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커는 마녀와 기사, 그리고 교황, 페스트…
익숙한 키워드를 어둡고 무거운 중세 판타지에 담았다. 시작하자마자 이러한 분위기는 고스란히 묻어난다. 마녀 사냥의 피해자가 된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 블랙쉽의 등장, '딥 다크한' 분위기의 아넬로 마을과 어쩐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가장 인상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진행된 2차 CBT가 종료됐다.
테스트 횟수가 많았던 것이 아닌데도 워낙 오랜 시간에 걸쳐 소소하게 공개된 정보들을 접해와서인지 굉장히 친숙했다. 최근 애스커처럼 사실적인 그래픽의 3D 액션RPG 신작이 줄었기 때문에 지난 테스트에서의 잔향이 더 강했을 수도 있겠다.
애스커는 '화려한 액션'에 '몬스터 학살', '거대 몬스터 토벌'이라는 여러 요소를 잡은 액션 게임이다.
전체적인 골자는 이미 지난 테스트 때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는 디테일한 부분을 가다듬고, 신규 콘텐츠를 일부 선보였다. 다양해진 스테이지와 보스 몬스터를 등장시켰고, 당연히 더 세세해진 스토리를 덧씌웠다. 지난 번 테스트가 끼니에 먹을 만한 정찬이었다면, 이번에는 코스 요리까진 아니어도 샐러드와 입가심 수정과 정도는 내어주는 정도에 가까웠다.
2차인 만큼 당연히 깔끔한 첫 인상이 중요했다.
단순히 화려한 공격 뿐만 아니라 마음먹은 시점에서의 빠른 모션 캔슬과 회피, 여기서 이어지는 반격 등이 중요한 액션 게임에서 이러한 점이 더 나아졌는지, 액션 연계가 더 매끄러워진 것은 맞는지 사실 지난 테스트의 기억이 희미한 탓에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기자가 고른 첫 캐릭터, 템페스트의 앞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계 공격은 '호쾌함'을 담기에 충분했다. 애스커의 장점이 키 입력과 캐릭터 캔슬 모션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칼 액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기민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 조작감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빠르고 기민한 액션이 돋보였다.
물론 확 와닿는 세련된 변화도 있었다.
마을과 던전을 반복해야 하는 필연적인 단조로움을 의식해서인지 초반부 던전 내에서의 진행 이벤트는 참신했다. 시작부터몬스터들이 바글바글한 던전에서 썰어 나가는 형태가 아니라 NPC들이 어느 정도 점령한 듯한 구간을 지나치도록 하여 상대적인 던전 진척도를 줄여주는 느낌의 연출이나 움직이는 하늘섬과 뗏목 등으로 없는 길을 만들어 나가는 형태의 진행은 초반 몰입도를 높이는데 일등공신과도 같았다.
◆ 이름도 바뀌고, 액션은 만족스러워진 3人3色 캐릭터
먼저 캐릭터들의 명칭이 바꼈다. 기존에는 어쌔신, 배틀메이지 등 클래스에 가까웠던 캐릭터들이 소울브레이커, 템페스트, 플레어로 변경, 블랙쉽 비밀단원답게 암호명 느낌이 물씬나게 탈바꿈했다.
개성 강한 세 캐릭터는 각자의 포지션에 맞는 액션을 십분 소화한다. 대검을 활용해 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여러 슈퍼아머형 스킬들로 전장을 압도하는 소울브레이커와 치고 빠지기, 빠른 연계로 순간적인 몰아치기 전략을 구사하는 이도류 단검 암살자 템페스트, 긴 사정거리의 마법과 범위 공격을 하는 플레어. 세 캐릭터는 오랜 담금질의 결과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각기 혼자서도 던전을 클리어하는데 큰 문제가 없고, 혹은 파티를 이루었을 때 오히려 더 자신이 가진 스킬을 전면에 쏟아부어 활약할 수 있는 좋은 시너지를 이루고 있다.
장비를 변경할 때마다 시선을 확 사로잡는 특유의 코스튬도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귀여운 외모에 맞는 의상의 플레어와 섹시한 여성 캐릭터인 템페스트는 정반대의 매력을 선보여 2차 CBT 도중 많은 유저들의 선택을 받기도 했다. 다만, 캐릭터는 물론이고 NPC들을 포함해서 어색한 표정과 눈동자, 지나칠 정도의 얼굴 명암 등은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 한방의 느낌을 강조하는 스킬과 특성 트리
마우스 클릭만으로 이루어지는 약공격과 강공격 연계와 쉬프트에서 파생하는 회피와 대시는 사실 이 정도만으로도 모든 몬스터 처치가 가능할 정도의 수준 높은 액션을 보였다. 연타계의 템페스트와 한방 한방의 몰아치기가 매력인 소울브레이커는 더욱 그랬다.
