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는 다양한 캐릭터와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만능의 게임 소재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많은 게임들이 쏟아져 나와 이중에 알곡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한빛소프트(대표:김기영)의 신작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천지를베다' 역시 첫인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미 들어봤음직한 이름과 호쾌한 액션으로 시작되는 여러 수식어에서 같은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게임들이 올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출시 이래 연일 상승세에 있다.
전투 모드 자체는 간단하다. 액션성에 기반을 둔 RPG였기에 가상 패드로 이동하고 기본공격, 스킬, 필살기를 적재적소에 쓰면 된다. 모든 스킬은 마나 개념 없이 쿨타임만 존재해 스킬풀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적의 공격을 즉시 피할 수 있는 회피기가 존재해 액션감도 잘 살렸다. 물론 편의성을 위해 자동전투도 지원한다.
천지를베다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행동력으로 '군량'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처음 주어지는 군량이 모두 소모돼 플레이에 제약을 받게 되는 첫 순간에 천지를베다라는 게임이 삼국지여야만 했던 이유를 쉽게 알게 됐다.
삼국지가 갖는 거품이 걷히고나자 오히려 모바일게임이 갖는 그 진면목이 여실히 드러난 게임. '천지를베다'의 면면을 살펴봤다.
◆ 군주가 아닌 진영의 에이스가 바로 당신! 3인의 영웅을 모두 키우자!
'천지를베다'에서 플레이어는 3명의 영웅을 플레이할 수 있다. 최초 위의 하후연, 촉의 관우, 오의 대교 중에서 한명을 선택하게 되지만 시나리오 진행에 따라 나머지 두 영웅도 모두 번갈아 키울 수 있게 된다.
하후연은 활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원거리 캐릭터, 관우는 언월도를 주무기로 뛰어난 맷집과 파워풀한 공격력을 가진 캐릭터, 대교는 스피디하게 적을 몰아치는 민첩 캐릭터로 등장했다.
각 영웅은 3개의 액티브 스킬과 특징에 맞는 2개의 패시브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게이지를 모아 화면 전체의 적에게 피해를 주는 일반 필살기와 말에 탑승했을 때 한정적으로 사용 가능한 스킬과 필살기를 가지고 있다. 각 스킬은 범위와 공격력, 발동 모션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입맛에 맞게 플레이할 수 있다.
영웅은 기본 장비가 있고 각 재료를 통해 성장시켜나갈 수 있다. 장비는 총 4부위로 이루어져 있고 승급에 필요한 모든 장식품을 수집/조합해 조건을 갖추면 한 단계 높게 승급시킬 수 있다. 4부위를 모두 승급시키면 최종적으로 영웅이 더 높은 등급으로 성장하게 된다.
또한 장식품 착용 레벨이 존재해 사실상 이들 재료가 드랍되는 전장을 돌면서 착용 레벨을 맞추기 위해 전장을 돌다보면 조금씩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 장비를 모두 승급하면 영웅 자체 승급이 가능하다.
다만, 초기 선택의 폭을 주고자 너무 포지션에 집중한 측면이 보인다. 삼국지 팬이라면 세 장수들 간의 지명도에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촉의 관우는 넘어간다 해도 위의 하후연과 오의 대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대교는 가상 무장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차피 대다수의 영웅들이 부관으로 등장하는만큼 나라별로 촉의 관우, 조운, 황충처럼 각 포지션 대표 영웅을 3명씩 제공하거나 그냥 유비, 조조, 손권(혹은 손견)처럼 대표 군주를 선택했으면 더 많은 이들이 납득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 진영마다 다 달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분기형 시나리오!
삼국지 매니아에게 '천지를베다'가 좋은 선물인 이유는 단연 시나리오 부분이다.
각 전장은 시기별, 지역별로 일어난 크고 작은 전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이때 위, 촉, 오 어디를 선택해서 진행하느냐에 따라 각 제후들의 반응, 대사, 목적이 모두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촉의 군주 유비는 한 황실에 충정해 의를 중요시 하고 오의 손견은 대륙 중앙 정세에서 가문의 세를 키우기 위한 야심을 보이며 위의 조조는 권력 쟁취를 향한 면모를 보인다.
