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그는 우리 역사상 가장 많은 영토를 정복했던 왕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 이상의 값어치를 가지고 있다.
한 소년은 어릴 적 위인전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는 '징기스칸' '나폴레옹' 등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유독 그는 저 넓은 만주땅을 호령했던 '광개토태왕'의 이야기에 끌려 수십, 수백번 정독했었다.
담덕. 영락대왕.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광개토태왕의 이야기를 다시 만났다. 영화나 TV, 책도 아닌 모바일게임에서 말이다.
넥슨의 자회사 엔도어즈에서 개발 중인 '광개토태왕'은 지난 2014년 7월 넥슨의 모바일게임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초 공개됐다. 이후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는 첫 기회는 11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14'에서 였다.
지스타 현장에서 만난 김태곤 엔도어즈 상무는 "광개토태왕은 PC온라인의 전략시뮬레이션 장르를 모바일로 이식하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에는 이 발언이 과도한 자신감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출시된 모바일 전략시뮬레이션 게임들은 조작의 불편성, 서버의 안정성 등을 극복하지 못하며 무너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1차 비공개테스트(CBT)에서 만나본 광개토태왕은 달랐다.
◆ 광개토태왕, 한 게임에 두 장르 녹아들었다
광개토태왕은 전략시뮬레이션 방식인 '전략모드'와 고대공성전을 다룬 '공성모드' 두 가지로 나눠져 있다. 이들은 별개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각 모드의 정보가 다른 모드에 연동되지 않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광개토태왕을 처음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은 광개토태왕의 이야기를 다룬 스토리모드부터 플레이하게 된다. 이 때 등장캐릭터들의 존재감은 물론 특화된 사운드는 게임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유저를 돕는다.
특히 실시간으로 유저들과 겨루기 위해서는 일정 레벨 이상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모드를 통해 기본적인 룰 숙지는 자동으로 이뤄진다.
◆ 전략모드, 임진록 향수 물씬… 다소 긴 플레이타임 아쉬워
전략모드는 예전 '임진록'을 떠올릴만한 그래픽과 친근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동안 모바일 전략시뮬레이션이 흥행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조작의 불편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광개토태왕은 '터치'와 '드래그'를 통해 모든 명령을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사의 이동, 자원의 채집 등을 간소화시켰다.
예를 들어 광개토태왕은 총 6명의 장수 중 3명의 장수를 생산해 전투를 벌이게 된다. 특히 검병, 궁병, 승려 등 일반 병력은 생산할 경우 자동으로 장수에게 편입돼 장수의 조작만으로 군대를 움직일 수 있다. 또 전투시 상대의 주요 건물을 먼저 파괴시켜야 하는 경우 해당 건물을 클릭해 공격 중요도를 설정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략모드의 백미는 장수의 조작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전투를 치러야 하는 전략모드에서 장수들이 사용하는 스킬은 전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광개토태왕에는 부루(일격타:공격기), 설린(혼란), 주평(순간이동), 을미령(회복), 염평(운석:공격기), 연호루(무적) 등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는 장수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야말로 전략모드에서 추구하는 최고의 재미라 생각된다.
전략모드의 아쉬운 점이라 하면 플레이타임과 병력 구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특정 레벨을 달성할 경우 진행할 수 있는 랭킹전투에서 대개 짧게는 10분, 길게는 20분 정도의 플레이타임이 기록됐다. 이는 실제 PC온라인게임에서도 볼 수 있는 플레이타임으로 모바일환경에서 즐기기에는 다소 긴 시간으로 '자동사냥'에 익숙해진 현 모바일게이머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전략맵의 축소, 전투를 유발하는 특정 오브젝트의 유무 등을 배치해 초반부터 유저간의 전투를 유발한다면 플레이타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 병력을 구성함에 있어 검병, 궁병, 승려 등 유닛간의 상성이 불분명해 특정 병과만을 강화시켜 사용하는 현상이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아쉬웠다.
◆ 공성모드, 고대공성전 재현… '화각' 특수성 부여
공성모드는 고대공성전을 재현한 것으로 게임의 큰 방식은 클래시오브클랜 류와 비슷하다. 다양한 건물을 배치해 자신의 성을 수비하거나, 자신의 병력으로 상대의 성을 공략하는 것이다.
광개토태왕에는 삼국시대의 발석거, 운제, 충차 등 실존했던 고대 공성무기를 등장시켜 차별성을 뒀다. 특히 운제(공성용 사다리)를 통해 병력을 성곽으로 투입시켜 백병전을 유도할 수 있는 것 역시 또다른 재미일 것이다.
또 광개토태왕에는 수비 건물에 '화각'이라는 것이 존재해 기존 공성게임들과 달리 360도가 아닌 특정 각도로만 공격을 하게 된다. 따라서 공격측은 수비건물의 화각을 피해 병력을 침투시키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공방에 있어 공격측의 유리함이 많아보인다는 점. 고대 공성전에서는 '공격측의 병력이 3배가 되지 않을 경우 공성전을 금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비측이 유리했다. 하지만 광개토태왕에서는 '운제'라는 특수 병기가 수비측의 성곽 바로 옆에 설치가 가능해 공격측의 성내부 진입이 너무나 쉽게 이뤄지게 돼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 아직 1차 CBT, 개선여지 충분
1차 CBT임에도 불구하고 정식서비스 못지 않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 광개토태왕.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모바일환경에 가장 최적화된 전략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모바일게임이 전략시뮬레이션을 내세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번번히 무릎꿇고 말았다. 하지만 광개토태왕은 부족한 점은 메우고 강점을 더욱 부각시켜 출시된다면 모바일 전략시뮬레이션의 신기원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최희욱 기자 chu1829@chosun.com] [gamechosun.co.kr]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기사를 확인하시려면 게임조선 웹진(http://www.gamechosun.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넥슨 20년 성장동력 3요소, ´게임-부분유료화-투자´
▶ [특집] 게임 중독법부터 스팀 논란까지 총정리
▶ 아들위해 게임을 시작한 아버지, 가족대회 3회 우승
▶ 신작 MORPG 클로저스 게임정보 총망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