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문명하셨습니다'라는 독특한 어휘를 만든 장본인, 악마의 게임이라 불리우는 '시드마이어의 문명'이 드디어 돌아왔다. 이번에 새롭게 발매한 문명은 문명 시리즈의 정식 넘버링인 '문명 6'가 아닌 '문명: 비욘드 어스'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 문명과는 다르게 지구를 넘어서 우주에서 진행되는 외전격인 문명이다.
문명:비욘드 어스는 황폐화된 지구를 등지고 인류의 새로운 구원을 위해 외계를 개척하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때문에 문명 5와 비슷한 흐름을 띄고 있지만,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조선에서는 문명의 매력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SF 느낌의 새로운 매력을 물씬 풍기는 문명: 비욘드 어스를 직접 플레이해봤다.
◆ 매력적인 개척단 커스터마이징
문명:비욘드 어스에서는 총 8개의 후원자가 있다. 후원자는 이전 문명에서 말하는 국가의 개념으로 미래의 조직이긴 하지만 현존하는 국가을 모티브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흥미롭다.
▲ 후원자 선택은 문명의 기본!
우선 ARC(미국 개척 회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진형이다. 해당 후원자를 선택하면 첩보 작전이 25% 빨라지고 음모가 25% 증가한다. 비밀작전과 관련된 보너스를 받는 만큼 적 진형을 내부적으로 붕괴시키거나 자원을 빼오는데 탁월한 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범 아시아 협동조합은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국가가 뭉쳐 만들어진 연합이다. 해당 후원자를 선택하면 불가사의 생산력이 10% 증가하고 일꾼 작업 속도가 25% 증가한다. 때문에 다른 진형보다 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브라질리아는 문명 시점으로 가장 강대한 군사력을 소유한 국가다. 군사 강국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해당 진형은 근접전에서 유닛의 전투력이 10% 증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초반 외계 생명체와의 싸움은 물론 지배 엔딩을 보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슬라브 연맹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슬라브계 연합체로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 새롭게 등장한 '궤도 유닛'과 관련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궤도 유닛의 지속시간이 20% 증가하며, 맨 처음 발사하는 궤도 유닛이 무료 기술을 하나 제공한다. 초반에 남들보다 하나 빠른 기술을 지니며, 궤도 유닛에 대한 유지비용이 저렴한 편이기에 초중반 짭잘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아프리카 연방은 아프리카 대륙의 모든 국가가 연합하여 만든 단체로 문명이 건강할 때 식량이 10% 증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건강이 음상태로만 빠지지 않는다면 식량이 남들보다 더 많기 때문에 전문가를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프랑코 이베리아는 현재의 EU와 같은 연합으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뭉친 유럽 연합이다. 이 연합은 미덕(문명 5의 사회제도 시스템)을 10개 찍을 때 마다 추가로 무료 기술을 하나 얻을 수 있다. 직접 플레이 해본 결과 200턴 전후로 10~15개의 미덕이 찍히기에 게임 후반까지 약 1~3개의 무료 기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카비탄 보호령은 인도를 중심으로 한 종교 색채가 강한 단체로 도시와 전초기지의 새 타일 획득 속도가 2배가 된다. 남들보다 빠른 타일 획득 속도로 국경을 넓히기에 유용하며 여러 도시를 지어도 빠르게 타일을 이어붙일 수도 있다.
폴리스트레일리아는 동남아시아와 호주 등이 뭉쳐진 연합으로 해상 국가의 콘셉트를 살려 수도의 최대 교역로가 2가 증가한다. 때문에 교역로를 통한 자원 생산은 물론 다른 국가와의 친밀도를 올리기 위한 교역로 개척 등에서도 좀 더 유리하다.
