 세라핌들이 등장하여 사실상 전지적인 시점에서 현 상황에 대해 모두 설명해준다. 즉, 주인공이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을 플레이해나감에 따라 이야기가 알아서 흘러가는 서사적인 구조다.
▲ 커다란 판에서 주요 NPC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 대화 도중 NPC 일러스트가 조금씩 변하는 디테일도 살아있다.
즉, 현재 스테이지에 따른 전체 스토리 진행이 아니라 주인공이 속한 피아 일행이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는 시간적 상황에 따른 현재 세계관의 정세를 보여줄 뿐인 것. 이는 라이트노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모바일 액션 RPG로써는 매우 세련된 방식을 채택한 셈. 다만, 매 스테이지 대화씬이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령의 지배자 헬라' 처단을 끝으로 너무 빨리 현재까지 준비된 스토리가 끊긴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 이제 고민은 없어! 스킬 세팅은 그때그때 원하는 대로!
히트의 각 스킬은 적에게 상태 이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상태 이상에 맞춰 '연계기'라고 하는 강력한 추가 공격이 나간다. 반대로 적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반격과 회피가 존재한다. 액션 RPG로서의 진가는 여기서 발휘된다.
스킬 세팅은 스킬과 연계기, 지속 효과 3종류로 나뉘어 포인트를 투자하게 되어 있다. 레벨마다 1씩, 그리고 레벨 보상 외 추가로 50포인트를 구매하여 사용할 수 있다. 던전 사냥과 결투장 세팅이 다르고, 어떤 스킬을 투자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니 스킬 세팅에 정답은 있을 수 없지만, 잘못 투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접어도 좋다.
히트는 게임 내 화폐인 골드를 통해서 언제라도 스킬 초기화가 가능하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한 수준. 이 스킬, 저 스킬을 투자하여 마음에 드는 자신만의 스킬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낮에 PvP 용 세팅으로, 저녁에 레이드용 세팅으로 매번 바꾼다 해도 큰 무리가 없다.
물론 스킬 세팅을 바꾸면 포인트도 매번 다시 투자해야 하는 만큼 수동으로 바꾸는 것이 편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스킬 슬롯 정도는 보관해두고 간편하게 세팅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지원도 생각해볼 만하다.
◆ 푸시알림 왜 이렇게 안 오나 했더니... 그냥 풍족한 콘텐츠
모바일게임이 원래 그러하듯 히트 역시 던전 플레이 외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 모험 포인트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다수 준비되어 있다.
현 버전에서 레벨에 따라 한 단계씩 열리고, 클리어 시 상당한 보상을 즉시 지급하는 시련의 탑과 하루 단 한 번, 각종 마석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빛의 성역, 1:1 전투를 즐기는 결투장과, 6명이서 Free For All 방식으로 진행되는 난투전이 그러하다.
이외에도 일정 시간에만 오픈되어 실시간으로 여러 유저가 파티 형태로 동시에 입장, 강력한 보스를 쓰러뜨려 그 보상으로 장신구를 얻을 수 있는 레이드도 존재하며, 아직은 오픈되지 않았지만, 탐사 콘텐츠와 길드전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이들 콘텐츠의 특징은 각각 젬, 모험 포인트, 골드, 각종 뽑기권 등 게임 진행에 필요한 아주 달달한 보상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특히, 이들 각 콘텐츠는 별도의 입장권을 소모하기 때문에 던전 플레이와 별개로 콘텐츠를 즐기는 데 문제가 없고, 이들을 통해 다시 행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하여 충분한 동기를 부여했다.
▲ 각종 달성미션 외 특별임무, 스테이지 진행 보상 등 다양한 보상이 주어진다.
여기에 일일, 주간, 월간, 연속으로 나뉜 4개의 달성 미션을 두었다. 각 콘텐츠를 플레이만 해도 쉴 새 없이 게임 진행에 필요한 행동력 및 화폐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달성 미션 외에 하나씩 단계적으로 주어지는 미션을 해결해나가는 특별 임무를 통해 또 다른 보상을, 단순 스테이지 클리어만으로도 강력한 장비를 주는 등 일정 플레이만으로도 기본 이상의 성장을 가능하게끔 꾸며놨다.
덧붙여 기본적으로 2개의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는 히트 특성상 기본 구성부터 부족함이 없다. 소위 '혜자급' 콘텐츠 보상이 만족스러운 이유다.
흔히 모바일 RPG는 반복 노가다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그 노가다가 지루하지 않다. 적당량을 즐기면 충분히 남들 얻는 만큼의 일일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스테이지 하나, 장비 강화 몇 단계, 임무와 미션 몇 개를 클리어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작은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만으로도 얻게 되는 만족도가 달라진다. 과금 유저든, 무과금 유저든 닿을 수 있는 만큼의 목적을 부여해주고, 더 나아갈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예사 솜씨가 아니다.
면면을 따지면 솔직히 어디에선가 봤음직 한 시스템, 즐겨봤던 콘텐츠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남다르다. 섣불리 새 콘텐츠를 만들어 넣기보다 각 콘텐츠의 완성도, 그리고 맞물림에 신경 썼다. 디테일이 다른 것.
'게임'에서 공격력과 더불어 많은 사랑을 받는 옵션으로 치명타, 즉, 크리티컬 히트를 꼽는다. 히트가 출시 1주일 만에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 역시 바로 이 익숙함, 단순함을 넘어선 크리티컬한 매력으로 본다. 직업 특성상 최근 출시작에 대해 누군가 소감을 많이 물어오는 일이 많은 본인에게 있어 1주일 짧은 경험에 빗대어 말해줘야 한다면, 긴 썰 끝에 적어도 히트가 모바일 ARPG 차세대 주자로서 한 걸음 앞섰다고 얘기해줄 수 있겠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