여기에 게임 초반 비교적 빠르게 배워나가는 스킬과 레벨업 시마다 주어지는 특성 포인트를 투자, 스킬을 강화시켜 나가는 특성 시스템이 존재하여 각자 자신의 플레이에 맞게 커스텀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킬 공격은 대부분 일반 공격을 캔슬하여 자연스럽게 활용이 가능하거나 반대로 스킬 공격 후 딜레이를 캔슬하여 공격을 이어 나가는 등의 플레이가 가능한데다가 일반적으로 넓은 범위에 큰 피해를 주거나 빠르게 연타를 넣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한번에 몰아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 스킬은 전황을 한번에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의 효율의 보인다.
이는 비교적 루즈할 수 있는 일반 몬스터 구간에서 특히 '빠른 정리'를 할 수 있게 하고, 보스 몬스터 공략 시에도 빈틈을 이용해 역공을 펼칠 수 있게 해준다.
이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타격을 주는 즉발성 스킬 외 설치형, 추적형 스킬들을 활용한 전략적인 플레이와 함께 지연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기운을 모아 더 강력한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차지 공격, 누적된 스페셜 게이지를 소모하여 강력한 범위 공격을 가하는 스페셜 공격 등 여러 요소가 존재하여 플레이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 던전 플레이 및 스토리 진행
게임 진행에 있어 가장 피부로 와닿는 변화가 있었다면 간소해진 던전 구성이다. 사냥터가 모두 던전으로 구성되어 있는 애스커와 같은 장르에서는 '보스 파밍'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보스만 줄지어 세워 놓을 수도 없기 때문에 '일반 몬스터 구간'을 만들게 되는데 사실 하나하나 세밀한 액션이 장점인 이 게임에서 그렇게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1차 CBT에서는 특정 레벨 이상의 맵이 매우 크고, 몬스터가 많이 형성되어 있어서 플레이타임이 확 길어지는 구간이 있었다고 한다면 이번 테스트에서는 이런 맵을 짤막하게 잘라내고, 미션을 잘게 부수어 전체적인 던전 플레이타임을 줄였다. 그런 만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던전이 여럿 등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였다
▲ 애스커 템페스트 절망의 하늘 협곡 플레이
일부 거대 몬스터 사냥 시 노려볼 수 있는 부위 파괴 역시 공략에 재미를 더했다. 단순히 적의 공격을 피하고 빈틈을 노려 공격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위, 특정 타겟을 노려 공략하는 형태로 추가 점수를 노릴 수 있게 되는 것.
이러한 던전에 '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스토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대부분 MORPG에서의 주인공 캐릭터는 주로 사건에 대한 원인을 찾고, 원흉을 추적하는 형태의 플레이를 하게 되는데 애스커의 주인공은 교황직속 비밀단체 블랙쉽의 일원으로 이러한 사건사고들에 밀접하게 맞닿게 된다.
단지 주인공에 대한 스토리는 쉽게 풀려가는데 반해 아넬로 마을의 NPC들이나 기사단장과 단원들, 블랙쉽의 주요 인물들 역시 감정이입이 되기에는 비중이 너무 작았다. 이들은 임무를 주고, 퀘스트에 대한 결과만을 줄 뿐, 직접적으로 스토리에 등장하거나 활약하지 않았다.
즉, 스토리가 진행되어 여러 사건이 해결되거나 새로운 미스터리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NPC들의 역할이나 대사는 변화하지 않아 퀘스트 수주 및 보상을 받는 순간이 아니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흐름도 알 수가 없고, 상대의 반응도 디폴트값 그대로인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 아이템 제작 시스템과 보석 장착, 장비 강화 시스템
애스커에서 상위 장비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작이라는 콘텐츠를 거쳐야 한다. 각 던전의 몬스터들은 직접 '아이템'을 드랍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 제작에 필요한 여러 재료 아이템을 드랍한다. 특히, 네임드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들은 특정 장비를 제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Key 아이템을 드랍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아이템 파밍은 이것을 위해 하게 된다.
즉, 자신이 제작하고자 하는 장비의 제작 레시피를 미리 확인하고, 여기에 필요한 재료를 직접 모아나가는 방식이다. 무조건 장비를 바꿔나갈 것이 아니라 재료를 모으는데 걸리는 시간, 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잘 판단하여 장비 교체를 해야하고, 이러한 재료들은 유저와의 거래를 통해 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자신에게 필요한 장비를 직접 제작하여 구하게 된다.
아이템을 제작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애스커의 무기는 등급에 맞는 강화석을 소모하여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고, 일부 소켓이 존재하는 아이템은 보석을 장착하여 필요한 옵션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석 강화는 또한, 아이템별로 상성이 잘 맞는 색상의 보석이 따로 존재하여 색상을 맞춰 장착할 시 추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도록 되어있다. 보석 역시 등급이 존재하여 하위 보석을 모아 상위 보석으로 합성할 수 있다.
◆ 이제는 PvP 다! 결투장 시스템!
