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3040세대의 향수를 자극한 것처럼 게임업계에도 과거 명작의 느낌을 전하는 게임이 등장해 추억팔이와 새로운 즐거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라그나로크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김학규 아이엠씨게임즈 대표의 신작 MMORPG '트리오브세이비(TOS)'로 이 게임은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첫 번째 비공개테스트(CBT)를 진행했다.
국내 몇 안 는 스타개발자 반열에 오른 김학규 대표의 명성과 함께 라그나로크, 그라나도에스파다 등을 재밌게 즐겼던 팬들의 기대감 등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조성되며 '트리오브세이비어'는 시작부터 뜨거운 열기를 몰고 있다.
넥슨이 퍼블리싱하고 아이엠씨게임즈가 개발한 '트리오브세이비어'는 김 대표의 전작들의 느낌을 적당히 살리면서도 트리오브세이비어만의 독자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방대한 직업 수와 그에 따른 전직 시스템으로 라그나로크의 전직이나 그라나도에스파다의 스탠스 시스템에 익숙한 유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오픈 이전부터 게임 블로그 등을 통해 유저와의 꾸준힌 소통을 했기 때문인지 여느 게임 오픈베타 만큼의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나흘간의 트리오브세이비어 1차 CBT를 그 누구보다 깊게 즐기고 그 보고서를 리뷰 형태로 소개한다.
◆ 게임 내 기본은 일단 합격!
'트리오브세이비어'의 첫 인상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라그나로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우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최근 게임 답지 않게 단순한 편이었다. 직업별로 이미 코스튬이 결정되어 있으며, 헤어 스타일만을 변경할 수 있었다. 단순한 커스터마이징이지만, 다양한 헤어 스타일로 2D 캐릭터 특유의 귀여움을 살렸다. 해당 방식은 '라그나로크'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유사하기 때문에 더욱 정감이 가기도 했다.
▲ 캐릭터 생성화면, 헤어 스타일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 외에도 게임 내의 분위기나 사운드 역시 분위기를 잡아주는데 제몫을 다했다. 다섯 여신이 갑자기 사라진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배경 이미지는 물론 사운드까지 한층 게임 내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사운드에는 SoundTeMP와 S.F.A 등이 참여하여 라그나로크와 그라나도에스파다에 이어 압도적인 퀄리티의 BGM을 선사하여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특히, 마왕 제스티 등장 시에 나오는 보스테마 'O Deive'는 압권이었다.
▲ 마왕 제스티 퀘스트 및 보스전 영상
◆ 이게 MMORPG야, 액션RPG야? 독특한 키보드 조작 눈길
트리오브세이비어에서 캐릭터를 생성 후 가장 놀라는 점은 조작이 아닐까 싶다.
이전작에서는 여타의 MMORPG와 마찬가지로 마우스를 이용한 이동과 공격이 주를 이루었는데, 트리오브세이비어는 오히려 '던전앤파이터(던파)'나 '클로저스' 등의 액션 게임과 유사한 키보드 조작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실제 게임 플레이를 해보면 마우스는 소지품을 확인하고 사용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키보드만으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또한, 조작에 점프가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MMORPG에서 점프가 있는 것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 이후 별다른 대수로운 점은 아니지만 그러한 게임들 대부분 점프는 유희용이거나 지형을 이동하기 위한 행동에 불과했다면,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점프는 액션성이 강조된 점프다.
적의 공격을 피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있기 때문에 점프를 잘 이용하면 근접전에서 적에게 피해를 거의 받지 않는 상태에서 처치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에 방어적인 능력치에 투자를 덜하더라도 점프를 잘만 이용하면 사냥에 지장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키보드 조작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무리 내에서 단일 타겟을 공격할 때, 타겟팅 시스템에 대한 불편함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단일 대상을 지정하는 공격이나 스킬의 경우 무리에 섞이면 대상을 잡기가 어려웠던 것. 이부분에서 대해서는 개발사측도 인지를 했는지 마지막 CBT날 Ctrl키와 Tab키를 이용하여 타겟의 고정, 변경 등이 가능해졌다.
▲ 게임 접속 시 알려주는 기본 조작키
◆ 다채로운 직업 시스템과 2% 부족한 스킬
공식 홈페이지 GM레즐리가 공개한 트리오브세이비어의 가장 기대되는 점 설문조사에서는 '다양한 전직 시스템'이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트리오브세이비어의 가장 주된 콘텐츠는 직업 시스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트리오브세이비어에서 처음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총 4종으로 소드맨과 위자드, 아처, 클레릭이다. 각각 근접물리, 마법, 원거리물리, 보조를 담당하는 직업이다.
캐릭터를 키우다보면 캐릭터 레벨과 클래스 레벨이 각각 오르게 되는데, 캐릭터 레벨은 캐릭터의 근본적인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레벨이고, 클래스 레벨은 직업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레벨이다.