이처럼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는 각각의 후원 단체에 따라 특성이 변경된다. 문명5의 국가 개념과 마찬가지로 전략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는 후원 단체 뿐만 아니라 이주단과 우주선, 화물 등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주단을 과학자로 꾸리면 모든 도시에서 +2의 과학을 얻으며, 피난민을 선택하면 +2의 식량을 얻는다. 또, 우주선의 종류에 따라 해안 지도를 얻거나, 일부 자원의 위치를 파악하고 시작하는 등 다양한 스타팅이 가능하다.
사실상 후원자와 이주단, 우주선, 화물 선택을 각각 커스터마이징해서 같은 후원 내에서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개척단을 만들 수 있다. 현재 공개된 조합만으로도 1000가지의 커스터마이징을 선택할 수 있다.
단, 전작과는 다르게 후원자별로 전용 기체는 없어서 특정 타이밍에 유독 강해지거나 하는 형태는 볼 수 없다.
◆ 친화력에 따른 엔딩? 변화된 승리조건
문명: 비욘드 어스는 우주라는 배경과 개척단의 배경등에 따라 전작과는 전혀 다른 승리 조건을 가지고 있다. 전작에서는 시간, 과학, 정복, 문화, 외교 엔딩이 있었다면 이번 작에서는 '친화력'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약속의 땅', '해방', '초월', '지배', '접촉'의 엔딩을 지원한다.
게임 내에서는 '순수'와 '우월', '조화'라는 3가지 친화력을 체험할 수 있다. 각각의 친화력은 중복해서 올릴 수 있지만, 최종적인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한가지에 매진하는 것이 유리하다.
▲ 친화력에 따라 군대가 큰 변화를 겪는다.
우선 순수 친화력은 인간이 가진 능력 그대로를 발전시키는 타입으로 다양한 중장비 등의 힘을 빌린다. 또한, 순수 친화력의 엔딩인 '약속의 땅'에서는 지구의 인류를 해당 행성으로 안내하는 엔딩이다.
우월 친화력은 새로운 고향을 개척하면서 과거의 잘못을 뒤집기 위해 기계화되는 타입이다. 가장 기계화된 친화력을 보여주는 우월은 '해방' 엔딩을 통해 지구에 있는 인류마저 기계화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친화력이 오를수록 후원자의 모습이 변화한다.
마지막으로 조화 친화력은 외계 생명체와의 조화로운 삶을 통해 외계생명체화 되어가는 타입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흡사 스타크래프트의 저그와 같은 외형의 군사를 가질 수 있으며, 다른 친화력에게 골치 아픈 '독기' 타일에서 오히려 강력해진 특이한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 조화의 엔딩인 '초월'에서는 행성에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초개체와의 소통을 통해 진정한 외계 생명체로 거듭나는 엔딩을 가지고 있다.
▲ 스타 크래프트의 저그를 닮은 듯한 조화 유닛
▲ 외계인으로 진화(?)하는 초월 엔딩
각각의 친화력 엔딩 외에도 다른 개척단을 모두 파괴하여 얻는 '지배' 엔딩도 존재하며, 선조의 신호를 모아 이문명과 만나는 '접촉' 엔딩도 존재한다.
◆ 다채로워진 플레이 눈길
문명: 비욘드 어스는 이전 문명의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은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면서 비욘드 어스 만의 새로운 느낌으로 리메이크 된 부분도 많다.
우선 문명5에서 '사회제도'로 나왔던 특성 시스템은 '미덕 시스템'으로 변경됐다. 미덕의 개수는 무력과 번영, 지식, 산업, 총 4가지로 전작의 사회제도에 비해 개수는 적지만, 트리가 훨씬 길어졌으며, 일정 개수 이상을 찍으면 추가 보너스를 받는 등 깊고 풍부해졌다. 또한, 자기가 원하는 미덕에 즉시 투자할 수 있어 필요한 상황에 맞춰 계열을 자유롭게 넘나들어도 상관없다.
▲ 미덕 트리에 따라 추가 시너지 효과를 받는다.