사실 테스트 전에서 결투장이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의외였다. 아무리 테스트라고 한들 PvP에서 불거지는 밸런스 이슈는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 연계 몇번이면 나가떨어지는 몬스터들을 잡다가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 수준의 상대적 체력을 지닌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 PvE 와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1:1 결투장
당연히 들어가던 콤보도 무용지물이었으니 확실한 것은 PvE 와는 전혀 다른 접근을 필요로 했다. 거리가 중요했고, 엉터리가 아닌 확실하게 경직을 이어나갈 있는 진짜 콤보가 필요했다.
매칭은 대체로 레벨이 비슷한 상대와 매칭이 됐고, 레벨에 의한 스탯 차이는 존재하는 것으로 보였다. 장비 보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작정 결투장 퀘스트를 받고 갔을 때보다는 나름 좋은 장비를 맞추고 들어갔을 때 승리가 많았기는 했다.
밸런스를 논하기보다 시스템을 논하자면 결투장에서의 UI는 본격적이라 좋았다. 체력 게이지와 마나 게이지가 마치 대전 액션 게임처럼 한눈에 들어왔고, 언제 어디서라도 부담없이 한판할 있는 구조라는 것이 편했다.
하지만 단판승이라는 점과 매칭 단계에서 상대의 최근 전적은 알 수 있을지언정 전체 랭킹 순위가 직관적이진 않아서 매칭된 상대와의 리턴 매치가 기약이 없는 점 등이 아쉽기는 했다. 또한, 매칭된 직후부터 결투 시작까지 자유 시간이 지나치게 짧아서 매칭이 되면 탐색전 없이 바로 결투를 개시해야 하는 점도 아쉬웠다.
◆ 불사의 전당과 낚시 콘텐츠
미니게임의 일종이자 미션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불사의 전당은 말 그대로 일반적인 던전 외에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이를 완수해나가는 형태의 콘텐츠다. 나무통 폭탄을 던져 몬스터를 맞추거나 투석기를 이용해 거대 몬스터 쓰러뜨리기, 계속해서 밀려드는 적 처치하기, 시간 내 거대 몬스터 토벌하기 등 다양한 미션이 순차적으로 등장하여 이를 클리어해나가게 된다.
기본으로 진행되는 던전 플레이 외에 다양한 흥미성 미션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고, 별도의 입장 코인을 소모하기 때문에 틈틈히 즐길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적을 때려부수는 형태가 아니고, 하면서 배우기엔 시간제 미션인 경우가 많아 클리어를 위한 기본적인 플레이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는 필요해보였다.
▲ 별도의 지역으로 이동하여 즐길 수 있는 낚시 콘텐츠
별도의 공간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낚시 콘텐츠 역시 등장했다. 4단계의 미니게임으로 추가된 낚시는 숙련도에 따라 여러 물고기와 특별한 아이템을 낚을 수 있으며 여러 지역을 돌며 상위 품종의 물건들도 얻을 수 있어서 직, 간접적으로 애스커의 플레이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였다. 다만, 낚시 콘텐츠가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고, 운과도 직결되어 있어서 밀접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이에 따른 콘텐츠 부하가 생길 것이 염려되기도 했다.
애스커의 던전은 쉬움과 보통, 어려움, 코어로 난이도를 조절하고 있다. 그리고 눈여겨 본 유저라면 난이도의 차이가 몬스터들의 반응속도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을 터였다. 어려운 난이도일수록 몬스터의 행동이 기민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공격받는 빈도가 많아지고, 몬스터의 빈틈은 줄어들어 마음놓고 공격하기가 까다로워지게 된다.
이러한 것처럼 본래 액션 게임에서는 0.1초의 차이가 게임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애스커는 액션에 있어서는 굉장히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최대 레벨 30레벨에 근접할 즈음에서까지 어이없는 판정에 말도 안되는 포즈로 나가떨어지거나 어림도 없는 공격에 맞아 스트레스 받는 일은 한 차례도 겪지 않았다.
육성 밸런스 역시 무난했다.
혼자서도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에 장비라도 교체했다치면 그 차이가 단박에 느껴질 수 있을 정도였다. 초중반부에 해당하는 구간 동안 레벨이면 레벨, 장비면 장비, 어디 한 곳이 막히는 구간은 없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재미로 이어지게 된다.
보다 높은 등급의 장비를 보다 빨리 얻기 위해서 자신이 직접 더 어려운 곳에서 반복하여 입장할 수는 있겠지만, 게임의 큰 틀에서는 같은 구간에 대한 반복을 최대한 줄이고, 한판 한판의 피로도를 최대한 줄였다. 초반부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익혀나가는 새로운 스킬들과 스킬에 대한 특성 투자로 스킬을 커스터마이징 해나가는 과정에 한동안 새로운 콤보를 만들어내는데 재미가 붙는다.
리뷰에도 짤막하게 소회를 남긴 것처럼 캐릭터 외적인 부분, 스토리텔링에 따른 NPC와의 상호작용 변화 등 욕심에 가까운 기자 개인의 바람은 아쉬움으로 남았을지언정 애스커 2차 비공개 테스트에서 보여준 완성도는 2015년 신작 액션RPG로써 입맛 까다로운 액션 매니아들에게는 호재임은 분명해보인다.
[조주현 기자 sena@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