1장은 황건적의 난, 2장은 동탁 함락에 치중하고 있어서 각 제후들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동탁 사후 당대 최고의 세를 가지고 있던 원소와 하북의 맹주 공손찬이 맞붙게 되는 3장부터 하북패권전에 들어서는 각 군주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드러나 아예 참전하는 양상조차도 달라진다.
촉과 오가 공손찬을 도와 원소군과 싸운다고 하면 위는 원소를 도와 공손찬을 치는 식으로 시나리오 분기가 생기는 셈. 물론 역사적으로 세 진영이 다 얽힌 전투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약간이 판타지가 가미되는 방식이다.
▲ 시나리오 초반은 역시 황건적의 난을 제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점은 실제 플레이어에게도 실질적인 만족감을 주게 되는데, 안량과 문추를 얻고 싶은 유저라면 공손찬을 돕는 시나리오, 조운을 얻고 싶은 유저라면 원소를 돕는 시나리오를 선택하여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 시나리오 분기는 시스템상 3 영웅을 모두 육성할 수 있게 짜여져 천지를베다를 모두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
◆ 다양한 장수들을 내 부관으로! 제한없는 장수 수집/성장 시스템!
천지를베다의 부관 시스템은 사실상 장수 콜렉팅의 기본이 되는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다.
진영, 실제 인물 관계를 떠나서 게임에서 지원하는 모든 장수들을 자신의 참모와 부관으로 임명해 같이 전장에 나갈 수 있는 것. 실제로 부관으로 유비, 원소, 조조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가능하고 대교와 손책이 같이 전장을 누비는 것도 가능하다.
부관은 일반적인 캐릭터 RPG의 캐릭터와 동일한 기능을 한다. 각자 능력치와 등급이 있으며 '진화'와 '합성'을 통해 상위 등급의 장수로 성장시킬 수 있다. 물론 삼국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능력치의 상중하가 나뉘거나 주요 스킬을 가진 장수가 있어 더 강력한 장수를 얻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 된다.
▲ 시나리오상 초반에 등장하는 삼국지 최강급의 무장 여포
각 장수들은 자신이 등장하는 시나리오에서 드랍될 확률이 존재해 직접 수집을 할수도 있고 부관뽑기 시스템을 통해 확률적으로 얻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같은 등급의 장수를 10레벨까지 성장시키고 합성하면 한 단계 높은 등급의 장수를 랜덤하게 얻을 수 있어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얻기 어려운 상위 등급의 장수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도 있다.
부관들은 10레벨까지 성장한다. 이들에게는 '내정'을 맡길 수도 직접 '전투'에 참전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다수의 부관을 항시 관리하게 된다. 무엇보다 잘 성장시킨 부관은 PvP 콘텐츠 중 하나인 '부관대전'에 참여하여 5:5 자동전투를 치루어 보상을 노릴 수도 있다.
또한 이들 부관을 모아나가 도감을 완성하면 그에 걸맞는 보상을 얻을 있어 수집의 재미도 잊지 않았다.
◆ '전투'는 기본! '내정'으로 또 다른 재미를!
전투 모드는 일반적인 RPG와 비슷하다. 주어진 시나리오에 입장하여 시나리오 별로 주어진대로 적 장수를 쓰러뜨리고 보상을 얻는다. 이곳 전장에서는 영웅의 무기 승급에 필요한 각 장식품이나 상위 장식품 조합에 필요한 재료들을 얻을 수 있고, 낮은 확률로 등장하는 장수들을 포획하여 자신의 부관으로 삼는 것이 가능하다.
▲ 각 제후의 대표 장수가 되어 부관들을 이끌고 역사 속 전투에 직접 참가한다.
▲ 시나리오 전투를 통해 무장, 재료, 금화를 모두 얻을 수 있다.
즉 여포가 적으로 등장하는 호로관 전투에서는 여포를 포획하고 하북 전투에서는 조운을 포획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시나리오를 통해 조기에 포획된 장수들은 등급이 낮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성장을 필요로 한다.
PvE 에서는 실제 있었던 전투를 기반으로 스토리가 진행되고, PvP 에서는 부관들을 활용한 부관대전과 자신이 직접 육성한 세명의 영웅을 데리고 직접 플레이어와 실시간 전투를 벌이는 '맹장전'을 즐길 수도 있다.