기술 부분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기존의 기술은 일방향의 형태로 이루어져 특정 기술을 올리기 위해 처음부터 꾸준히 트리를 타줘야하는 반면에, 비욘드 어스에서는 방사형 기술 트리를 가지고 있어 훨씬 자유분방한 투자가 가능해졌다. 또한, 기술 부분에서 기체를 강화하는 내용이 모두 삭제되면서 기술은 말 그대로 자원과 건물, 불가사의와 관련된 부분으로 변경됐다. 물론 특정 기체를 뽑기 위한 조건으로는 기술이 여전히 존재하기도 한다.
▲ 전작과 달라진 방사형 기술
우주 지형인 만큼 궤도층과 위성도 등장한다. 궤도층은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맵으로 기존 맵 위에 위성을 덧씌우는 형태다. 도시로부터 제작하여 발사하며, 발사 지역에 일정 턴 동안 떠서 시야를 밝혀주며 해당 지역에 특정한 행동을 한다. 예컨대 독기를 제거하거나, 해당 지역 안에 들어온 적을 공격하기도 하며, 도시의 과학에 보너스를 주기도 한다. 순수와 우월 쪽 엔딩을 보기 위해서느 '레이저컴 위성'이 반드시 필요한데, 해당 위성 역시 궤도층에 설치하는 위성이다.
▲ 일반 맵과는 다른 궤도 맵이 있다.
유닛의 업그레이드 방식도 눈에 띈다. 유닛 업그레이드는 크게 2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해당 유닛을 통채로 모두 상승시키는 업그레이드와 실제로 교전을 벌여 습득한 경험치로 업그레이드 하는 베테랑이 있다.
▲ 성향치가 오르면 유닛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우선 실제 교전을 벌여 습득한 경험치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문명 5와 동일하다. 해당 유닛이 적을 많이 처치하다보면 경험치를 습득하여 레벨업을 하고 즉시 체력을 회복시키거나 공격력을 올리는 등 다양한 선택지로 해당 유닛을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새롭게 추가된 업그레이드 방식은 친화력치가 일정 이상 오를 때마다 해당 유닛 전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조화의 친화력치가 오르면 군인을 머로더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순수 친화력치가 오르면 백인대장으로 올릴 수 있다. 전작의 기술 부분에서 오르는 유닛 업그레이드가 친화력과 함께 따로 떨어져나온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비밀작전(첩보) 역시 존재한다. 특정 도시로 비밀 요원을 보내 적의 상황을 파악하고 자원이나 유닛을 훔쳐오고, 궤도에 있는 위성을 추락시키거나 쿠데타를 일으켜 도시를 빼앗는 등의 일을 할 수 있다.
▲ 퀘스트 역시 건재!
◆ 게임 흐름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
하지만 약간의 단점도 눈에 띄기는 했다. 우선 우주를 배경으로 한 진행이기 때문에 기술 발전과 시대 변화에 따른 재미가 문명5보다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명5의 정보화시대 이후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기술이름이 마구 등장하면서 직관력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엔딩 종류에 대해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이전 문명5에서는 지배, 문화, 외교, 과학, 시간 승리가 각기 전혀 다른 승리 방식을 제시한데 반해, 이번 문명: 비욘드 어스에서는 3개의 친화력 엔딩의 플레이 방식이 대체로 유사한 방식을 지니고 있다. 친화력에 따라 자원이나 군대 플레이가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적으로 불가사의(정신의 꽃이나 대탈주의 문 등)를 건설해서 보는 엔딩이기 때문이다.
▲ 엔딩의 종류는 5개지만 3개(해방의 땅, 약속의 땅, 초월)은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문명: 비욘드 어스는 문명 시리즈로서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서도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다. 우주 개척이라는 스토리를 시작으로 방사형 기술 발전, 우주에 걸맞는 미덕, 친화력 등도 각각의 요소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같은 후원자를 선택해도 친화력을 통한 전혀 다른 플레이가 되는 점 등에서 비욘드 어스 만의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또한, 추후 DLC를 통한 후원자 확장과 모드의 적용 등으로 미래가 밝은 것도 문명이 가지는 최대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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