클래스 레벨은 최대 15레벨까지 성장이 가능하며, 15레벨에 도달하게 되면 전직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 틀은 라그나로크의 직업시스템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러나 트리오브세이비어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직업 룰이 있다. 직업마다 랭크가 존재하는데 첫 직업이 1랭크라면 첫 전직때는 2랭크, 2차 전직 때에는 3랭크로 점점 선택의 폭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 랭크가 오르면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몇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우선 '동일한 직업으로 전직'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첫 전직인 위자드의 클래스 레벨이 15레벨에 도달하여 전직을 선택하게 될 때, 2랭크의 직업인 파이로맨서와 크리오맨서 뿐만 아니라 위자드도 선택이 가능한 것이다. 이 경우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위자드를 플레이할 수 있다.
제약도 있다. 해당 랭크 내에서 선택하지 않은 직업은 클래스 레벨이 15가 되어 다음 전직 조건때에도 해당 직업으로 전직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앞서 위자드가 2랭크에서 위자드를 선택하면, 파이로맨서와 크리오맨서는 3랭크에 가서도 선택할 수 없게 된다. 전직 후에도 이전 직업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직업을 거쳐 최종직업에 도달할 지 미리 계획을 짜두는 것이 유용하다.
독특한 직업 시스템에 비해 스킬 부분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계속해서 전작을 이어붙이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킬 시스템은 이전 작품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그대로 가져온듯한 느낌을 가졌다. 이전 게임에서도 스킬레벨이 낮을 경우 쓸모 없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트리오브세이비어 역시 그러한 부분을 그대로 답습하는 느낌을 받았다.
트리오브세이비어에서는 클래스 레벨이 오를때마다 포인트를 얻어 스킬에 투자할 수 있는데, 스킬이 최대 포인트까지 투자하지 않는 이상 기본 공격만도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특히, 소드맨 직업군은 기본 공격이 광역인만큼 왠만한 스킬을 쓰는 것보다 효율이 좋아 사냥이 단조로워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스킬의 단점을 상쇄하고 업그레이드 해주는 것도 존재한다. 직업 상급자에게 습득할 수 있는 특성은 돈을 내고 스킬의 피해량을 올리거나 효과를 추가하는 등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단, 특성 레벨 한계가 굉장히 높은 관계로 돈이 상당히 많이 소모되는 편이다.
▲ 특성으로 스킬을 전문화할 수 있다!
◆ 밋밋하지만 갖출건 다 갖추었다? RPG의 핵심 '전투'
스킬 부분의 문제와 타겟팅 시스템의 문제 등으로 전투는 CBT 내에서 체험할 수 있는 전투는 다소 밋밋했다.
많은 직업이 일반 몬스터와 보스 몬스터 구분을 떠나 스킬보다는 기본 공격 위주의 사냥을 하게 됐다. 기본 공격 위주로 사냥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우선 스킬의 재사용 시간이 굉장히 길다는 점이었다. 스킬마다 충전횟수가 정해져있어 충전횟수를 모두 소모하면 스킬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도는 방식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몰아칠때는 충전횟수만큼 재사용 대기시간 없이 스킬을 사용할 수 없지만, 일단 충전횟수를 다 쓰면 기본 공격 위주로 싸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재사용 대기시간이 짧게는 20초에서 길게는 1분이 넘어가는 등 재사용 대기시간이 길어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또한, SP회복량이 소모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있었다. 스킬의 SP소모가 큰 것은 둘째치고, 일부직업은 전투 중 아예 SP가 회복이 되지 않아 스킬을 몇 번 사용하고 나면 기본 공격 외에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특히 소드맨과 아처는 적은 SP량에 SP회복이 되지 않는 문제까지 겹치면서 SP물약을 계속 마시지 않는 이상 단조로운 사냥이될 수 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앞서 말한 스킬의 성능 문제점까지 겹치면서 일부 직업을 제외하면 스킬보다는 기본 공격으로 사냥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보스전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보스 몬스터의 패턴이 빨간색 원으로 표시되면서 일부 빠른 보스 몬스터를 제외하면 보스 몬스터의 난이도가 급락했다. 거기에 기본 공격 위주의 사냥이 더해져 단조로운데 오래 때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지루함을 줄 수 있는 것.
▲ 보스가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위치가 모두 표시된다.
▲ 보스전 '말렛와이번'
그러나 '재미가 없냐'라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전투가 밋밋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사냥 시에는 맵 가득히 있는 몬스터를 통해 꾸준한 사냥의 재미를 붙였고, 보스전 시에는 각자 인스턴스 형식으로 보스전이 치러졌기 때문에 퀘스트 몬스터가 생성되기를 기다린다거나 하는 지루함은 최소화됐다.