내정은 전투 모드와는 또 다르다. 플레이어는 삼국지 시대를 배경으로 본인이 하나의 지역을 수도로 삼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데 농장에서는 군량, 상회에서는 금화, 공방에서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교습소를 통한 장수 능력치 강화나 자신의 영지를 지키는 병졸들의 수준을 개량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수도에서는 등용소가 존재해 각종 장수들을 매각하거나 고용할 수 있는 일종의 '경매장'이 존재한다.
▲ 수도에서 다양한 기능을 발전/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변 영지를 함락시켜 여기서 각종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다. 당연히 영지가 많을수록 관리를 위한 부관이 많이 필요하고 태수나 각종 관리로 임명되는 부관의 능력치에 따라 영웅에게 미치는 보너스 능력치에도 차이가 생겨 거둬들이는 세금에도 차이가 생긴다. 특히 '내정' 모드에서는 일정 시간마다 '흉작', '산적 토벌' 등 각각의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이때 태수의 통솔력, 무력, 지능, 정치력에 따라 성공 유무가 달라진다.
▲ 내정 모드에서는 다른 플레이어의 영지 점령도 가능하다.
◆ 실시간 PvP가 모바일에! 영지전과 일기토 콘텐츠!
천지를베다는 현 버전에서 총 3가지의 PvP 콘텐츠를 제공한다.
먼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부관대전'은 자신이 가진 부관 5인을 선발하여 다른 유저와 5:5 부관대전을 즐기는 방식이다. 전투는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부관들의 스킬과 능력치가 고스란히 적용되기 때문에 A급 장수일수록 승리할 확률이 높고 여기에 장수 포지션 구성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무력이 높은 장수가 당연히 유리하지만 광역 스턴 스킬이나 아군에게 버프를 주는 책사형, 군주형 장수들도 의외의 시너지를 낸다.
▲ 육성한 영웅들을 직접 컨트롤하여 실시간 대전을 즐길 수 있다.
다음은 '맹장전'이다. 맹장전은 실시간으로 상대 유저를 매칭해 상대와의 실시간 PvP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부관대전과 달리 플레이어가 육성한 영웅 캐릭터로 직접 전투하게 되며 현 버전 3명의 영웅을 선봉 - 중견 - 후위로 순서를 결정해 1:1 전투를 벌여 최후에 살아남는 쪽이 승리하게 된다.
맹장전은 플레이어 간 실시간 PvP기 때문에 영웅 자체의 등급이나 장비 상태로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스킬과 회피 스킬을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마지막으로 내정 모드에서 즐길 수 있는 '영지전'에서 조우를 통해 PvP를 즐길 수 있다. 플레이어는 내정 모드에서 상대의 영지에 침입할 있는데 이때 상대는 영지 침략에 대한 알림을 받게 되고 바로 접속할 경우 자신이 직접 영지 에서 상대를 영격할 수 있다.
즉 일반적인 영지전은 상대가 배치한 장수들의 인공지능을 대상으로 마치 시나리오 전투 플레이하듯이 물리치게 되지만 상대가 방어를 위해 난입하게 되면 실시간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지는 PvP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방어하는 쪽에서는 아군 병사들과 함께 등장하기 때문에 조금 더 유리하다.
영지전은 플레이어가 직접 영격에 나서지 않아도 성에 배치한 부관들이 자동으로 방어에 나서기도 하지만, 전투위임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영웅과 장착 중인 부관이 자동으로 방어에 나서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 수준급 액션으로 삼국지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잘 살린 수작!
천지를베다는 삼국지 게임이 가져야할 본연의 재미를 고스란히 살린 수작이다.
삼국지 IP를 활용해 시나리오면 시나리오, 캐릭터면 캐릭터, 액션이면 액션, 또한, 국가 관리 모드와 지역 점령, 여기에 자동 PvP 와 실시간으로 영웅을 조작하여 1:1 대전을 벌이는 실시간 전투까지, 삼국지 소재로 즐길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르를 소화해냈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숙제가 남았다. 이러한 장점들이 삼국지를 잘 모르는 유저들에게까지 장점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하지만 천지를베다가 다양한 콘텐츠와 완성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기에 비교적 쉬운 숙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