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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리뷰] SD건담넥스트에볼루션, 액션RPG의 의미 되새겨봐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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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이남코코리아의 SD건담 넥스트 에볼루션이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4일 간의 2차 비공개 테스트를 마쳤다.

1차 CBT 때도 같은 표현을 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 테스트에도 역시 많은 숙제를 안았다. 이 게임은 가장 확실한 마니아 IP(지적재산권)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건담을 소재로 했다. 장르는 '온라인 액션 RPG'다. 건담에 등장하는 유닛를 직접 움직여 적 유닛를 부순다. 여기에 유닛 육성의 재미가 기본이 된다.

SD건담 넥스트 에볼루션은 '상하 및 원거리 공격의 편의성 강화', '에임 및 락온 기능 추가', 'UI 수정' 등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테스트에서 직접적으로 플레이하는데 지적된 바 있는 문제들은 분명 개선됐다.

하지만 건담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팬으로써 그보다 훨씬 이전의 태생적 문제가 눈에 띄었다.


▲ 다양한 유닛을 조종, 육성할 수 있는 SD건담 넥스트 에볼루션

건담 팬이라면 누구나 한눈에 알 법한 유닛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건담 게임의 장점이다. 초기 튜토리얼을 끝내고 나면 짐과 자쿠, 건담 시리즈에서 가장 기본형의 유닛이 주어지고, 퀘스트를 통해 건탱크를, 이후 유닛 제작을 통해 퍼스트 건담을 제작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RPG 장르에 맞게 유닛 성장 시스템도 존재하여 유닛의 레벨을 올려 유닛의 능력치를 올리는 것은 물론 유닛이 가진 고유 상위 스킬을 점차 개방해나가는 형태로 발전하게 되며 건담 엑시아에는 '세츠나의 의지', 샤이닝 건담에는 '슈퍼 모드'와 같은 원작에서 따온 유닛 고유의 패시브 스킬이 존재, 이를 따로 강화해나갈 수도 있다. 이러한 유닛에는 '코어'라는 것을 부위별로 장착할 수 있는데 이 코어는 별도의 강화가 또 가능하다.

캐릭터를 대신하는 아바타 외에 원작 파일럿들을 활용한 파일럿 카드를 장착하여 파일럿 스킬을 가져오는 것도, 오퍼레이터 카드를 장착하여 추가 능력치 및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단순히 아바타 레벨업 뿐 아니라 다양한 면에서의 육성 단계를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플레이어를 대표하는 아바타 파일럿과 이 아바타 파일럿이 탑승하는 유닛, 두 가지로 나뉜 육성 라인들이 각각 따로 논다는 것이 문제다. 유닛에 장착하는 '장비'와도 같은 개념인 '코어'와 파일럿 카드, 오퍼레이터 카드 등은 유닛과는 완전히 별개로 아바타에만 적용되는 부분이고, 유닛 강화 및 패시브 강화는 해당 유닛 자체에만 적용된다. 당연히 낮은 등급의 유닛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되지 않는다. 모든 강화에는 비용과 재료가 소모되기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 장착/강화 면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신경쓰게 된다.

정작 게임은 대부분은 유닛으로만 활동하고, 유닛이 인격체인 것처럼 움직이지만, 스테이터스 창과 이따금 컷인에서 등장하는 '내가 저런 아바타를 선택했었나' 싶을 정도의 존재감 없는 아바타 파일럿이 큰 줄기에 붙어 있는 격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모든 강화 형태는 정작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모든 퀘스트 보상 및 스테이시 클리어 보상은 아바타 레벨이 상승하는데만 영향을 끼친다. 그 많은 강화 시스템은 전부 마을에서 별도의 강화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즉, 게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스테이지 진행이 정작 유닛 강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다. RPG게임임에도 '돈과 재료'를 모으기 위해 스테이지를 돌고, 모은 돈으로 유닛을 강화하고 합성하는 마치 시뮬레이션과 같은 진행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유닛을 등장시키고 이들을 수집하는 것에 너무 초점을 맞춘 탓인지 하나의 유닛이 갖는 비중이 너무 작다. 이 게임은 한판 한판 유닛 바꿔가면서 출격하는 대전 액션 게임이 아니다. 유닛 수집보다는 유닛 육성에 초점을 더 맞춰야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 대전 액션이나 AOS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육성 한계가 너무 빨리 찾아오는 것은 좋지 않다.

건담 게임에서는 각종 유닛의 등장 여부와 원작 재연에 기대가 실리게 되고, 이는 연출력과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성능에서 부각된다. 아쉽지만 여기서 일부 실망하게 된다. 심지어 SD건담 넥스트 에볼루션과 비교할 수 있는,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건담 액션 게임'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번 CBT에서는 둘째날부터는 매일 이벤트 유닛로 건담 엑시아, 몬테로, 샤이닝 건담을 지급하여 상위 유닛을 사용해볼 수 있게끔 했다. 상위 유닛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자체는 좋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오는 만족도다.

먼저 짐과 자쿠 등 초기 지급 유닛을 움직이다보면 조작 자체의 무거움을 알 수 있다. 건담물의 액션 특징은 누르면 누르면 즉시 반응하는 기민함보다는 '부스터' 개념에서 오는 가속도, 그리고 자유로운 상하 기동 등을 큰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일반 액션 게임보다는 무겁지만, MS 유닛 조종 면에서는 당연한 페널티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과하게 무겁다. 부스터 가속을 이용해 빠르게 접근해서 적의 측면을 잡는다거나 뒤로 돌아간다거나 순간적으로 떠오르거나 후진으로 멀어지는 등의 조작은 언감생심이다. 혹시나 상위 기체는 다를까 싶어서 건담 엑시아나 샤이닝 건담을 몰아봤지만 유닛 자체의 반응 속도가 느렸다.