▲ 일반 필드에서 몬스터 개체수를 걱정할 일은 없다.
또한, 앞선 후기는 3랭크 초입까지 플레이해보면서 느낀 결과인 만큼 다양한 스킬을 익힌 4랭크 정도까지 간다면 사냥 방식은 판이하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몰입도 최고, 편의성 최고! RPG의 꽃 '퀘스트'
트리오브세이비어의 퀘스트는 전체적으로 오밀조밀하게 꽉차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섯여신이 사라진 이후 계시를 찾아가는 스토리를 잘 배치하여 스토리의 몰입성을 높였으며, 레벨업 라인과 맞아떨어지면서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퀘스트 난이도도 그리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으며, 보상으로 얻는 경험치 카드로 짭짤한 레벨업 속도를 보여주는 것도 장점으로 보였다. 또한, 여러 NPC의 카메라 액션과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벤트 등 진부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재미를 만족시켰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이동동선을 최소화하는 귀환 기능이었다. 퀘스트 내용을 완료하면 백스페이스 키(←)를 클릭하여 퀘스트 완료 NPC에게로 바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동에 따른 지루함을 최소화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3차 랭크 전직 퀘스트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CBT 후반에 들어서 경험치 증가 이벤트를 진행해서 그런지 몰라도 3차 랭크 전직 퀘스트의 난이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실제로 2차 레인저에서 3차 헌터로 전직하는 과정에서 나온 퀘스트 중에 '부베 투사'를 잡는 퀘스트는 갑작스레 높은 난이도를 자랑했다. 또한 연계 퀘스트로 '낙우림'이라는 지역을 가는 퀘스트가 있었는데, 낙우림이 어디있는지에 대한 퀘스트 힌트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들었다. 유저들에게 물어 도착한 낙우림은 3차 랭크 퀘스트를 받을 쯔음에 있는 사냥터인 '풀가람터'에서 6군데를 더 가야 나오는 맵이었다.
물론 1차 CBT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테스터들의 피드백을 통해 충분히 조율될 부분이다.
▲ 낙우림 찾아 삼만리!
▲ 헌터 전직 퀘스트 보스 '부베 투사'
◆ 역시나 커뮤니티 게임! 풍부한 콘텐츠
트리오브세이비어는 MMORPG의 기본 틀인 사냥, 퀘스트 외에도 풍부한 즐길 거리를 가지고 있다.
우선 그라나도에스파다에서 스크린샷 놀이 열풍을 일으킨 '이모션' 기능이 있다. 이모션 기능은 말 그대로 현재 자신의 감정 상태를 몸짓으로 표현하는 기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지된 상태로 포즈를 취하는 기능이다. 즉시 이모션으로 논다기 보다는 스크린샷을 통해 추억을 남기는 데 유용한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 이모션 기능을 활용하면 다양한 스크린샷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템 강화 기능도 있다. 모루를 구매후 직접 무기로 모루를 내리쳐 강화할 수도 있으며, 소켓을 뚫어 다양한 효과를 가진 보석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현재 구현은 안되었지만, 라그나로크에서 등장했던 카드 시스템도 등장할 예정이다.
▲ 1차 CBT에서는 카드를 획득할 수 있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코스튬 기능도 있다. 현재 게임 내에서 구현된 부위는 머리 상단과 중단, 몸통 3종류로 머리를 통해 개성을 나타내며 몸통을 통해 자신의 직업을 나타낼 수 있다.
▲ 전직 시마다 주어지는 코스튬으로 직업을 나타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MMORPG에서는 생소한 모험일지가 있다. 모험일지 자체는 타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업적 시스템과 비슷한 느낌의 시스템이지만, 모험일지 점수를 통해 서버 내 몇 위인지 파악할 수 있으며, 상위 몇 프로인지도 측정해보고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 모험지수를 통해 자신이 서버내에서 몇 등인지 측정할 수 있다!
많은 기대 속에 오픈한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확실히 풍부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다. RPG 본연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며, 다양한 직업 시스템으로 성장하는 재미까지 충분히 살리고 있었다.
또한 라그나로크부터 이어지는 김학규 사단 특유의 '커뮤니티'성 게임의 특징까지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 함께 할 때 더욱 큰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전투 시스템과 스킬, 직업간 밸런스는 앞으로 남은 개발기간과 추후 테스트를 통해 조율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RPG 특히, PC온라인게임의 MMORPG에서 기본은 직업과 전투기 때문에 이 부분을 좀 더 다듬고 매력화(化)할 때 '트리오브세이비어'의 잠재력은 무한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제 갓 알을 깨고 나온 '트리오브세이비어'인 만큼 1차 CBT에서 드러난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렴하고 개선한다면 제 2의 라그나로크 혹은 그 이상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트리오브세이비어는 김학규 사단이라는 이름값은 톡톡히 한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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