물론 SD건담 넥스트 에볼루션은 대전 액션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의 반응 속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피부로 와닿는 답답함은 어쩔 수 없었다. 가드를 위한 R 버튼과 긴급회피를 넣었지만, 일반적으로 회피 기동만으로 모션을 캔슬하고, 빠르게 공격권에서 벗어나 역공을 펼치는 공격/방어/회피로 이루어지는 일반 액션 RPG 게임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 MS전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반응속도는 불만족스러웠다.

여기에 각 유닛이 가진 원작 고유의 스킬들은 더욱 아쉬웠다. 특히, 샤이닝건담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샤이닝 핑거'는 어떠한 박력도 없이 손만 빛나면서 정면으로 밀고 나가는 수준이고, 그나마도 방향이 맞지 않으면 허공을 가르기 일쑤다. 다른 스킬 역시도 마찬가지다. 스킬 자체의 연출이 빈약하고, 현재 상황을 타개하는 범위 장악력, 심지어 성능조차도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마우스 왼쪽 클릭으로 근접 공격을, 오른쪽 클릭으로 원거리 공격을, 이를 혼용하여 엑스트라 콤보 등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고, 스킬을 연이어 사용해서 스킬 체인 콤보 등이 성사되지만, 기본 공격+스킬은 물론 스킬+스킬 등 각 유닛이 행할 수 있는 액션들이 갖는 연계성에 대한 직관성도 부족하고, 심지어 잘 되지도 않는다. 기본 공격은 기본 공격대로, 스킬은 스킬대로 따로 노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정해진 콤보 패턴이 아니면 공격이 뚝뚝 끊긴다.

모르긴 몰라도 수많은 유닛이 각자 별도의 액션 및 연계를 가지고 있기야 하겠지만 하나의 유닛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은 정해진 패턴 몇개를 무한히 반복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공개된 버전에서는 PvP가 메인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에이스 파일럿일 이유가 없다는 점도 한몫한다.


▲ 2차 CBT 건담 엑시아 플레이 영상


▲ 2차 CBT 샤이닝 건담 플레이 영상

빈약한 스토리 역시 몰입을 방해했다.

분명 오퍼레이터와 파일럿의 개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닛=NPC 인양 구성되어 유닛 째로 돌아다니는 캐릭터들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심지어 마을을 뛰어다니는 이 대표 유닛은 얼마든지 'MS행거'에서 갈아탈 수 있어서 자기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도 방해한다.

굵직한 스토리라인 없이 '어디가서 뭘 잡아와라'식의 퀘스트 진행도 불만스럽다. 비록 초반부이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지만 적으로 등장하는 유닛들도 누가 왜 어떤 배경을 가지고 적으로 등장하는지 알 수 없이 그냥 어디에 가서 '돔을 파괴해라', '겔구그를 파괴해라' 식의 미션이 주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진일보한 유닛 표현과 건담 시리즈의 다양한 유닛들을 직접 수집하고, 이를 조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건담게임로서의 모습은 갖췄지만, RPG로서의 모습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 건담 게임에서 마을 앞 고블린 잡아오라는 식의 퀘스트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떤 유저가 샤이닝 건담의 팬이라면, 이 유저는 단순히 말 한 마디 입 벙긋도 안하는 아이콘뿐인 파일럿 카드 '도몬 캇슈'를 장착하는 것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 원작에서 봤던 '초급 패왕 전영탄', '샤이닝 핑거'들을 몇 초마다 한번씩 사용해봤자 수십기가 등장하는 일반 스테이지에서 자쿠 몇대 터뜨리는 것으로는 액션이라고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왜 이들이 한 시리즈에 등장해서 보다 좋은 유닛을 얻어야 하고, 강화해나가야 하며 왜 적을 쓰러뜨려야 하는 기본적인 RPG의 목적이 없다. 그냥 주어지는 퀘스트를 깨고, 상위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야만 돈을 주고, 재료를 주기 때문이라는 점밖에 제시하지 못한다.


SD건담 넥스트 에볼루션이 보여준 건담 유닛에 대한 표현력은 매우 뛰어나다.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바로 건져올린 듯한 유닛 모델링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원작과 결부시킨 각종 스킬 구성들도 좋았다. 아쉽지만 정식으로 등장하지 못하는 각종 파일럿들이나 원작 재연을 위해 도입한 파일럿 카드, 패시브 카드 등의 활용도 알 법 했다.

성공한 건담 게임들의 대부분은 사실 전략 시뮬레이션인 경우가 많다. 이는 하나의 유닛, 하나의 시리즈가 보여줄 수 있는 원초적인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무한정 뻗어나가는 상상의 나래보다는 디테일을 살리기 위함이 크고, 이러한 부분에 힘을 쏟더라도 인정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샤이닝 건담이 월광접을 쓰길 바라지 않고, 퍼스트 건담이 변신, 합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건담 RPG 게임은 어쩔 수 없이 '보여주기'와 '수집'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두 가지는 기본에 지나지 않는다. SD건담 넥스트 에볼루션이 표방한 것이 액션 RPG라면 액션성에, 그리고 롤플레잉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을 강화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획일적인 맵 구성, 기껏 재료를 모아 유닛을 제작하고 난 이후 불과 몇 시간만에 다 파악하게 되는 유닛 특징, 극초반부 무의미하게 등장하여 반복 파괴되는 '돔', '겔구그', '샤아 전용 자쿠'와 같은 AI급 적들에 대한 의미부여부터 게임 본연의 목적부여까지, SD건담 넥스트 에볼루션은 심사숙고가 필요해보인다.

tester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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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v13 MC_DellA 2015-07-02 11:22:38

총체적 난국이란 단어가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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